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목 부러뜨리는 ‘도살자’ 때까치 괴력의 비밀

조홍섭 2018. 09. 12
조회수 17682 추천수 1
굽은 부리로 목뼈 물고 좌우로 초당 11회 흔들어
상대 체중 이용…자기 몸무게 3배 먹이도 사냥

sh1.jpg » 붉은등때까치가 도마뱀을 사냥해 철조망에 앉아 있다. 때까치가 머리의 회전 가속도를 이용해 사냥감을 제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생태계가 살아있던 시절 서울 교외에서도 때까치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까치와는 거리가 먼 참새목에 속하는 이 새는, ‘때깟∼때깟∼’처럼 들리는 소리에서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때까치는 먹이를 잡아 철조망이나 나뭇가지·가시에 걸어놓는 습성이 눈길을 끈다. 개구리나 도마뱀, 메뚜기 등이 흔한 먹이이지만 때론 자기 몸집보다 큰 쥐, 새, 작은 뱀도 사냥해 걸어놓는다. 나중에 먹으려고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다. 서양에서 이 새를 ‘도살자’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길이 20㎝에 발톱도 참새처럼 생긴 때까치를 맹금류로 만든 것은 매처럼 생긴 부리이다. 갈고리처럼 휜 부리로 때까치가 큰 먹이를 사냥하는 비밀이 밝혀졌다.

sh2.jpg » 긴꼬리때까치. 발톱은 참새와 마찬가지이지만 위쪽 부리는 매처럼 굽었다. 샨타누 쿠베스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디에고 수스타이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북아메리카의 멸종위기종 때까치를 사육하면서 먹이로 준 생쥐를 어떻게 사냥하는지 고속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때까치가 먹이의 체중을 이용해 목을 부러뜨리는 방식으로 죽이는 것을 확인했다.

사냥 장면을 보면, 때까치는 먼저 생쥐의 취약부위인 목 아래를 반복해서 부리로 쪼았다. 이어 갈고리처럼 굽은 부리로 상처 부위를 단단히 문 뒤 1초에 11회에 이르는 속도로 머리를 좌우로 회전했다.

부리에 물린 생쥐는 목뼈를 중심으로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결국 목뼈가 등뼈로부터 이탈했다. 연구자들은 “때까치가 물고 흔들 때 최고 가속도는 중력가속도(g)의 6배에 이르렀다”며 “이는 자동차가 저속으로 추돌했을 때 머리가 받는 충격에 해당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험실에서 생쥐를 사냥하는 북아메리카산 때까치. 수스타이타 외 (2018)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이번 실험에서는 체중 58g의 때까치와 17g의 생쥐를 썼다. 연구자들은 “때까치가 머리를 돌리는 회전력은 생쥐보다 무게가 20배 무거운 곰쥐의 목뼈를 등뼈로부터 이탈하게 하는 것보다 4배 강했다”고 밝혔다. 

때까치가 종종 자기 체중보다 2∼3배 무거운 먹이를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부리의 형태와 무는 힘에 더해 (머리를 빠르게 좌우로 흔드는) 이런 행동이 몸 크기에 견줘 예상되는 것보다 큰 먹이를 사냥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며 “(때까치의 사냥은) 사냥에서 사냥감의 관성력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논문에 적었다.

sh3.jpg » 반쯤 먹인 채 나무에 걸려있는 도마뱀. 십중팔구 때까치가 먹이를 갈무리한 것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연구는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ustaita D, Rubega MA, Farabaugh SM. 2018 Come on baby, let’s do the twist: the kinematics of killing in loggerhead shrikes. Biol. Lett. 14: 20180321. http://dx.doi.org/10.1098/rsbl.2018.032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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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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