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2천번 ’헤딩’ 딱따구리 짝짝이 부리로 충격 이긴다

조홍섭 2011. 11. 08
조회수 75952 추천수 0

두개골 감싸는 안전띠 설골, 해면구조 두개골, 짝짝이 부리로 뇌진탕 10배 충격 이겨

중국 연구진 오색딱따구리로 실험, <플로스 원> 논문

 

 

skull copy.jpg

 

 

부리를 드릴처럼 이용해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는 자연계의 대표적 미스터리의 하나이다. 초속 6~7m의 속도로  1초에 10~20번 나무를 쪼아댈 때 딱따구리의 머리가 받는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1000배에 이른다.
 

사람이라면 그 10분의 1의 충격만 받아도 뇌진탕을 일으킨다. 이런 박치기를 하루 평균 1만 2000번 하면서 먹이와 짝을 찾고 연인을 부르는 비결은 뭘까.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충격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배치된 뇌 구조, 두개골을 안전띠처럼 감싸는 기다란 설골(舌骨, 목뿔뼈), 두개골 뼈의 스펀지 구조 등을 그 이유로 꼽아 왔다.

 

▲전봇대를 쪼아대 영역을 알리는 딱따구리.
 

최근 중국 과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부리 위 아래의 길이가 서로 달라 뇌로 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판유보 중국 베이항 대학 교수 등 중국 연구자들은 온라인 개방 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초고속 촬영과 엑스선 촬영, 수치 모델링 계산을 통해 딱따구리가 머리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오색딱따구리를 기르면서 센서를 이용해 부리로 쪼는 충격량을 계산하고 충격이 두개골 구조로 전달되는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해부학적 구조의 특징을 규명했다.
 

오색딱따구리의 몸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부위는 나무와 직접 부딪치는 부리이다. 그 크기는 두개골이 받는 충격의 2~8배에 이른다. 따라서 부리가 받는 힘을 조절해 어떻게든 두뇌에 영향이 덜 끼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woodpecker-head.jpg

▲오색딱따구리의 짝짝이 부리. 겉보기엔 윗부리가 길지만 뼈는 아래가 길다(사진 위). 두개골을 안전띠처럼 설골(붉은 색)이 감싸고 있다. 사진=판유보 교수.  

 

연구진은 이 딱따구리의 부리는 겉에서 보기에 위가 아래보다 1.6㎜ 길지만, 힘을 받는 단단한 뼈 구조는 아래 부리가 위보다 1.2㎜ 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부리 위 아래 길이가 같을 때, 위가 길 때, 아래가 길 때를 가정해 두뇌 각 부위에 끼치는 충격의 세기를 계산했다.
 

그 결과 부리의 위 아래 길이가 같을 때 두뇌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아래가 같을 때는 아래가 더 길 때에 견줘 두뇌 앞 부위는 무려 18배 큰 충격을 받았다. 또 부리의 위가 더 길 때보다 아래가 더 길었을 때 상대적으로 두뇌의 충격이 작았다.
 

논문은 “부리 길이에 차이가 있을 때 충격을 분산시킨다”며 “먼저 부닥치는 긴 부리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다”고 밝혔다.
 

journal_pone_0026490_g007.jpg

▲아래가 긴 딱따구리 부리가 충격을 머리로 전달하는 양상. 높은 강도의 충격을 표시하는 붉은 색이 부리에서 눈구멍쪽으로 모이고 두뇌 쪽으론 전달되지 않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진=판유보 교수. 

 

부리가 목표물을 쪼았을 때 충격이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 충격은 부리 아래쪽을 통해 눈구멍 부위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충격이 눈구멍에 집중되는 순간 딱따구리는 눈을 감았다”고 설명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을 때 눈을 감는 현상은 이미 고속촬영을 통해 알려졌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무껍질에 눈을 다칠까봐’ 또는 ‘눈알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따위의 설명을 했을 뿐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 논문은 딱따구리가 충격에서 뇌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짝짝이 부리만이 아니라 설골과 두개골의 스펀지 구조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journal_pone_0026490_.jpg

 ▲오색딱따구리의 두개골 시티 사진(왼쪽)과 비슷한 몸집의 다른 새 후투티의 두개골 모습. 딱따구리의 뼈에는 스펀지 모양이 조밀하고 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판유보 교수.

 

논문은 “딱따구리의 두개골 형태와 미세구조는 사람의 머리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