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이동 시작…큰기러기 한강하구 도래
해마다 찾는 '약속의 땅', 농경지는 자꾸만 매립돼 간다
»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약속의 땅을 어김없이 찾아온 큰기러기.
9월 19일 올해도 어김없이 큰기러기가 한강 하구에 도착했다. 작년보다 5일 정도 이르다. 가을의 전령사 큰기러기가 월동을 위해 먼 길 왔다.
이들이 찾을 농경지는 지속적으로 매립돼 갈수록 터전은 줄어들고 있다. 벼 이삭에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계절은 이른 감이 있다.
»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 평야 철책선은 분단의 아픔을 상징한다. 뒤편으로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가 보인다.
큰기러기는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알리는 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풍요를 채워 주는 가을맞이 전령사 구실을 한다. 큰기러기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한강하구를 찾는 겨울철새 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종으로 한번 짝을 맺으면 영원히 다른 짝을 찾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 위에 떠가는 새로 ‘삭금(朔禽)’이라고 불리고, 가을 새라는 의미로 ‘추금(秋禽)’이라고도 한다.
» 어미를 따라온 큰기러기 새끼들은 한강하구 농경지가 낮설기만 하다.
한강 하구는 겨울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큰기러기는 중간 기착지인 한강 하구에서 임시로 머물다 천수만, 금강, 영산강, 우포, 주남저수지 등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몸길이 76∼89㎝로 제법 크다.
»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민감한 큰기러기가 기척에 놀라 날아오른다.
몸 전체가 회갈색이며 등을 비롯한 위쪽이 진하다. 부리는 검은색이나 끝에는 황색의 띠가 있다. 날개 끝과 꽁지는 검은색이고 꽁지깃의 가장자리에는 흰색의 띠가 있다. 위아래 꼬리덮깃은 흰색이며 다리는 주황색이다.
유라시아 대륙 북부의 개방된 툰드라 저지대에서 번식하고, 유럽 중·남부, 중앙아시아, 한국, 중국의 황하, 양쯔강 유역, 일본에서 월동한다. 큰기러기의 도착을 시작으로 이제 한반도는 겨울철새들의 월동지로 바뀐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