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독수리, 사슴 사냥 첫 확인

조홍섭 2013. 10. 10
조회수 59628 추천수 0

러시아 우수리서 호랑이 모니터 무인카메라에 찍혀

늑대, 불곰 새끼 등 대형동물 사냥해 유명한 '킬러 맹금류'

 

go2.jpg » 검독수리가 대륙사슴을 공격하는 모습. 사진=린다 컬리 외, <맹금류 연구 저널>

 

러시아 극동의 남부 우수리 지역은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의 마지막 자연 서식지이다. 이곳에 위치한 라조프스키 자연보호구역에서 국제 연구진은 아무르호랑이에 대한 장기연구를 위해 54대의 무인카메라를 숲에 설치해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카메라에 호랑이보다 더 희귀한 사진이 찍혔다. 바로 검독수리가 대륙사슴을 사냥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힌 것이다.
 

Martin Mecnarowski _Aquila_chrysaetos_3_(Martin_Mecnarowski).jpg » 맹금류 최고의 사냥꾼인 검독수리가 비행하는 모습. 사진=마틴 메크나로프스키, 위키미디어 코먼스

 

검독수리는 북반구 최고의 사냥꾼으로 꼽히는 맹금류로서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등에 서식하며 길이는 66~102㎝, 날개를 편 길이는 1.8~2.3m에 이른다. 몸빛깔은 짙은 갈색이지만 목 뒤에 황금빛 깃털이 있어 영어명은 ‘황금 수리’이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다양한 포유류를 사냥하며 몽골 등에서는 늑대 사냥에 널리 쓰인다.
 

검독수리의 먹이로는 토끼, 마못 등 작은 포유류가 많지만 사냥 대상으로 대형동물도 꺼리지 않는다. 가축은 물론이고 붉은사슴, 노루, 사향노루, 산양, 여우, 코요테 그리고 불곰 새끼까지 먹잇감이었던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Bohuš Číčel.jpg » 여우를 사냥한 검독수리의 모습. 사진=보후시 치첼,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대륙사슴이 사냥 대상이 된 것이다. 대륙사슴은 동아시아에 고유한 발굽동물로 이제까지 검독수리의 먹이 목록에는 없던 동물이다.
 

린다 컬리 런던동물학회 아무르호랑이 및 표범 프로젝트 박사는 국제학술지 <맹금류 연구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검독수리가 대륙사슴을 사냥하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그는 아무르호랑이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전 협회(WCS)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진을 촬영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정기적으로 무인카메라의 메모리카드와 전지를 갈아끼우러 갔다가 먼저 사슴의 주검을 봤어요. 하지만 뭔가 이상했지요. 눈위에 커다란 포식자의 발자국이 없는 거예요. 사슴이 뛰어 달아나다 갑자기 멈춰 죽은 것처럼 보였지요. 조금 더 가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을 알았지요.”


무인카메라엔 검독수리의 사슴 습격 장면이 2초 동안 3장의 사진에 찍혀 있었다. 다 자란 검독수리가 거리낌없이 어린 대륙사슴을 덮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대륙사슴은 가죽과 뼈만 남아있었는데 무게가 40~50㎏으로 6~7개월 된 어린 개체였다.

 

go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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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3.jpg » 무인카메라에 찍힌 검독수리의 대륙사슴 습격 장면 연속사진. 사진=사진=린다 컬리 외, <맹금류 연구 저널>

 

발자국과 무인카메라 사진으로 보아 사슴은 처음 공격받은 곳에서 즉사했고 검독수리가 뜯어먹은 뒤 독수리, 까마귀, 여우 등 다른 청소동물의 차지가 됐다.
 

연구진은 “사슴의 건강 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지난 11년 동안 이 지역에서 (아무르호랑이의 주요 먹이인) 발굽동물을 조사해 왔고 수백구의 주검을 보았지만 검독수리에 의한 사냥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이번 사냥은 우연적인 것으로 대륙사슴의 개체수를 줄일 주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go4.jpg » 검독수리에 이어 청소동물이 말끔히 뜯어먹은 대륙사슴의 주검. 사진=린다 컬리 외, <맹금류 연구 저널>

 

이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강변에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숲이 있던 곳으로 비교적 트인 곳이었다. 대개 검독수리는 공터에서 사냥하는데, 이번처럼 숲속에서 사냥이 이뤄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검독수리는 우리나라에도 매우 드물게 찾아오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세계적 보호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검독수리가 고라니를 사냥하는 모습을 사진작가가 촬영하기도 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nda L. Kerley and Jonathan C. Slaght,First Documented Predation of Sika Deer (Cervus nippon) by Golden Eagle (Aquila chrysaetos) in Russian Far East, J. Raptor Res. 47(3):328-330. DOI: http://dx.doi.org/10.3356/JRR-12-00008.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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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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