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두뇌, 사람보단 문어랑 닮았다?

조홍섭 2019. 07. 09
조회수 11541 추천수 1

문어 팔은 자율적 판단능력 지닌 고성능 ‘병렬컴퓨터’

 

o1.jpg » 문어는 사람 등 척추동물과 5억년 전에 갈라져 진화한 동물이지만 웬만한 척추동물 못지않은 지적능력을 보인다. 외계 지적생물이 이런 진화 경로를 밟지 말란 법도 없다. 베키 데이허프,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문어는 똑똑한 동물이다. 공상과학영화나 월드컵 승리 축구팀 맞추는 행사장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수족관에서 문어는 장난을 즐기는 탈출의 명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는 문어 수컷이 수조를 탈출해 이웃 암컷 문어가 있는 수조로 들어가 짝짓기하는 모습이 발각되기도 했다.

 

생쥐 수준의 미로학습 능력을 보이고, 자신에게 잘 대해 주는 사람과 괴롭히는 사람을 구분할 줄도 안다. 자연상태에선 다른 동물을 흉내 내고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색과 무늬를 신속하게 바꾸는 재주도 있다.

 

문제는 무척추동물인 문어가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과는 약 5억년 전에 갈라져 나왔을 만큼 계통적으로 거리가 먼 동물이란 데 있다. 이 때문에 문어가 외계에서 온 지적 생명체 아니냔 주장이 종종 나온다.

 

o2.jpg » 문어 ‘파울’은 대개 독일 국기가 있는 상자를 열었다. 문어가 특정 형태를 선호함을 보여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난해엔 동료평가를 받는 제법 알려진 과학저널인 ‘생물물리학과 분자 생물학의 진전’에 지구 생물의 외계 기원설을 주장하는 논문이 실려 화제가 됐다. 33명의 저자가 쓴 이 논문은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 생물의 폭발적 진화가 당시 지구에 충돌한 운석에 들어있던 외계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문어가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시 오징어에서 진화했거나, 애초 외계 문어의 수정란이 소행성에 실려 지구에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주장이 과학적 근거 없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은 즉각 밝혀졌다. 2015년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문어의 유전체(게놈)를 해독한 논문이 실렸는데, 문어는 1억3500만년 전 오징어 조상으로부터 분리해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같은 문어과인 낙지의 유전체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지극한 모성애와 지능…낙지가 고통을 모를까?).

 

o5.jpg » 문어과에 속한 낙지의 뇌 무게는 사람 뇌의 5000분의 1인 0.3g에 불과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유전체를 해독했다고 문어의 지적능력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린 건 아니다. 사람에 견줘 뇌 크기가 콩알 만한(사람 1500g, 낙지 0.3g) 동물이 어떻게 이런 지적능력을 보이는지는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이다.

 

6월 24∼28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지구물리학회(AGU)와 미 항공우주국(NASA) 주최로 열린 우주생물학 대회의 주제는 ‘우주생명체 탐구의 이해’였다. 이 자리에서 워싱턴대 행동 신경학 연구자인 도미니크 시비틸리가 발표한 “문어 팔들의 집단인지”가 눈길을 끌었다.

 

문어와 외계 생물을 연결하는 주제였지만, 내용은 매우 진지한 문어 신경과학이었다. 그의 주장은 요컨대, 뇌가 중심이 되는 하향식 결정구조가 아닌 팔들이 자율적으로 조율해서 판단하는 상향식 구조 덕분에 문어는 작은 두뇌로도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o4.jpg » 문어는 진화 초창기부터 인류와 다른 방식으로 인지능력을 진화시켰다. 우주생물학자들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앨버트 코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에서 낯선 지적 생명체인 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문어는 지능의 또 다른 모델이다. 문어는 세계, 아마도 우주의 인지가 얼마나 다양한지 이해하게 해 준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문어가 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와 달리 다수의 신경절에 뉴런이 나뉘어 분포한다는 데 주목했다. 두뇌는 신경절 가운데 일부가 좀 더 지배적인 형태로 진화했을 뿐, 분산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문어는 팔들이 스스로 판단해 행동한다. 흡반이 주변 환경에서 획득한 정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주변의 다른 흡반과 조율해 팔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뇌의 지시 없이 주변 신경계의 집합적 활동으로 행동이 일어난다.

 

그는 문어가 지닌 뉴런 5억개 가운데 3억5000만개 이상이 여덟개의 팔에 분포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문어 팔은 환경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를 모두 처리할 능력을 지닌다. 그는 “팔에서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문어는 마치 병렬컴퓨터처럼 생각과 반응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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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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