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의 사냥 비밀, 초당 400회 고전압 펄스 발사

조홍섭 2014. 12. 09
조회수 43319 추천수 0

먹이에 600볼트 전기 펄스 쏘아대 전신마비 시킨 뒤 잡아먹어

감전 기다리는 은둔 사냥꾼 아냐, 숨은 먹이 찾을 때도 전기 이용

 

eel0.jpg » 전기 펄스 세례를 받아 전신이 마비된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는 전기뱀장어.

 

아마존의 전기뱀장어는 개울을 건너던 말을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전기를 낸다. 2미터 가까운 몸길이의 80% 이상이 전지 구실을 하는 세포로 이뤄져 있는 이 물고기는 600볼트의 전기를 낼 수 있다. 가정용 전기의 3배에 필적하는 고전압이다.
 

전기뱀장어가 사냥을 하고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전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패러데이가 전기의 본질을 밝일 때, 그리고 볼타가 처음 전지를 만들 때 참고한 것이 바로 이 물고기였다.
 

그러나 전기뱀장어가 어떻게 이런 능력을 구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깃줄에 손을 대는 것처럼 뱀장어가 먹이에 접촉하면 감전되는 것일까.
 

eel4.jpg » 수조 속의 전기뱀장어. 서식지인 아마존에서는 탁한 물속에서 밤에만 활동한다.

 

케네스 커타니아 미국 밴더빌트대 생물학 교수는 전기뱀장어로 실험을 거듭하면서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알았다. 탁한 물속에서 밤중에 사냥하는 전기뱀장어는 실수로 자신을 건드리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둔한 매복 사냥꾼이 아니었다. 오히려 헤엄치는 먹이를 매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
 

고속촬영으로 사냥 모습을 살펴본 결과 뱀장어의 공격은 전기충격과 빠른 공격이 결합된 것이었다. 뱀장어는 먹이가 헤엄쳐 접근하면 0.01~0.015초 동안 고압의 전기 펄스를 초당 400회 집중적으로 방출한다. 공격을 받은 물고기는 0.003초 안에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뱀장어는 먹이가 이런 일시적 마비에서 풀려나기 전에 공격한다.
 

 eel1.jpg » 전기뱀장어가 방출하는 전기 펄스(A)와 이를 맞은 먹이 물고기의 반응(B). 붉은 사진은 물고기가 펄스를 맞고 전신 마비된 이후의 상태를 가리킨다. ms는 1000분의 1초이다. 그림과 사진=커타니아, <사이언스>

 

커타니아 교수는 “전기뱀장어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먹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사실이 놀라웠다. 뱀장어가 전기 펄스를 일제히 방출하는 것은 테이저건과 매우 유사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테이저를 맞으면 근육이 멋대로 뒤틀린다.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커타니아 교수의 실험에서도 뱀장어의 전기 펄스는 운동신경을 노렸다. 차이가 있다면, 테이저가 1초에 19번 고압 펄스를 방출한다면 전기뱀장어는 400번을 낸다.

 

eel2.jpg » 전기뱀장어가 두세개로 이뤄진 전기 펄스를 방출해 숨어있는 먹이의 경련을 유도한 뒤 이를 감지해 잡아먹는 모습. 그림과 사진=커타니아, <사이언스>
 

게다가 뱀장어는 숨어 있는 먹이를 찾는 데도 전기 펄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급격한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펄스 두세개를 먹이가 숨어있는 곳에 발사하면 이를 맞은 동물은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데 이런 움직임으로 위치를 파악해 공격하는 것이다.
 

eel3.jpg » 전기뱀장어는 둔한 매복자가 아니라 리모콘을 활용하는 사냥꾼임이 밝혀졌다.

 

결국 전기뱀장어는 둔한 매복자가 아니라 전기를 리모트 콘트롤처럼 이용해 먹이를 찾아 굴복시키는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5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enneth Catania,  “The shocking predatory strike of the electric eel”,  Science 5 December 2014, Vol 346 Issue 6214.
doi: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60807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케네스 커타니아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