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헤엄쳤다, 개처럼
중국 스촨성서 육식공룡이 강바닥에 남긴 발자국 화석 발견
키 1m 육식공룡이 첨벙대며 강 건너…강변은 '공룡 고속도로'였던 듯
» 육식공룡이 강을 첨벙거리며 건너는 상상도. 그림=나탄 로저스, 앨버타 대
물개나 고래처럼 날씬한 체형을 갖춘 동물만 수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나 말도 헤엄을 잘 친다. 따라서 얕은 강을 만난 공룡이 망설임 없이 물속을 첨벙거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증명하느냐이다.
북경 지구과학 대학과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진은 <중국과학통보> 4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공룡이 헤엄쳤다는 여태껏 나온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중국 쓰촨성에서 광산 개발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조사한 결과 공룡이 물속에서 상당한 거리를 걸었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나왔다는 결론을 얻었다.
» 육식공룡이 물에 뜬 상태로 강 바닥에 남긴 발자국 화석. 사진=북경 지구과학대학 칭 리다
연구에 참여한 스코트 퍼슨스 박사는 “발톱 자국으로 보아 두 발로 걷는 육식 공룡이 발끝이 강바닥에 간신히 닿을 정도의 수심인 강을 헤엄쳐 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앨버타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발자국 화석은 양쪽 발자국이 15m에 걸쳐 교대로 찍혀 있다.
이 화석에는 강바닥의 물결 흔적과 바닥이 말라 갈라진 흔적도 함께 남아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때 건기와 우기가 교차했던 강의 생태계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퍼슨스는 “긴 목을 가진 거대한 초식 공룡의 발자국도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강변이 공룡들이 무리지어 이동하던 ‘고속도로’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물속 발자국을 남긴 육식 공룡은 엉덩이까지의 키가 1m로 정확한 종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에서 발굴된 다른 화석에 비춰 초기 티라노사우루스이거나 시노칼리옵테릭스로 추정된다.
» 중국 스촨성의 공룡의 물속 보행 화석 산지. 광산 개발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사진=북경 지구과학대학 칭 리다
공룡이 물속에서 남긴 발자국 화석은 2007년에도 스페인에서 발견된 적이 있으며 올해엔 호주의 공룡 발자국 화석 4000여개가 강물 속에서 찍힌 발자국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경남 고성 등에서 다량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있으나 물속에서 찍힌 것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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