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남극, 세계에서 온난화 가장 심각 드러나

조홍섭 201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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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남극 기지 1958~2010 측정서 2.4도 상승 밝혀져

<네이처 지구과학> 논문, 남극도 그린란드처럼 지구온난화 영향

 

Julien Nicolas, Ohio State University.jpg » 서 남극 비어드 기지와 다른 남극기지에서 1979~2011년 동안 측정한 연평균 기온의 상관관계. 서 남극의 온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사진=데이비드 브롬위치 외, <네이처 지구과학>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온대지역 국가에 강추위로 나타난다. 북극이 급격히 온난화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감싸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더 아래까지 찬 공기의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올 여름 그린란드의 얼음이 사상 최대 규모로 녹는 등 북극의 온난화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 관련 기사: 나흘 새 표면의 97%가 녹아, 그린란드에 무슨 일이
 

그렇다면 왜 남극의 얼음은 멀쩡한 걸까. 이 문제는 전 세계 기후학자들이 머리를 싸매는 난제이다. 그런데 남극에도 그린란드 못지않은 온난화가 진행중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버드 극지연구센터 연구진들은 최근 <네이처 지구과학>에 실린 논문에서 서 남극 한가운데 위치한 미국의 버드 기지에서 1958~2010년 동안 연평균 온도가 2.4도 상승한 것으로 밝혀져, 이제까지 추정했던 상승폭보다 2배 컸으며 지구 전체로도 가장 온난화가 많이 진척된 곳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폈다.
 

Henry Brecher, Ohio State University.jpg » 서 남극에 있는 미국의 비어드 기지 모습. 사진=헨리 브레처,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들은 논문 서론에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했다.
 

표면이 녹는 범위가 최근 급증한 그린란드와 달리 서 남극은 온난화의 명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다. 문제는 서 남극 온도가 1950년대 이후 정말 별로 변하지 않거나 심지어 떨어졌는지, 아니면 상승했는데 표면을 녹일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는지이다. 다시 말해, 서 남극은 이제 그린란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걸까. 그렇다면 예외적으로 남극 여름 온도가 높아 서 남극의 넓은 지역에서 표면이 녹았던 2005년 1월 사태는 이런 전환의 전조였던 걸까."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남극의 여름(12월~2월) 동안 온난화가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남극 기지에서 온도는 가장 기본적인 측정 항목일 텐데 여태까지 온도 상승폭이 논란거리였던 이유는 뭘까.

ngeo1671-f2.jpg » 서 남극 비어드 기지에서 측정한 연평균 온도 변화. 점선은 5년 이동 평균.

 

남극 대륙 안에 위치한 이 기지에 전문적 기상학자가 상주했던 초창기와 이후 방사능 붕괴 열을 이용해 온도 측정기기를 작동했을 때의 온도 자료는 충실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1980년대 남극을 비핵지대로 만들면서 온도 측정기의 동력원이 자동차 배터리와 태양광 발전기로 바뀌었는데, 이후 종종 고장을 일으켜 측정이 안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연구진은 데이터의 빈틈을 컴퓨터 기후모델로 보정해 이번 결론을 이끌었다. 여태까지 과학자들은 서 남극에서 뚜렷한 온도 상승을 관찰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온도 상승이 태평양의 바람과 기상패턴이 변해 일어났으며 주로 1980년대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해석했다.

 

ngeo1671-f3.jpg » 1958~2009년 사이 전 세계에서 측정한 온도 변화 폭. 아래 큰 원이 비어드 기지이다. 그림=<네이처 지구과학>
 

서 남극은 남극 대륙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빙상의 뿌리가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얼음이 녹으면 세계의 해수면을 적어도 3m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그런 일이 당장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 수십~수백년 동안의 일이긴 하다.

 

남극은 추운 곳이라 온난화가 일어난다고 바로 얼음이 녹지는 않는다. 버드 기지만 해도 가장 온도가 높은 한여름의 최고기온은 영하 10도에 머문다. 하지만 온난화는 종종 남극 표면 얼음을 녹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일은 2005년에도 일어났다.

g.picard.jpg » 2005년 남극 표면의 얼음이 녹은 일수. 서 남극에서 녹은 지역과 기간이 가장 길었다. 그림=<네이처 지구과학>

 

이런 온도 상승이 남극 빙상에 당장 끼치는 영향도 있다. 빙하의 표면이 녹으면 녹은 물이 빙상의 틈(크레바스)으로 스며들어간다. 이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면 얼음층의 틈을 벌리는 구실을 해 빙상의 붕괴를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2년 겨울에는 남극 북부에 있던 두께 220m, 면적 3250㎢의 라르센 비 빙붕이 불과 한 달여만에 붕괴해 바다로 떨어져 나간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빙붕은 지난 1만 2000년 동안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것이었다.

 

Robert A. Rohde_Larsen_B_Collapse.jpg » 2002년 남극의 라스무센 비 빙붕이 붕괴되기 직전의 모습. 사진=로버트 로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nasa_larsenb_tmo_20020131.jpg » 라스무센 비가 떨어져 나간 뒤 모습.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entral West Antarctica among the most rapidly warming regions on Earth
David H. Bromwich, Julien P. Nicolas, Andrew J. Monaghan Matthew A. Lazzara Linda M. Keller George A. Weidner Aaron B. Wilson
Nature Geoscience, doi:10.1038/ngeo167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12월26일 오후 5:51 도표 등 내용 보충

■ 2013년 3월17일 '비어드 기지'는 '버드 기지'가 맞는 표기이기에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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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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