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의 새로운 호흡법, 공기 방울 흡입

조홍섭 2020.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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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올챙이 공기 방울로 물 표면장력 회피…도롱뇽 유생도

ta1.jpg » 올챙이가 물 표면에 입을 벌려 공기주머니를 만드는 방식으로 공기를 흡입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표면장력 때문에 물 밖으로 입을 내밀 수 없어 이를 우회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커트 스웽크 제공.

연못이나 수조 속 올챙이를 관찰하면, 물 표면으로 헤엄쳐 올라왔다 작은 공기 방울을 남기고 다시 가라앉는 행동을 종종 볼 수 있다. 흔히 알려진 올챙이의 이런 행동이 척추동물에서 처음 발견되는 독특한 ‘공기 방울 호흡법’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커크 스웽크 미국 코네티컷대 생태·진화생물학 교수 등은 “올챙이를 잡아먹는 도롱뇽을 연구하다 우연히 이 행동에 주목하게 됐다”며 “초당 500∼100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접사비디오 촬영을 통해 올챙이의 행동을 조사했더니 표면장력을 회피하는 새로운 호흡법이 드러났다”고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표면장력이란 물 분자끼리 서로 강하게 잡아당겨 뭉치는 힘으로, 유리 위 물방울이 둥근 이유이다. 물 표면은 표면장력에 의해 얇고 탄력 있는 막처럼 기능하기 때문에 소금쟁이 같은 가벼운 곤충과 거미 등이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다닐 수 있다.

그렇다면 물속에 사는 작은 동물에게 표면장력은 어떻게 작용할까. 연구자들은 “작고 가벼운 물속 동물에게 물 표면은 지붕처럼 공기 속으로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물 표면의 이런 특징은 작은 올챙이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물고기 등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개구리는 종종 산소가 부족한 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올챙이는 아가미가 있지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주지 못한다. 그 대응책으로 알에서 깬 올챙이는 사흘 만에 허파가 생겨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문제는 3㎜ 크기의 올챙이의 중량과 속도로는 표면장력으로 뭉친 물 표면을 뚫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촬영한 고속영상을 보면, 어린 올챙이는 주기적으로 전속력으로 물 표면을 향해 헤엄쳐 돌파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튕겨’ 나온다.

ta2.jpg » 올챙이 두 종의 공기 방울 호흡법. 입을 물 표면에 밀착해 입속으로 표면을 당긴 뒤 입을 닫아 공기주머니를 떼어낸 뒤 허파 속으로 밀어 넣고, 남은 공기 방울을 뱉어낸다. 스웽크 외 (2020) ‘왕립학회보 비’ 제공.

연구자들이 발견한 올챙이의 공기 방울 흡입법은 바로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진화한 행동이다. 연구자들이 5종의 북미산 개구리를 대상으로 확인한 새 호흡법은 이렇다.

먼저 올챙이는 물의 아래 표면에 입을 대고 한껏 벌린다. 벌린 입은 원반 형태여서 물 표면과 밀착된다. 물 표면이 구강 속으로 끌려들어 온 형태가 된다. 올챙이는 허파를 압축해 그곳의 공기를 입으로 보낸다. 허파에서 온 공기와 밖의 신선한 공기가 구강에서 섞인다. 

이제 입을 닫아 구강 속 물 표면을 잘라내 공기주머니로 만든다. 공기주머니를 압축해 허파로 보낸다. 허파의 부피는 구강보다 작기 때문에 남은 공기는 방울 형태로 입 밖으로 뱉어낸다.

이 모든 과정은 0.3초 동안 벌어지기 때문에 맨눈으로 보면 올챙이가 물 표면에 나와 입을 벌렸다 다문 뒤 물속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기 방울을 내놓는 것처럼 보인다. 스웽크 교수는 “올챙이가 그저 물 표면에서 호흡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러나 올챙이가 자라 몸이 커지면 빠른 속도로 물 표면을 돌파해 공기를 흡입한다. 공기 방울 흡입법은 어린 올챙이 때만 쓰는 호흡법인 셈이다.

ta3.jpg » 표면장력을 돌파하지 못하는 작은 올챙이는 표면에 입을 벌려 공기 방울 호흡을 하지만(왼쪽) 몸이 커지면 물 밖으로 입을 내 직접 공기를 호흡한다. 스웽크 외 (2020) ‘왕립학회보 비’ 제공.

연구자들은 올챙이 이외에 도롱뇽 유생도 마찬가지로 공기 방울 흡입으로 호흡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 물속 곤충인 물방개, 모기 유충, 일부 다슬기 등도 물 표면에서 날카로운 관으로 표면장력을 뚫는 등의 방식으로 공기 호흡을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웽크 교수는 “개구리처럼 엄청난 연구가 이미 이뤄졌고 가장 흔한 동물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다는 건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된다”며 “막상 연구에 들어갈 때면 모든 것이 이미 밝혀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는 아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19.270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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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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