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한국호랑이, 연해주 새 서식지 복귀 성공

조홍섭 2015.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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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직전 어린 고아 호랑이 발견, 재활 거쳐 야생 복귀

같은 영역에 수컷 확인, 새끼 낳으면 과거 서식지 복원

 

tig1.jpg » 밀렵꾼에게 어미를 잃고 고아가 돼 굶어죽을 뻔했던 졸루스카가 새 서식지에 복원된 모습이 무인 카메라에 찍혔다.

 

2012년 2월 러시아 연해주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외딴 크로우노프카 강변을 지나던 사냥꾼들이 눈밭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다가가 보니 호랑이였다. 그러나 무서운 소리로 으르렁거리지도 숲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간신히 눈빛만 이글거리던 4개월 된 이 암호랑이는 오래 굶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동상에 걸린 꼬리 끝은 시커멓게 변색돼 있었다.
 
tig2.jpg » 탈진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출생 4개월 된 졸루쉬카.  

 

밀렵꾼이 어미 호랑이를 포획하는 동안 새끼는 도망쳤지만 제 힘으로 먹이를 잡기엔 너무 어렸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호랑이는 밀렵꾼과 맞닥뜨리면 새끼를 버리고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대항해 쉬운 표적물이 되곤 한다.
 
이 새끼 호랑이는 곧 야생동물 보호요원을 통해 지역의 재활 및 재도입 센터로 옮겨졌다. 가련한 처지의 이 어린 호랑이가 다시 야생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라는 뜻에서 사람들은 러시아 말로 신데렐라에 해당하는  ‘졸루쉬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 지부를 두고 한국호랑이(아무르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연구와 보전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계보전협회(WCS)는 22일 졸루쉬카가 재활을 거쳐 야생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호랑이의 서식지였던 바스타크 자연보호구역에 풀어놓은 이 호랑이는 최근 수컷 호랑이와 만나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이 포식자의 서식지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tig3_3_Alekseevka (c) Tara Harris (1).jpg » 졸루쉬카가 사냥 등 재활 훈련을 받은 알렉세에프카 센터의 모습. 사진=타라 해리스  

 

재활 센터에서 졸루쉬카는 사람을 회피하고 사냥을 하는 훈련을 받았다. 처음 넣어준 토끼는 잽싼 동물이지만 앞발 가격 한번에 죽였다.
 
다음 단계의 먹이인 멧돼지는 쉽지 않았다. 붙잡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두꺼운 모피와 날카로운 송곳니로 무장한 멧돼지를 죽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단계로 덩치 큰 사슴을 사냥하는 것을 해냈다. 15개월의 재활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졸루쉬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결정이 2013년 5월 내려졌다.
 
풀어놓을 장소는 과거 호랑이가 서식했지만 밀렵과 서식지 파괴, 먹이 감소로 약 40년 전 지역적으로 멸종한 바스타크 자연보호구역이었다. 이곳의 복원이 성공한다면 한국호랑이의 가장 서쪽 분포지가 된다.
 
tig4.jpg » 무인카메라에 잡힌 졸루쉬카. 무선 추적 장치를 달고 있고 꼬리가 짧아 눈에 띈다.

 

연구자들이 보호구역에 무인 촬영장치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꼬리의 3분의 1쯤이 잘려나간 졸루쉬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발자국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컷 호랑이가 같은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데일 미퀠 세계 보전 협회 러시아 프로그램 소장은 “만일 새끼가 태어난다면 호랑이가 사라진 이 땅에 성공적으로 복원됐다는 궁극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tig5.jpg » 1900년(붉은색)과 1990년(초록색) 사이에 호랑이 서식지의 93%가 사라졌다. 10만마리로 추산되던 개체수는 3200마리로 줄었다. 한국호랑이의 서식지는 러시아 연해주 일대가 유일하다. 그림=이항 서울대 교수

 

한국호랑이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 광범하게 서식했지만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1940년대에는 20여 마리로 급감해 멸종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과 국제 보전기구의 노력에 힘입어 2005년 조사에선 430~500마리로 불어났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함께 밀렵이 기승을 부려 현재 러시아 연해주 한 곳에만 남아있는 한국호랑이의 야생 개체수는 330~390마리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이 협회는 추산했다. 10년마다 하는 한국호랑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는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세계보전협회(W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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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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