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토끼에 가까울까 호랑이에 가까울까

조홍섭 2009.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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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민감 정도’ 실험해보니 98%가 일찍 반응
피식자의 특징…여성·노인·체력 약할수록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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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토끼와 호랑이 중 어느쪽에 가까울까.
 
최근의 진화심리학적 연구결과를 보면, ‘토끼’ 쪽에 가깝다. 뉴호프 미국 우스터 대 교수팀은 오는 21일 미국 음향학회 연차총회에서 발표할 논문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보고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다가오는 소리가 자신의 정면을 지나갈 때 단추를 누를 것을 요구받았다. 놀랍게도 대상자의 98%는 너무 일찍 단추를 눌렀다. 음원이 아직 떨어져 있는데도 자기 앞에 온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떠나가는 소리보다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진화심리학계에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오판 또는 조심성이 사람의 진화에 이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뉴호프 교수는 체력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에 어떻게 달리 반응하는지를 측정했다. 운동 후 심장박동 회복 속도와 악력으로 체력을 측정했다.
 
그랬더니 체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단추를 일찍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이 약한 사람은 다가오는 소리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소리에 대해 여성은 남성보다 단추를 일찍 눌렀지만 물러가는 소리에 대해서는 성별 차이가 없었다. 노인도 소리에 더 일찍 반응했다.
 
뉴호프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진화론에서 볼 때 닥치는 위험을 예측해서 서둘러 반응하는 행동은 적은 투입으로도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시간 여유를 얻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도 다가오는 소리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포식자와 피식자를 가리는 기준이 된다. 레수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멀어지는 소리보다 다가오는 소리에 더 오래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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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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