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의 비약, 69살 스웨덴인 사망률은 15살 수렵채취인

조홍섭 2012. 10. 26
조회수 31447 추천수 0

인류역사 8000세대 중 마지막 4세대 동안 사망률 100분의 1로

수렵채취인 사망률 현대인보다 침팬지 가까워…유전자 변화보다 환경변화 때문

 

Ian Beatty.jpg »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채취인 산 족. 인류 역사 8000세대의 삶은 생물학적으로 이들과 비슷했지만 마지막 4세대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 사진=이언 비티,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간은 동물이다. 백과사전에서 ‘인간’을 찾아보면, 인간의 위치는 분류 단계별로 동물계 척색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에 포함되는 사람종이라고 나온다. 린네가 1758년 이 종에 ‘호모 사피엔스’란 학명을 붙였다.
 

인간은 매우 특이한 동물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인간 동물 문화>(이담, 2012)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두뇌가 크고 말과 불을 사용하는 것 말고도 여러 측면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고래나 개미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일반적으로 몸이 큰 동물은 수가 적고 작은 동물은 많다. 사람은 몸이 큰데도 수가 아주 많다. 어릴 때부터 코끼리, 기린 등 큰 동물을 주로 익혀서 그런지 우리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는 실감하지 못한다. 사실 지구에 있는 생물의 95%는 달걀보다 작다.
 

Human_castle.jpg » 지구상에 사는 성인 인간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3억t에 육박해 단일한 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인간 탑 쌓기 축제.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의 인간 성인 무게를 모두 합치면 2억8700만t에 이른다. 전체 무게로 쳐 지구에 사는 어떤 단일 종보다 무겁다. 중생대 공룡도 1000종 이상으로 이뤄져 단일 종으로는 인간에 필적하지 못한다.
 

인간은 유력한 무기인 입을 소통수단으로 바꾸면서 턱 근육이 약해져 무는 힘이 침팬지의 3분의 1, 고릴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완전한 직립을 하면서 골반이 좁아져 여성은 극심한 산고를 겪고, 항문이 늘 심장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만성적으로 치질에 시달린다.
 

오래 달리기를 위한 적응 과정에서 다른 동물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게 털이 없어지고 땀샘이 발달했다. 또 성장기간이 길어 부모가 오래 돌봐야 하는 것도 약점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게 된 요인으로 큰 두뇌와 언어·소통능력, 사냥에 필수적인 오래 달리기, 불의 사용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인간에겐 다른 어떤 동물도 따라오지 못할 생물학적 능력이 있다. 잘 죽지 않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fig1.jpg » 수렵채취인과 비교한 최장수국 일본인의 사망확률을 10년 간격으로 비교한 그래프.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현저히 작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오스카 버거, PNAS

 

오스카어 부르거 독일 막스플랑크인구연구소 박사팀은 최근 선진국과 아프리카 부시먼 등 수렵채취인 그리고 침팬지의 사망률을 전 연령대에 걸쳐 비교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렵채취인의 사망률 곡선은 현대인보다 오히려 침팬지에 가까웠던 것이다.
 

 fig2-1.jpg » 영장류와 여러 부류 인간의 사망률 비교. 현대인이 수렵채취인보다 사망률이 높았던 것은 노예뿐이었다. 그림=오스카 버거, PNAS

 

수렵채취가 인간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삶의 형태임을 고려할 때, 인간의 최근 변모는 주목할 만하다. 사망 확률 면에서 일본의 72살 노인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30살 수렵채취인과 같다. 수렵채취인은 이미 다른 영장류보다 수명이 긴 상태이다. 15살짜리 야생 침팬지와 63살짜리 수렵채취인의 연간 사망확률은 4.7%로 같다. 15살 수렵채취인의 사망확률 1.3%는 69살 스웨덴인의 것과 같다. 15살의 선진국 사람은 같은 나이 수렵채취인보다 사망률이 100분의 1에 그친다.
 

fig3.jpg » 일생 중 가장 사망률이 낮을 때의 사망률 변천. 침팬지나 수렵채취인이 일정한데 비해 선진국 사람들은 1900년께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줄었다. 그림=오스카 버거, PNAS

 

기대여명으로 따져 본다면, 수렵채취인으로 태어나면 31년을 살 수 있고 스웨덴인은 1800년 32살에서 1900년 52살, 요즘엔 82살까지 산다. 인류 역사 전체인 8000세대 가운데 마지막 4세대 동안 종 차원의 비약을 한 것이다.

Woodlouse_탄자니아 이아지 호수_하드자 인_800px-Hadzabe_Hunters.jpg » 탄자니아 이아지 호수 부근에 사는 수렵채취인 아드자 인. 사진=우드라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부르거 박사는 이런 변화가 여러 나라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동물실험 결과보다 커 유전적 변화보다는 공공보건, 위생, 영양, 교육, 주택 등 환경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은 이런 지속적인 환경 개선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인간만의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uman mortality improvement in evolutionary context
Oskar Burger, Annette Baudisch, and James W. Vaupe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215627109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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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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