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으로 멸종위기 넓적부리도요, 인공증식 성공

조홍섭 2012. 07. 18
조회수 22687 추천수 2
영 조류보호단체, 러시아 툰드라 번식지서 알 20개 공수해 17개 부화 성공

세계 100쌍 남은 위급 종, 새만금 등 간척사업으로 치명타

 

PM_120509_0583_low.jpg » 알에서 깨어난 지 만 하루 된 넓적부리도요 새끼. 큰 벌 크기이다. 사진=폴 마셜,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WWT)

 

참새 만한 몸집에 평범한 무늬의 넓적부리도요는 주걱 모양으로 특이하게 생긴 부리가 아니었다면 함께 다니는 민물도요 같은 다른 도요새와 구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만일 어느 탐조가가 필드스코프로 이 새를 발견한다면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다.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단지 100쌍만 남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새 가운데 하나이다. 수 만 마리의 도요새가 새카맣게 내려앉은 갯벌에서 한 마리 있을까 말까 할 만큼 귀한 새이다. 그리고 이 새가 지난 10년간 90%나 줄어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새만금  등 우리나라의 갯벌 매립이다.
 

이 도요새는 몸집은 작지만 대단한 여행가이다. 극동 러시아의 툰드라 해안인 추코트카에서 번식한 뒤 8000㎞ 떨어진 동남아까지 날아가 겨울을 난다. 기나긴 비행의 중간기착지는 새만금 등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이며 일부 개체는 호주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nigel_jarrett_and_nicky_hiscock_sacha_dench.jpg »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 연구원들이 러시아에서 막 공수해 온 넓적부리도요 알의 인공부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차 덴츠, WWT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WWT)등 국제 조류보호단체들은 내버려두면 곧 절멸할 것이 뻔한 넓적부리도요의 인공증식 사업에 지난해부터 나섰다. 영국에 이 도요새의 건강한 집단을 노아의 방주처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에서 데려온 넓적부리 도요 성체 12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러시아 번식지에서 알 20개를 가져와 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르던 성체와 새 개체로 건강한 집단을 이루려는 의도다.
 

지난 4일 영국  슬림브리지 센터에서는 넓적부리도요 알 17개에서 어린 새끼가 성공적으로 태어났다. 이 새의 운명에 역사적인 순간이 온 것이다.
 

증식사업 책임자인 바즈 휴 야생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 종 보전부 박사는 ‘넓적부리도요 살리기 블로그’에서 부화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PM_120509_0589_low.jpg » 어린 넓적부리도요의 독특한 부리 모습. 사진=WWT

 

PM_120509_0625_low.jpg » 태어난 지 나흘된 넓적부리도요. 사진=폴 마셜, WWT

 

PM_120509_0671_low.jpg » 핀셋으로 먹이를 먹이는 넓적부리도요 4일된 새끼. 사진=폴 마셜, WWT

 

어른 엄지손톱 크기 만한 넓적부리도요 알을 러시아에서 영국까지 나르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17시간 동안의 헬기와 여객기 비행을 포함해 7일 동안의 여정을 무사히 넘겼다. 세관 검사 과정에서 알 하나에 금이 갔지만 매니큐어로 응급 처치했다.
 

21일이 지나자 부화가 시작됐다. 알에 첫 구멍을 뚫은 뒤에도 기껏 호박벌 크기인 넓적부리도요 새끼는 이틀을 쉬고 기운을 차린 뒤 나머지 알 껍질을 벗고 나왔다. 태어난 새끼에게는 일일이 핀셋을 이용해 초파리와 산 귀뚜라미를 먹였다.
 

인공증식이 성공을 거두면 앞으로 알을 러시아 서식지로 가져가 부화시켜 넓적부리도요 집단을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된다.
 

넓적부리도요의 위협요인은 곳곳에 널려있다. 러시아 번식지에서는 변덕스런 날씨와 알을 노리는 갈매기, 여우, 곰이 천적이다. 월동지인 미얀마, 타이 방글라데시에서는 도요새를 식용으로 사냥하는데, 넓적부리도요는 사냥 대상은 아니지만 부산물로 잡힌다. 이동 경로에서의 갯벌 매립도 문제다.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는 “넓적부리도요는 다른 수백만 마리의 물새들과 함께 남한의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갯벌에 의존해 쉬고 이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그것이 사라지면서 불과 10년 만에 이 새의 90%가 줄어들었다”고 누리집에서 밝히고 있다.
 

넓적부리도요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위급’ 종으로 분류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SBS_20A.jpg » 새만금 갯벌에서 지난해 촬영된 넓적부리도요. 사진=새와 생명의 터

 

이 새는 봄과 가을 우리나라의 새만금, 금강 하구, 낙동강 하구에 들러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월동지나 번식지로 떠난다. 지난해 9~10월 조류보호단체 ‘새와 생명의 터’가 새만금 일대에서 조사한 결과 새만금에서 5마리, 금강 하구 유부도에서 15마리가 발견됐다. (■ 관련기사=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넓적부리도요, 새만금에 왔다) 
 

새만금이 막히기 전에 비해 이곳을 찾는 도요·물떼새의 수는 약 30분의 1로 줄었지만 아직도 매우 중요한 철새 도래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개발을 하면서 넓적부리도요 등 이들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대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넓적부리도요를 구하기 위한 사업에는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WWT) 이외에도 버즈 러시아,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 등이 시민의 모금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알에서 깬 넒적부리도요 새끼 동영상(WWT)

 


넓적부리도요 살리기 사업 소개 동영상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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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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