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2천번 ’헤딩’ 딱따구리 짝짝이 부리로 충격 이긴다
두개골 감싸는 안전띠 설골, 해면구조 두개골, 짝짝이 부리로 뇌진탕 10배 충격 이겨
중국 연구진 오색딱따구리로 실험, <플로스 원> 논문
부리를 드릴처럼 이용해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는 자연계의 대표적 미스터리의 하나이다. 초속 6~7m의 속도로 1초에 10~20번 나무를 쪼아댈 때 딱따구리의 머리가 받는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1000배에 이른다.
사람이라면 그 10분의 1의 충격만 받아도 뇌진탕을 일으킨다. 이런 박치기를 하루 평균 1만 2000번 하면서 먹이와 짝을 찾고 연인을 부르는 비결은 뭘까.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충격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배치된 뇌 구조, 두개골을 안전띠처럼 감싸는 기다란 설골(舌骨, 목뿔뼈), 두개골 뼈의 스펀지 구조 등을 그 이유로 꼽아 왔다.
▲전봇대를 쪼아대 영역을 알리는 딱따구리.
최근 중국 과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부리 위 아래의 길이가 서로 달라 뇌로 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판유보 중국 베이항 대학 교수 등 중국 연구자들은 온라인 개방 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초고속 촬영과 엑스선 촬영, 수치 모델링 계산을 통해 딱따구리가 머리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오색딱따구리를 기르면서 센서를 이용해 부리로 쪼는 충격량을 계산하고 충격이 두개골 구조로 전달되는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해부학적 구조의 특징을 규명했다.
오색딱따구리의 몸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부위는 나무와 직접 부딪치는 부리이다. 그 크기는 두개골이 받는 충격의 2~8배에 이른다. 따라서 부리가 받는 힘을 조절해 어떻게든 두뇌에 영향이 덜 끼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색딱따구리의 짝짝이 부리. 겉보기엔 윗부리가 길지만 뼈는 아래가 길다(사진 위). 두개골을 안전띠처럼 설골(붉은 색)이 감싸고 있다. 사진=판유보 교수.
연구진은 이 딱따구리의 부리는 겉에서 보기에 위가 아래보다 1.6㎜ 길지만, 힘을 받는 단단한 뼈 구조는 아래 부리가 위보다 1.2㎜ 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부리 위 아래 길이가 같을 때, 위가 길 때, 아래가 길 때를 가정해 두뇌 각 부위에 끼치는 충격의 세기를 계산했다.
그 결과 부리의 위 아래 길이가 같을 때 두뇌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아래가 같을 때는 아래가 더 길 때에 견줘 두뇌 앞 부위는 무려 18배 큰 충격을 받았다. 또 부리의 위가 더 길 때보다 아래가 더 길었을 때 상대적으로 두뇌의 충격이 작았다.
논문은 “부리 길이에 차이가 있을 때 충격을 분산시킨다”며 “먼저 부닥치는 긴 부리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다”고 밝혔다.
▲아래가 긴 딱따구리 부리가 충격을 머리로 전달하는 양상. 높은 강도의 충격을 표시하는 붉은 색이 부리에서 눈구멍쪽으로 모이고 두뇌 쪽으론 전달되지 않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진=판유보 교수.
부리가 목표물을 쪼았을 때 충격이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 충격은 부리 아래쪽을 통해 눈구멍 부위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충격이 눈구멍에 집중되는 순간 딱따구리는 눈을 감았다”고 설명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을 때 눈을 감는 현상은 이미 고속촬영을 통해 알려졌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무껍질에 눈을 다칠까봐’ 또는 ‘눈알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따위의 설명을 했을 뿐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 논문은 딱따구리가 충격에서 뇌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짝짝이 부리만이 아니라 설골과 두개골의 스펀지 구조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오색딱따구리의 두개골 시티 사진(왼쪽)과 비슷한 몸집의 다른 새 후투티의 두개골 모습. 딱따구리의 뼈에는 스펀지 모양이 조밀하고 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판유보 교수.
논문은 “딱따구리의 두개골 형태와 미세구조는 사람의 머리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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