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애벌레, 두꺼비 잡아먹어 ‘먹이의 반란’

조홍섭 2011. 09. 23
조회수 712041 추천수 1

‘죽음의 춤’으로 유인해 턱밑 물어 집게로 뜯어먹어

잡아먹혀도 뱃속에서 살아남아 뱉어내면 다시 공격

 

fig3.jpg

▶애벌레를 잡아먹으려다 외려 혀를 물린 두꺼비. 결국 이 벌레에게 잡아먹혔다. 출처=<플로스 원> 논문.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벌레가 접근하면 혀를 재빨리 내밀어 잡아먹는다. 곤충과 양서류가 오랜 진화과정에서 맺은 포식자-먹이의 관계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역전돼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현상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스라엘에 사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 2종은 애벌레일 때부터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양서류를 잡아먹는다.
 

최근 질 위젠(이스라엘 텔아비브 대 동물학과) 등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에포미스 딱정벌레가 양서류를 잡아먹는 전략을 실험실에서 상세히 밝혔다. 이들은 4년 전 이 딱정벌레의 독특한 습성을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이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개구리를 만나면 더듬이를 활발하게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개구리가 다가올수록 이 움직임은 커진다. 맞춤한 먹이로 파악한 개구리가 혀를 내쏘는 것을 고개를 숙여 피한 애벌레는 가시가 달린 날카로운 집게로 개구리의 턱 밑을 붙들고 늘어진다.

 

epomis-beetle-larva-mandibles-plos-one.jpg

▶에포미스 딱정벌레 애벌레의 가시 달린 집게. 개구리의 피부를 단단히 붙든다. 출처=<플로스 원> 논문

 

개구리는 발로 이 벌레를 떼어내려고 애쓰지만 애벌레는 처음엔 개구리의 체액을 빨아먹고 이어 집게로 고기를 잘라먹어 결국 뼈만 남겨 놓는다.

 

에포미스 애벌레의 개구리 사냥 장면 유튜브 동영상

   

 

벌레의 '죽음의 춤'과 가시 달린 집게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420마리의 애벌레와 개구리를 넣고 관찰한 결과 100%의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애벌레의 70%는 개구리를 유인하는 춤을 추었다. 춤은 유력한 포식 전략인 셈이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벌레를 본능적으로 공격한다.

 

실험에서 개구리 7마리는 벌레를 입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곧 뱉어냈다. 하지만 벌레는 개구리로부터 떨어지지 않아 결국 개구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애벌레를 2시간 동안이나 먹었다가 다시 게워낸 다음 축 늘어진 애벌레를 살펴보다가 되살아난 애벌레에게 잡아먹히는 개구리도 있었다.

 

애벌레를 토해 낸 개구리가 잡아먹히는 동영상

 

 

 

2시간 동안이나 뱃속에 넣었던 애벌레를 게워낸 뒤 잡아먹히는 개구리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에는 2종이 있으며 모두 양서류만을 먹이로 삼는다. 애벌레뿐 아니라 딱정벌레가 돼서도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데, 개구리의 뒤로 접근해 등을 물어 마비시킨 뒤 먹는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동물계에서 작은 동물이 큰 동물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딱정벌레의 행동은 극단적인 방어 형태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또 양서류는 이 곤충의 공격을 피하는 법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는데, 이는 양서류의 먹이인 수많은 벌레 가운데 에포미스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이 딱정벌레의 공격행동도 방어의 한 형태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어떻게 이런 행동으로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

    조홍섭 | 2020. 09. 23

    경쟁 피해 10월 산란, 조개 속 휴면 뒤 4월 나와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살아있는 조개껍데기 속에 알을 낳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구사한다. 알에서 깬 새끼가 헤엄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조개를 빠져나오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알을 낳고도 번식 성...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