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에 쫓긴 퓨마의 굴욕
미 보호구역서 코요테 피해 울타리 난간에 쪼그려 앉은 `숲의 사자' 2마리
재규어, 늑대에 밀리는 '2인자'…유전적으로 사자보단 치타에 가까워
» 밑에서 지키는 코요테에 쫓겨 울타리 난간에 쪼그려 앉은 '숲의 사자' 퓨마. 사진=로리 아이버슨,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퓨마는 호랑이, 사자, 재규어에 이어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네 번째로 큰 포식자로 `숲 사자'로 불리는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육식동물이다. 하지만 그건 백과사전의 얘기일 뿐 현장에선 얼마든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직원 로리 아이버슨은 지난달 28일 와이오밍 주 국립 엘크 보호구역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퓨마 두 마리가 개과의 코요테 5마리에 쫓겨 울타리 난간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퓨마는 어린 개체였는데, 코요테가 접근하자 개울 위의 울타리로 피신하는 등 처지가 옹색해졌다.
» 코요테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개울 위 울타리 난간에 올라간 어린 퓨마. 사진=로리 아이버슨,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한 시간쯤을 버티다 퓨마 한 마리는 결국 울타리를 내려와 숲 속으로 줄행랑을 쳤고 코요테들은 의기양양하게 추격했다. 나머지 퓨마는 겁에 질렸는지 달아나지도 못하고 울타리 밑 풀숲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아이버슨은 밝혔다.
어린 퓨마들은 호된 경험을 했지만 31일 야생동물국이 확인했을 때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 퓨마 한 마리가 코요테를 내려다 보며 잔뜩 경계하고 있다. 사진=로리 아이버슨,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 퓨마 한 마리는 결국 울타리를 내려와 숲 속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사진=로리 아이버슨,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퓨마는 수컷 성체가 길이 2.4m, 무게 62㎏에 이르는 대형 고양이과 동물로 주로 사슴 등 유제류를 먹이로 삼지만 목장의 가축도 노리고 쥐나 곤충 등 작은 동물도 마다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어서 재규어, 늑대, 회색곰 등에는 밀린다. 코요테가 어린 퓨마를 위협한 것은 먹이가 겹치는 경쟁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전적으로는 사자보다 치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