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긴 꼬리로 반격 박쥐의 초음파 교란
시각 아닌 청각 이용하는 새로운 포식자 박쥐 출현에 대응해 진화
꼬리 있는 나방 생존율 47% 더 높아, 긴 꼬리가 비행능력과는 무관
» 긴꼬리산누에나방. 긴 꼬리를 하늘거리며 나는 이유는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키기 위해서임이 밝혀졌다. 사진=지오프 캘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나방을 노리는 포식자는 박쥐, 올빼미, 고양이 등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한 가장 흔한 전략은 날개에 눈 모양의 반점을 만들어 포식자의 치명적 공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박쥐가 출현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각이 아닌 청각을 이용하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 눈많은그늘나비. 몸의 핵심 부위로부터 포식자의 시선을 교란시킨다. 사진=Toceka,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6000만년 동안 박쥐와 나방 사이에는 ‘음파 전쟁’이 계속돼 왔다. 서로 공격과 방어 무기를 정교화하는 군비경쟁이다.
마침내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듣는 나방이 나타났다. 박쥐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면 갑자기 공중에서 뚝 떨어지는 나방은 박쥐의 사냥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더 적극적으로 박쥐가 다가오면 방해 전파를 발사해 박쥐를 교란하는 나방도 출현했다. 박각시나방의 일종은 박쥐의 초음파를 들으면 자신의 생식기를 배에 문질러 방해 전파를 만드는 사실이 밝혀졌다.
» 박각시나방 가운데는 적극적으로 방해전파를 내어 박쥐를 교란하는 종이 있다.
그러나 나방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도 박쥐의 주무기인 초음파를 듣지 못한다. 이런 나방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있음이 밝혀졌다.
바로 긴 꼬리이다. 날개 끝에서 길게 늘어진 꼬리가 팔랑거리며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날개의 반점처럼 긴 꼬리는 박쥐의 치명적인 첫 공격으로부터 몸의 핵심부위를 지킨다.
제시 바버 미국 보이지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북미산 긴꼬리산누에나방이 뒷날개의 기다란 꼬리를 이용해 갈색박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회피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밝혔다. 이들의 논문은 미국립학술원회보(PNAS) 16일치에 실렸다.
» 산누에나방과의 계통도. 긴 꼬리는 독립적으로 4차례에 걸쳐 진화했음을 보여준다(회색 부분). 그림=제시 바버 외, <PNAS>
연구자들은 이 나방을 낚싯줄로 공중에 매달아 놓고 박쥐의 사냥 성공률을 초고속 적외선 카메라와 초음파 마이크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긴 꼬리가 있는 나방의 생존율은 잘라낸 나방보다 47% 높았다. 이는 박쥐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나방의 생존 이득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또 박쥐 공격의 55%는 나방의 꼬리 부위로 향해, 꼬리가 공격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분석에서는 산누에나방과에서 이런 긴 꼬리가 독립적으로 4번 진화해, 이 전략이 꽤 유효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또 꼬리가 있고 없고가 이 나방의 비행능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음을 밝혔다.
긴꼬리산누에나방과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은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데 크고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여기에 기발한 박쥐 대항 전략이 매력으로 더해지게 됐다.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의 생태. 동영상=국립환경과학원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sse R. Barbera et. al., Moth tails divert bat attack: Evolution of acoustic deflection, PNAS early Edition,
www.pnas.org/cgi/doi/10.1073/pnas.14219261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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