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쓰레기 대란을 피하려면 쓰레기 감량 급하다

이동수 2019.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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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 내년 시행, 10% 삭감 어기면 반입정지 조처 가능

05822244_P_0-1.jpg »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폐기물 수송차량이 싣고 온 생활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수 기자

2020년부터 서울·경기·인천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량을 2018년 반입량보다 10% 줄여야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20년부터 반입총량제를 실시하면서 2020년 반입량을 2018년 전체폐기물 반입량의 90%로 정했기 때문이다. 반입총량제 적용 대상은 소각 등을 거치지 않은 직매립 생활폐기물이다. 이를 어기면 2배의 수수료를 물거나 5일간의 반입정지 조처를 받게 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직접적인 배경은 2015년 46만5천톤, 2016년 52만9천톤, 2017년 56만7천톤, 2018년 70만6천톤 등으로 갈수록 쓰레기 반입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반입량으로 예정보다 빨리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필요한 폐기물매립장 대체 후보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서울, 인천, 경기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반입총량 제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020년 반입총량은 정해졌고 매립 대상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 지자체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05328731_P_0.jpg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20년부터 반입총량제를 실시하면서 2020년 반입량을 2018년 전체폐기물 반입량의 90%로 정했다. 대체 후보지가 없고 반입량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내린 조처다. 무인기로 촬영한 수도권매립지 매립 현장 전경.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술이 발전해도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첫째, 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은 거의 100%가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폐기물이므로 지자체 입장에서 매립지 반입량을 줄이기 위해 얼핏 가장 단순한 방법은 종량제봉투 배출 폐기물을 소각으로 돌리는 것이다. 공공소각장의 처리비용은 톤당 5만원 수준인데 매립지 반입수수료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의 경우 톤당 6만 2천원 정도이기 때문에 2배로 오른 매립지 반입수수료보다 공공소각장의 처리비용이 훨씬 싸다. 따라서 소각처리량을 늘려 생활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먼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공소각장의 처리비용은 5만원이지만 민간소각장에 위탁처리하면 비용은 톤당 25만원 수준으로 5배가 뛴다. 따라서 매립폐기물 반입량을 줄이기 위해 소각을 선택하는 것은 공공소각장의 처리용량이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인천과 경기도의 경우에는 매립반입량의 10%를 모두 소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아직 있지만 서울의 경우 매립량의 10%를 모두 소각하기에는 현재 용량이 부족하다.

소각은 지자체의 입장에서 당장은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공공소각장 처리용량 여유분을 채울 때까지 우선 소각장으로 폐기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각장 용량이 여유가 있다고 해서 매립량을 모두 소각용량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는 당장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 문제의 악화로 이어지고 인근 주민의 반대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근시안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설을 위한 폐기물관리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선택으로서 사회적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각으로는 폐기물로부터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소한만 얻으며 그 대가로 온실가스와 여러 독성 유해물질을 배출하며,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두고 재활용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각의 활성화는 자칫 재활용의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01044417_P_0.jpg » 쓰레기를 줄이기보다 손쉽게 소각량을 늘리려다가는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2005년 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 앞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4월 준공을 앞두고 시운전을 위해 쓰레기가 반입되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두번째 대안은 종량제봉투 배출 폐기물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우선 분리배출을 더 철저히 해서 종량제봉투로 들어가는 폐기물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현재 분리배출이 잘 되지 않는 대표적 항목이 종이와 플라스틱이며 이들의 분리배출 비율은 둘 다 총 배출량의 40% 전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두 항목의 분리배출비율을 증가시키면 종량제봉투 배출이 줄어들 수 있다. 그 대신 재활용대상이 되는 폐기물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일종의 풍선효과이다. 

그런데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높은 편이지만 이는 겉보기일 뿐이며 질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재활용 분리배출을 더 늘리는 것이 마냥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두 번째 대안은 재활용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른 여러 노력과 병행이 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활폐기물 배출량을 원천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가정에서부터 생활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을 소각장이나 재활용으로 돌리는 것은 그 과정에서 물질과 에너지 자원이 소비되며 오염물질의 발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차선책이다. 이 원천적 감량이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w1.jpg » 그림 1. 국민소득과 폐기물 발생량의 관계 (자료출처: http://www.atlas.d-waste.com/)

w2.jpg » 그림 2. 우리나라 폐기물 배출량 추세 (배출량자료 출처: 전국폐기물발생및처리현황 (1994~2017), 환경부

원천적 감량이 최선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은 세계적 합의이며 여러 개발국에서는 이미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폐기물발생량은 대체로 소득수준에 비례하는데, 잘 사는 나라는 소비수준이 높아 폐기물 발생도 많기 때문이다(그림 1). 따라서 그만큼 감량의 필요성과 당위성도 크며, 당연히 그를 이루어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반면 개발도상에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도 폐기물 문제가 이미 심각하거나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 감량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방향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갈 여력이 아직 부족하고 당장의 처리·처분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우선 우리나라의 총 폐기물배출량은 감소는 커녕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림 2). 그림 1을 보면 우리나라의 현재 1인당 생활폐기물배출량은 비슷한 소득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보다는 약간 작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림 2). 무려 20여 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는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최소한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미 경제 대국이며 최근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나 개발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마땅히 그리고 속히 변화시켜야 할 현실이다. 

2005년 수도권매립지에 음식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던 결정은 당시 매립지 운영상의 필요가 그 직접적 배경이었지만, 그 영향은 빠른 시일 내에 매립지를 벗어나 전국의 음식폐기물 뿐만 아니라 생활폐기물 재활용에 큰 긍정적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이제 이번의 직매립 10% 감량의무를 기회로 생활폐기물 처리도 재활용을 넘어서 생활폐기물의 원천감량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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