다도해국립공원 섬들 ‘제머리’ 찾기 나섰다

조홍섭 2009. 04. 29
조회수 25076 추천수 0
백년 전만해도 곰솔숲 대신 상록활엽수 난대림
300년 넘게 보전된 완도군 주도, 생태복원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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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섬은 대개 곰솔 숲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이 익숙한 풍경이 다도해의 제 모습은 아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이 섬은 삐죽한 소나무 대신 반짝이는 늘푸른 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가 도톰하게 뒤덮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대 난대림 분포지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상록활엽수림 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국내 최고 상록활엽수림 주도,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Untitled-10 copy.JPG지난 22일 원시림 상태로 300년 이상 보전돼 국내 최고의 상록활엽수림으로 꼽히는 전남 완도군 주도를 찾았다.
 
완도 항 코앞에 자리 잡은 면적 1.75㏊의 작은 섬인 주도는 빽빽하게 들어찬 거목의 윤곽이 ‘구슬섬’이란 이름대로 동글동글했다.
 
숲에 들어서자 양버즘나무처럼 수피가 얼룩덜룩한 육박나무와 아름드리 구실잣밤나무가 앞을 가로막는다. 털마삭줄과 백화등이 비탈진 바닥을 빼곡하게 채운 위로 다정큼나무, 돈나무, 감탕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먼나무, 사스레피나무, 신세덕이, 생달나무, 녹보리똥나무 등 낯선 이름의 상록활엽수가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둑했다. 낙엽이 쌓여 토양이 기름졌고 맨땅을 찾을 수 없었다.
 
동행한 오구균 호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40여 종의 상록활엽수가 마지막 성숙 단계에 이른 이곳은 다도해 생태복원의 원형”이라며 “현재 구실잣밤나무가 육박나무에게 주도권을 물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도는 성황당이 위치했던 신성한 숲이자 항구의 핵심적 방풍림이어서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28호인 주도는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무에 자리를 물려줘야 할 구실잣밤나무 노거수를 콘크리트 외과수술로 지탱하고, 낙엽 조사그물을 방치해 어린 나무 성장을 가로막는 등 세심한 관리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복원사업 3년째…방사된 토끼·염소 숲 형성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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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7년부터 다도해 상록활엽수림 복업 사업에 나서, 전남 완도군의 소구도, 석도, 상도, 육도 등 4개 섬에 7천여 그루의 상록활엽수를 심었다.
 
소구도는 노화도 동쪽에 자리잡은 작은 섬이다. 토끼가 갉아먹지 못하도록 친 울타리 안에서 구실잣밤나무, 광나무, 돈나무 등이 70~100㎝ 높이로 자라고 있었다. 햇볕을 직접 받는 위치여서인지 심은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성장은 느려 보였다.
 
보길도와 소안도 사이에 있는 석도는 대표적인 곰솔숲으로 덮인 곳이다. 숲속에 3년 전 심은 구실잣밤나무와 붉가시나무가 2m 높이로 자라있었다. 식생복원을 직접 한 오구균 교수는 “잘 자라주어 반갑다”며 상록활엽수림을 형성하려면 적어도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Untitled-8 copy.jpg최정동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팀장은 “식물의 뿌리까지 캐먹는 염소와 먹을 것이 떨어지는 겨울엔 나무 줄기를 갉는 토끼가 복원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청산도와 소안도 사이에 위치한 불근도는 토끼의 위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근도는 섬의 서쪽에 상록활엽수 2차림이 무성하게 남아있는 곳이지만, 토끼가 먹지않는 독초인 천남성를 제외하고 하층식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밑둥의 잎을 모두 뜯긴 누리장나무만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주민들이 풀어놓은 토끼는 야생화되어 풀 한 포기 없는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 것이다. 공단은 엽사를 동원해 염소와 토끼를 잡아낼 예정이다.
 
상록활엽수 복원은 정부의 ‘녹색뉴딜사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환경부는 추경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까지 45억원을 섬 생태복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인데다, 막대한 예산을 단기간에 집행하도록 해 졸속으로 진행될 우려를 낳고 있다
 
국립공원사무소의 한 실무직원은 “예산의 75% 이상을 인건비로 써야 돼 전문가 검토 등에 쓸 예산이 없고, 인력동원이 어려운 섬의 실태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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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상록활엽수란?
난·온대림으로 환경오염 잘 견뎌 환경림 조성에 적당
 
겨울에도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남해안과 섬지역, 제주도, 울릉도, 백령도 등에 분포하는 난·온대림을 가리킨다. 겨울에도 떨구지 않는 두터운 잎에는 왁스층이 있어 냉해와 수분손실을 방지한다.
 
반짝이는 잎을 가진 상록활엽수림은 독특한 경관을 이루며 환경오염에 잘 견뎌, 조경수나 환경림 조성에 적당하다. 차나무,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녹나무처럼 약재나 장식재로 널리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상록활엽수림은 조선 말부터 일제 강점기 때 대규모 벌채를 한 데다 1950년대에 땔감으로 마구 베어냈고, 최근까지 염소 등 가축방목으로 훼손됐다. 대표적인 상록활엽수인 구실잣밤나무는 잘 쪼개져 장작으로, 재질이 단단한 붉가시나무는 고급 숯 재료로 쓰였다. 당시 어부들이 고기잡이는 팽개치고 뗏목을 만들어 여수와 인천까지 갔다고 한다.
 
현재 상록활엽수림의 70%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분포하며, 주 자생지는 완도, 보길도, 신안군, 진도군 등이다.
 
외국에서는 일본 규슈 이남, 중국 남동해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 지중해 연안 등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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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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