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지방정부가 나섰다

이유진 2014. 12. 15
조회수 23079 추천수 0

국가는 국익 먼저, 도시는 시민 삶 먼저 고려

이클레이(ICKEI) 등 탄소 배출량 삭감 등록·공개 선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4일 새벽 1시(현지 시각) 공식 협상시한을 하루 넘기는 우여곡절 끝에 '기후행동을 위한 리마 요청'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공식일정을 넘기는 일은 이제 당사국총회의 전통이 됐다. 그만큼 국익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맞서기 때문이다. 이런 교착을 풀기 위해 지방정부가 나섰다. '원전하나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벌이고 있는 서울시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리마 총회에 참석한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총회 참석기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COP20_Lima_inauguration_Reinel_1_Dec_2014.jpg » 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0차 당사국 총회 개막식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9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인 ‘시장협약(Compact of Mayors)’을 발표하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지도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박 시장이 이클레이(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ICLEI)를 대표해 참석한 것이다.
 
20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0)가 열리는 이곳, 페루 리마에서 지난 9월 ‘시장협약’ 발표의 배경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협약’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결과를 이클레이 탄소기후등록부(cCR)에 등록하고 매년 공개하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체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펼치고, 평가도 받겠다는 것이다.
  
리마 기후변화총회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COP21에서 결정될 신기후체제를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0년부터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예외 없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한 기준, 협의 절차, 검증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번 회의에서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해묵은 갈등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lima small.jpg »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가 열린 페루 수도 리마. 산기슭의 주택가가 눈길을 끈다. 리마 기후변화총회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COP21에서 결정될 신기후체제의 협상 문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도시가 앞장서서 유엔의 온실가스 감축 방식(IPCC 가이드라인)에 맞춰 배출량 저감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클레이는 2010년부터 지방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탄소기후등록부를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44개국 500개 도시가 등록했지만 문제는 배출량 측정과 보고방식이 제각각이고, 업데이트도 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9월 ‘시장협약’ 발표를 기점으로 지방정부에 적합한 측정시스템을 개발해 신뢰성을 높였다.
 
2년간 준비를 거쳐 이번 리마 기후변화총회에서 지방정부 온실가스 배출 인벤토리를 위한 국제 프로토콜(GPC 2.0)을 발표한 것이다. GPC 2.0은 도시의 온실가스 감축량 보고와 검증을 위한 표준 측정시스템으로, 시장협약에 참여하는 도시들은 GPC 2.0을 적용해야 한다.
 
시장협약은 이클레이, 씨포티(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CLG) 등 세계 주요 지방정부 네트워크가 참여하고, 유엔인간정주회의(UN-habitat)가 후원한다. 향후 시장협약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 네트워크의 공동사무국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클레이는 향후 수천 개의 회원 도시들이 시장협약에 서명하고, 온실가스 인벤토리,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계획과 목표를 탄소기후등록부에 등록하도록 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캐드먼 이클레이 의장은 11일 열린 유엔고위급 각료-비정부기관 회담에서 “세계 지방정부는 시장협약을 통해 도시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도시, 도시와 정부, 정부와 정부 사이에 모든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coference small.jpg » 지방정부 기후변화 로드맵 회의 모습. 8일 이클레이 주최로 열린 회의에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시민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에너지 소비 절감, 건물에너지 효율화, 태양광발전 확대 사례로 발표되었다.
  
유엔에서의 국가간 협상이 국익과 경제, 산업계의 반대 등으로 진척을 보기 어려운 반면 도시는 국가에너지 정책과 기업의 로비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
 
이번 리마 기후변화총회에서 이클레이는 서울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에 주목했다. 8일 개최한 지방정부 고위급 회담과 9일 열린 세계의원연맹과의 공동행사에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시민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에너지 소비 절감, 건물에너지 효율화, 태양광발전 확대 사례로 발표했다.
 
유누스 아리칸 이클레이 국제정책관은 “서울시가 지난 2년 동안 200만 석유 환산 톤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수요관리에 성공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라며, 지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지방정부 고위급 회담에 참여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보고타 시장은 “보고타의 간선급행버스(BRT) 시스템은 매년 3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장협약이 실행되면 도시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 재정조달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march2.jpg »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리마 기후변화총회 행진 모습. 2014년 12월 10일 리마 시내에서 약 1만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도 기후변화가 초래할 미래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2015년 4월, 3년마다 한번 열리는 세계 이클레이 9차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 약 86개국의 1000여개 회원도시 중 상당수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논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COP21을 8개월 앞두고 열리는 회의인 만큼 ‘시장협약’과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다. 파리 총회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GPC 2.0’ 방식으로 카본기후등록부에 참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시, 수원시, 강릉시, 평창군, 여수시, 원주시, 창원시 등 7개 지방정부만 카본기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다.
 
유누스 아리칸 국제정책관은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이 이클레이를 대표해 연설한 것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통해 리더십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라며, “내년 이클레이 세계총회에서도 서울이 파리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출신의 셀리아 블루얼 파리 부시장은 “파리도 건물에너지 효율화, 전기자동차 시스템, 녹색전력 공급 전략 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도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년 COP21 총회 준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도시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을 마련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도시를 기후변화 대응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클레이는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저탄소, 기후회복력을 위한 지속가능발전 도시 10년을 준비하는 100개의 전환행동’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기후체제에서 지방정부의 기후변화대응 행동과 권한이 어떻게 강화될 것인지는 내년 서울과 파리에서 열리는 지방정부들의 논의에 달려있다.
 
리마/ 글·사진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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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메일 : leeyujin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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