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 뱃속에 단세포 ‘문어’ 득실
캐나다 과학자, 흰개미 창자서 새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발견
20개 편모로 헤엄치는 특이한 모습, 러브크래프트 판타지 신화서 이름 따
» 흰개미의 창자 속에서 새로 발견된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편모와 헤엄치는 모습이 문어와 닮았다. 막대는 0.01㎜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오래된 문화재의 기둥을 갉아먹어 골칫거리인 흰개미는 자연계의 중요한 분해자 구실을 한다. 그런데 단단한 목질을 이루는 리그닌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생물은 정작 흰개미가 아닌 그 창자 속에서 공생하는 원생생물 등 미생물이다.
흰개미 뱃속의 공생 원생생물은 매우 다양하지만 어떤 것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아주 크다. 이번에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들은 아주 작은 흰개미 뱃속 원생생물을 연구하다 특이한 모습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크툴루’란 이름의 속으로 분류된 새로운 원생생물은 문어처럼 생겼는데 20개의 편모를 움직여 헤엄친다. 길이는 0.01~0.02㎜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이다.
» 크툴루 편모의 자세한 모습. 막대는 2㎛.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연구진은 미국의 저명한 호러, 판타지, 공상과학 소설가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지은 가상의 괴물 이름을 이 단세포 생물에 붙였다. 이 괴물은 문어 머리와 촉수가 달린 턱, 박쥐 날개가 달린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 가상의 괴물 크툴루의 모습. 그림=벤두키위,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또 새로 발견된 다른 속의 원생생물에도 크툴루의 숨겨진 딸인 ‘케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 주 저자인 에릭 제임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는 “처음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특이하게 움직였는데 거의 문어가 수영하는 것 같았다.”라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발견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3일치에 실렸다.
■ 단세포 '문어' 크툴루가 헤엄치는 유튜브 동영상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mes ER, Okamoto N, Burki F, Scheffrahn RH, Keeling PJ (2013) Cthulhu Macrofasciculumque n. g., n. sp. and Cthylla Microfasciculumque n. g., n. sp., a Newly Identified Lineage of Parabasalian Termite Symbionts. PLoS ONE 8(3): e58509. doi:10.1371/journal.pone.0058509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585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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