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총새우의 충격파 비밀병기는 어떻게 진화했나

조홍섭 2018. 01. 04
조회수 9690 추천수 1
초고속 집게발로 ‘버블 제트’ 충격파 일으켜
에너지 비축 돌기 등 간단한 형태변화가 비결 

s1.jpg » 기형적으로 큰 한쪽 발로 충격파를 일으켜 사냥과 소통을 하는 딱총새우의 일종. 이런 극적인 진화가 사소한 형태변화의 결과로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바닥에 모래나 펄이 깔린 얕은 바다 밑에 손가락만 한 딱총새우가 산다. 한쪽만 불균형하게 큰 집게발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딱총’이란 이름은 이 동물의 놀라운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참고로 영어 이름은 ‘권총 새우’이다).

딱총새우는 집게발이 먹이에 닿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의 충격파로 죽이는 비밀병기를 갖고 있다. 그 비밀은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닫히는 집게의 속도에 있다. 새우가 일으키는 충격파는 이렇게 생긴다.

집게발이 급격하게 닫히는 순간 위·아래 집게의 형태로 인해 제트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집게발 앞쪽에 저압 부위가 생기면서 여기에 거품이 형성된다. 거품은 물줄기를 따라 앞으로 실려 나가는데, 주변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내부로 붕괴한다. 큰 거품이 작은 거품으로 붕괴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의 초고압이 충격파를 일으킨다.

s2.jpg » 수족관의 딱총새우 일종. 자연계에선 흔히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이용하며 공생한다. 오픈 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s3.jpg » 바닷속 딱총새우의 일종.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쓰며 새우가 구멍을 제공하는 대신 망둥이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공생을 한다. 스티브 차일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게발 앞 4㎝ 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발 때 온도가 태양표면에 해당하는 4700도까지 오르고 약간의 빛과 함께 218 데시벨의 소리가 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1000분의 1초 이내에 끝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같은 동물을 죽이는 데 그친다. 딱총새우는 사냥뿐 아니라 서로 소통할 때도 이런 ‘버블 제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가장 시끄러운 생물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애초 물건을 집는 데 쓰려고 진화한 집게가 어떻게 충격파를 발사하는 장치가 됐을까. 토모나리 카지 캐나다 앨버타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새우 19개 과 114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단층촬영, 고속 비디오, 3디(D) 프린터 등으로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todn.jpg »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총새우. 1. 큰손딱총새우, 2. 긴발딱총새우, 3. 홍발딱총새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딱총새우 집게발 관절 부위의 미묘한 변화가 극적인 기능 차이를 낳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게다가 이런 혁신은 2개 과의 새우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새우 집게발 관절의 기능 진화를 두 단계로 설명했다. 초보적인 기능은 단순히 위 집게발을 근육의 힘으로 아래 집게발과 맞닿도록 하는 ‘피벗 조인트’이다. 첫 혁신은 관절 부위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충분한 압력을 가할 때 닫히는 구조인 ‘슬립 조인트’로 바뀐 것이다. 관절의 돌기는 주머니칼 손잡이의 돌기처럼 힘을 모아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최초의 피벗 조인트에 견줘 집게발이 닫히는 속도가 조금 빨라진 데 그친다.

두 번째 혁신은 딱총새우가 이룩한 것으로 ‘슬립 조인트’에서 ‘코킹 슬립 조인트’로 집게발을 닫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방식은 집게발을 완전히 뒤로 젖혀 근육의 에너지를 비축한 뒤 다른 근육의 힘으로 닫히도록 한 것인데, ‘버블 제트’를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snapping.jpg » 새우 집게발의 진화 과정. A는 원시적인 집게, B는 돌기를 이용해 힘을 모으는 슬립 조인트 방식, C는 딱총새우에서 보는 코킹 조인트 방식. 집게를 완전히 젖혀 에너지를 비축한 뒤 빠른 속도로 닫는 구조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생물의 극적인 기능 변화를 위해서는 극적인 형태적 변화가 필요한가”라고 물으면서, 이 연구 결과 그런 선입견과 달리 “(새우 집게발) 관절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집게발 기능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ji et al., Parallel Saltational Evolution of Ultrafast Movements in Snapping Shrimp Claws, Current Biology (2017), https://doi.org/10.1016/j.cub.2017.11.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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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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