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흙에 파묻는 고양이의 속사정-낯설어서 더 끌리는 매력

조홍섭 201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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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새 고양이 입양 대부분, 깔끔한 성격에 손 덜가

가축화 역사 짧아 독립적 포식자 형질 남아

 

박미향.jpg » 최근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양이의 매력은 뭘까. 사진=박미향 기자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지난해 조사한 바로는 인구 10명 가운데 3명이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데 개가 83%로 압도적이고 고양이는 12.5%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건 개를 기르는 사람의 32%가 7년 이상 개를 기르고 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으로 고양이를 기른다는 사람의 37%가 사육기간이 1년이 안 된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1~3년이라고 답한 49%를 합친다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은 대부분은 지난 3년 사이에 고양이를 받아들였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고양이는 최근 반려동물 가운데 인기를 끄는 대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개보다 고양이를 많이 길러, 2007년 그 수는 8172만 마리로 전체 가정의 32%에 보급돼 있다. 

 

Jennifer Barnard_800px-Catstalkprey.jpg » 고양이는 가축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야성이 살아있다. 사진=제니퍼 바나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양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인 특징을 추려낼 수 있겠다. 개는 사회적 동물이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만 좀 덜렁거린다. 그래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생활을 하는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행동이 단정해 보인다. 홀로 살아야 하는 동물에겐 자칫 조그만 실수나 부상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돌봐주는 손이 개보다 덜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개보다 가축화의 역사가 훨씬 짧아 덜 친근하고 낯설지만 그것이 밀고 당기는 묘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이도 있다. 개는 가축화 역사가 고양이보다 오래다. 약 1만 5000년 전 동북아에서 늑대가 처음 길들여진 게 개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기원을 3만년 등 더 뒤로 잡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고양이의 시작은 아프리카 야생고양이로 중동에서 처음 가축화했을 것으로 본다. 이집트에서 3600년 전, 사이프러스에선 9500년 전 기른 흔적이 발견돼 논란이 있지만 아무튼 개보다 가축화 역사가 짧은 것은 분명하다.

 

쓰임새를 보면 그 차이가 실감난다. 개는 사냥과, 양떼몰이, 집 지키기, 마약 탐지, 구조, 그리고 최근엔 암 진단에까지 널리 쓰인다. 이에 비하면 고양이는 쥐처럼 농작물이나 수산물에 피해를 일으키는 동물을 잡는 구실이 고작이다. 게다가 그것도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야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야말로 가축보다는 순수한 애완동물에 가깝다.

 

고양이는 개보다 덜 친근하고 낯설다. 하지만 고양이의 매력은 그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의외로 모른다. 우리가 잠드는 사이 무얼 하는지, 또는 사람이 집을 비우는 동안 무얼 하며 노는지, 외출을 할 수 있는 고양이라면 밖에선 어떻게 지내다 돌아오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최근 동물학자들의 연구결과로부터 동물로서의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류우종.jpg » 창 밖을 내다보는 것은 고양이의 가장 큰 일이자 소일거리의 하나다. 사진=류우종 기자

 

한 이스라엘 과학자는 실내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300여명을 대상으로 고양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하는 행동이 무언지 조사했다. 그랬더니 고양이는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꽤 길어 보통 하루에 2~3시간, 길면 5시간에 이르렀다. 바라보는 대상은 새가 가장 많았고 이어 다람쥐 등의 작은 동물, 나뭇잎이나 풀, 이어 다른 고양이나 사람, 자동차 등이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놀이로는 압도적 다수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꼽았다. 사람이 빗질을 하거나 쓰다듬고, 무릎 위나 곁에 앉도록 하는 등 사람의 돌보기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고양이가 좋아하는 건 주인이 실, 깃털, 레이저 빛 등을 이용해 놀아주는 것이었고 다른 고양이와의 놀이가 뒤를 이었다.


고양이는 배설물을 흙속에 묻는다. 애초 성격이 깔끔해서가 아니다. 사자나 호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은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을 나타내는 화학물질인 페로몬이 들어 있는 배설물로 영역을 표시한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 크고 힘센 지배자뿐이다. 약한 개체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배설물을 감춰야 한다. 집에서 고양이가 배설물을 감추는 건 ‘지배적 고양이’인 당신 영역에서 살기 때문이다.

 cat.jpg » 길고양이는 넓은 활동영역을 지니고 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사진=류우종 기자

 

단독주택에서 외출을 할 수 있는 고양이는 낮과 밤의 ‘이중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구자들이 고양이 42마리에 무선발신기를 장착해 이들의 이동을 추적했다. 대부분은 건물 등 인위적 구조물에서 300m 이내에서 돌아다녔지만 개중에는 제법 멀리 다니는 개체도 있었다.

 

특히 길고양이는 활동영역이 넓은데, 한 수컷은 그 범위가 5.5㎢에 이르렀다. 서울 종로구의 4분의 1 또는 중구의 절반 면적을 건물과 숲, 들판을 가리지 않고 쏘다녔다. 뛰고 잠복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시간의 비중은 집고양이가 3%이지만 길고양이는 14%에 이르렀다.

 

이는 먹이활동과 영역 수호를 위한 것인데, 고양이는 생태계의 상층부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은 새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또 고양이끼리의 영역다툼은 고양이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쥐발개개비_길고양이_흑산도_국립공원연구원.jpg » 여름철새인 쥐발개개비가 들고양이의 밥이 됐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고양이는 물 마시는 방법도 개와 다르다. 개는 혀를 오목하게 한 뒤 그곳에 물을 담아 입속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물을 마신다. 시끄럽고 주변에 물이 튀는 요란한 방식이다.

 

고양이는 개와 혀의 모양을 반대로 해 물 표면을 밀어올려 작은 기둥 모양으로 솟아오른 물방울을 받아먹는다. 조용하고 주변에 잘 튀지 않는 반면 속도가 느려 1분에 차 숟가락 5개 분량을 먹을 뿐이다. 이런 행동은 민감한 코나 수염에 물이 묻지 않게 하려는 천성적인 조심성에서 비롯됐다(■ 관련기사: 고양이는 개보다 뛰어난 물리학 박사).

 

신효범_야리_강재훈.jpg » 가수 신효범이 입양한 고양이 야리. 사진=강재훈 기자
 

고양이의 걸음걸이는 조용하지만 에너지 낭비적이다. 사람은 개나 말과 마찬가지로 걸을 때 몸의 중심이 위아래로 출렁인다.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아주 효율적인 동작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몸의 중심이 수평을 유지한 채로 걷는다. 먹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몸집이 작고 장거리 추적을 하지 않는 고양이로서는 에너지 효율보다는 은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elissa R. Shyan-Norwalt (2005)

Caregiver Perceptions of What Indoor Cats Do "For Fun"

Journal of Applied Animal Welfare Science, 8:3, 199-209
http://dx.doi.org/10.1207/s15327604jaws0803_4

 

Horn, Jeff A;Mateus-Pinilla, Nohra;Warner, Richard E;Heske, Edward J
Home Range, Habitat Use, and Activity Patterns of Free-Roaming Domestic Cats
Journal of Wildlife Management; 2011; 75, 5; ProQuest Central Basic pg. 1177

 

Science 26 November 2010: 1231-1234.Published online 11 November 2010 [DOI:10.1126/science.119542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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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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