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이른 아침 편백·삼나무 숲에서 높다
피넨, 캄펜 등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에서 소나무 숲보다 3~4배 많이 배출

요즘 산림욕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이른 아침에 삼림욕을 해도 좋고, 살짝 더운 낮에 해도 좋은 것이 삼림욕이다. 이왕 산림욕 하는 것 제대로 알고 하면 어떨까?
신림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것은 숲 속 공기 속에 특별한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나무에는 독특한 솔향기가 있다. 이를 피톤치드라고 한다. 피톤치드(phytocide)는 식물이 세균, 곰팡이, 해충을 쫓고 다른 식물이 못 자라도록 내뿜는 다양한 휘발성물질로 피톤치드에 속하는 성분은 수 백 가지이다.
이중 피넨(pinene), 캄펜(campene) 등의 성분을 사람이 들이마시면 혈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몸을 지켜주는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는 등의 산림욕 효과가 널리 알려졌다.

2015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보고서 '산림휴양공간에서 임상에 따른 피톤치드 농도 비교'에 따르면 피톤치드 연평균 농도는 침엽수 숲은 0.840㎍/㎥으로 높았고, 활엽수 숲(0.310㎍/㎥)의 약 2.7배 수준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은 0.622㎍/㎥으로 비교적 높았다.
계절별로는 여름(7월)이 약 0.9㎍/㎥로 농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가을(9~11월)과 늦봄(5월)이 0.40㎍/㎥이며 이른 봄(3월) 0.2㎍/㎥으로 낮았다. 이 결과를 보면 숲의 녹음이 짙어지는 5월부터 잎이 떨어지는 가을까지 피톤치드 농도가 높음을 보여준다.
시간대별 피톤치드 농도는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에 낮은 농도를 보이다가 늦은 오후에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기온이 낮은 밤에 높은 농도를 보였다. 최고농도는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즉 숲 속 나무에 의해 생산된 피톤치드가 지온이 낮은 이른 아침 시간에 지표면에 많이 축적되어 머물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면 산림욕을 할 때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 농도는 침엽수 숲 또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괜찮으며, 계절적으로는 나뭇잎이 있는 봄부터 가을까지가 좋은데 7월에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다. 하루 중 시간대로 보면 기온이 낮은 아침 시간대 (6시~12시)가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 보다는 피톤치드 농도가 높았다.

대 사상가 칸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지팡이를 짚고 숲 속 사색의 길을 매일 걸었다고 한다. 대 사상가 칸트의 건강과 사색을 도운 것이 숲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피톤치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피톤치드 발생량은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며, 동일종이라도 계절별, 일별, 시간별로 다른데 피톤치드 생산량이 많은 숲이 그 만큼 효과가 크다고 하겠다. 피톤치드를 포함하는 정유의 양을 나무 종류별로 살펴보면, 소나무가 1.3㎖/100g이며, 전나무가 3.3, 잣나무가 2.1, 리기다소나무가 0.8, 향나무가 1.4, 편백나무가 5.5㎖/100g이다.
집 근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전나무나 잣나무에 비해 절반 정도이지만 미국에서 들어온 리기다소나무에 비해서는 1.6배 정도 높다. 많이 알려진 편백나무는 소나무보다 4.2배 높으며,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삼나무 역시 소나무보다 3배 높다.
산림욕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피톤치드 뿐 아니라 산책이라는 걷기운동이다. 맑고 깨끗한 산소가 많은 숲 속 공기,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피톤치드, 아름다운 초록색 숲길, 지저귀는 예쁜 새소리,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 이 모든 것이 걷는 것 자체를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산림욕 효과는 배가된다.

바쁜 도심 생활이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시간을 내어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주변 숲 속을 걸어보면 좋겠다. 숲 속 산책하며 산림욕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은주 /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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