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15일 이상 긴장 상태 유지할 수 있다

조홍섭 201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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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절반씩 교대로 자면서 생긴 '초 집중력'…15일간 한 순간도 긴장 놓지 않아

폭풍으로 실험 중단, 얼마나 더 집중력 유지하는지는 몰라

 

Brian Branstetter.jpg » 15일간 변함없는 집중력을 보인 30살 난 암컷 병코돌고래 '세이'. 사진=브라이언 브랜스테터

 

포유류인 고래는 육지를 떠나 바다로 감으로써 거추장스런 중력을 부담을 털어내고 마음껏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다에서의 삶은 대가를 요구했다. 달콤한 숙면을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다. 고래는 주기적으로 물 위에 올라와 호흡을 해야 익사를 피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방법으로, 고래는 늘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수면방법은 부차적으로 고래에게 경계 또는 긴장을 장시간 유지하는 능력을 주었다.
 

브라이언 브랜스테터 미국 국립해양포유류재단 동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 17일치에 돌고래가 얼마나 오랫 동안 이런 집중력을 유지하는지 실험한 결과를 보고했다.
 

dolfin2.jpg » 돌고래 집중도 실험 장치. 1~8은 전파 송신과 발신 장치이며 1과 8 사이에 있는 것은 돌고래가 먹이를 탐지했을 때 건드리는 응답판이다. 그림=플로스 원

 

실험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만에서 벌어졌는데, 바다 위에 울타리를 두르고 병코돌고래를 넣은 뒤 전파발신기를 이용해 마치 실제 먹이가 있는 것처럼 신호를 준다. 돌고래는 박쥐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낸 뒤 반사파를 감지해 먹이의 위치를 찾는다. 반향 위치 측정이라 불리는 이 기능은 먹이 잡기는 물론 동료 무리와 헤어지지 않고 천적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람의 음향탐지 기술보다 기능이 월등하다.
 

실험은 먹이를 흉내낸 전자 신호의 위치와 거리, 지속시간을 수시로 바꾸면서 돌고래가 ‘먹이’를 찾도록 해 성공하면 보답으로 물고기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기엔 30살 난 암컷 병코돌고래 ‘세이’와 26살 난 수컷 병코돌고래 ‘네이’가 참가했다.
 

닷새 동안 연속적으로 먹이를 찾도록 하는 실험에서 두 돌고래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네이는 75~86%, 세이는 99%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세이는 매일 78.4회씩 닷새 동안 계속된 실험에서 단 두 번만 실수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세이가 얼마나 장기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30일 기한의 실험에 착수했지만 폭풍이 불어 15일 만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세이가 보인 능력은 놀라웠다. 하루 24시간 중 불시에 임의의 장소에서 나타났다 곧 사라지는 먹이 신호를 세이는 7일 동안은 100% 맞췄고 나머지 기간에도 모두 90%가 넘는 적중률을 나타냈다.
 

dolfin3.jpg » 돌고래 세이의 실험 일수별 정답률. 도표=플로스 원

 

연구진은 “세이가 정답을 맞추고는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르는 등 실험을 아주 좋아한다”며 돌고래의 개별 성격이 성적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장기간 계속되는 집중력은 두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행동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해석했다.
 

뇌의 반구 수면은 새에게도 나타나는 행동이다. 휴식을 취하는 새 무리의 바깥쪽 새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자는데, 대개 바깥을 향해 한쪽 눈을 뜬다. 돌고래도 한쪽 눈을 뜨고 자는데, 새들과 달리 뜬 눈은 바깥보다는 동료 무리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돌고래에게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연구진은 돌고래가 이처럼 지속적인 경계를 유지하게 된 이유의 하나로 상어의 위협을 들었다. 돌고래는 늘 상어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에 놓여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서의 한 조사에서는 성체 병코돌고래의 74%에서 상어에게 물린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상어는 어린 돌고래를 노려, 새끼를 낳은 어미 돌고래를 적어도 두 달 동안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Faraj Meir.jpg »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는 어미 돌고래. 약 두 달간 어미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파라즈 메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논문은 “돌고래의 이런 능력은 사람 시각에선 극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돌고래에겐 생존을 위해 일상적인 대단할 것 없는 행동”이라며 “뇌 반구의 교대 수면이 항상적인 긴장 상태를 낳는다는 생리학적 증거를 찾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기적의 자가치유' 돌고래, 신비의 물질은 뭘까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olphins Can Maintain Vigilant Behavior through Echolocation for 15 Days without Interruption or Cognitive Impairment
Branstetter BK, Finneran JJ, Fletcher EA, Weisman BC, Ridgway SH
PLoS ONE 7(10): e47478. doi:10.1371/journal.pone.004747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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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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