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뻐꾸기가 피해 인가로 왔다

조홍섭 2013.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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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란 명수 뻐꾸기는 인가 접근 꺼려

기생에 취약한 서식지일수록 둥지의 가짜 알에 민감

 

 01148345_P_0.jpg »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신의 알을 밀어내고 자란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가 자기보다 더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으로 유명한 탁란은 유명한 기생 방식이다. 어미가 없는 사이 뻐꾸기가 몰래 낳아놓고 간 알은 먼저 부화해 숙주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죽인다. 결국, 숙주는 자신의 새끼를 기르지도 못하고 그 노력과 시간을 엉뚱하게 자신을 해치는 기생자를 키우는데 쏟게 된다.
 

이런 치명적 피해를 막기 위해 수많은 방어수단이 진화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탁란하는 알을 알아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처럼 개방된 둥지를 트는 새들은 뻐꾸기의 맞춤한 탁란 대상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제비는 좀처럼 그런 기생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01131317_P_0.jpg » 인가에 둥지를 튼 제비가 새끼를 기르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제비는 사람 가까이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탁란을 피하게 된 걸까. 사실 공원과 녹지가 풍부한 도시에는 새들도 많지만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중국 연구자들은 이런 점에 착안해 제비는 뻐꾸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실내에 둥지를 틀게 된 것 아니냐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자들은 진짜와 흡사한 가짜 뻐꾸기 알을 만들어 제비 둥지에 넣은 뒤 제비가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비율을 유럽과 중국에서 조사했다. 유럽의 제비는 대개 실내에 둥지를 틀지만 중국에서는 야외에 둥지를 짓는 제비가 많다. 예상대로 중국 제비가 가짜 알을 골라내는 능력이 유럽 제비보다 뛰어났다.
 

연구진은 “유럽 제비들은 둥지를 뻐꾸기가 오지 못하는 실내에 짓도록 진화했고, 그에 따라 뻐꾸기 알을 골라내 내버리는 기술은 덜 발달하였지만, 중국 제비는 상당수가 탁란에 취약한 외부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자신의 알과 외부 알을 예민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제비들 가운데도 인가를 떠나 자연에 둥지를 트는 개체들일수록 탁란의 피해를 입는 비율이 높았다.
 

03467318_P_0.jpg »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제주에 모여 떠날 채비를 하는 제비 무리.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논문에서 “인가에 가까운 곳에서 번식하는 제비일수록 탁란의 위험을 줄이는 선택 이득을 누린다. 뻐꾸기도 실내보다는 실외에 있는 제비 둥지에 탁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실로부터 새들은 기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간에 접근한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제비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남극을 뺀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공중에서 벌레를 잡는 최적의 형태로 진화했다. 이제까지 제비가 인가에서 번식하는 이유는, 사람이 벌레잡이를 하는 제비를 용인했기 때문으로 설명해 왔다.

 

또 제비는 인가로 와 뻐꾸기 공포로부터 벗어났지만 아직도 뻐꾸기를 만나면 추격하고 밀어내는 등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ang, W. et al. (2013). Avoiding parasitism by breeding indoors: cuckoo parasitism of hirundines and rejection of eggs.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DOI 10.1007/s00265-013-1514-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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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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