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모기, 피로 열 식힌다

조홍섭 201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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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 방울' 배설 모기, 배 터지게 빨아서 아닌 체온 조절용

땀처럼 증발해 체온 2도 낮춰, 학질모기 꼬리 치켜드는 이유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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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를 감염시키는 학질모기의 흡혈 모습. 꽁무니에 혈액이 포함된 액체가 달려있다.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모기에게 피를 빠는 일은 목숨을 거는 행위이다. 먹지 않으면 자손을 낳을 수 없고 너무 오래 끌다가는 숙주의 손바닥이나 꼬리에 맞아 압사할 수 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잔뜩 흡혈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배가 붉게 물들도록 포식한 모기가 혈액 방울을 꽁무니에 매단 모습은 ‘배가 터지도록 먹는’ 그런 전략의 결과로 여겨졌다.
 

이런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피를 빨며 혈액을 배설하는 행위는 욕심이 아니라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 그 배후에는 말라리아 병원충이 있으며, 학질모기가 피를 빨 때 배를 치켜드는 것도 같은 이유임이 드러났다.
 

프랑스 투르에 있는 프랑소와 라블레 대학 곤충학자들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얼룩날개모기가 흡혈 도중 꽁무니로 신선한 혈액이 들어있는 액체를 배출하는 현상을 적외선 촬영을 이용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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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을 흡입중인 모기의 적외선 사진. 숙주와 비슷하던 체온은 액체를 매달고 난 뒤(오른쪽) 급속히 떨어졌다. 사진=라자리. 

 

그 결과 온혈동물의 피를 빨면서 급상승하던 체온은 꽁무니에 붉은 액체 방울을 매달면서 2도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숨을 걸고 마신 피를 배설할 만큼 체온 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변온동물인 모기가 항온동물의 ‘뜨거운’ 피를 마시는 것은 치명적 고온 스트레스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모기 숙주의 체온은 최고 40도에 이른다.
 

이런 고온 상태에서 곤충의 생리 기능이 일부 마비될 수 있다. 열 충격에 노출된 모기의 체내에 분자 차원의 보호기구가 작동해 열 충격 단백질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특히 흡혈곤충은 열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높은 체온을 유지하면 먹이로 착각한 다른 흡혈곤충의 공격을 부를 위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곤충들이 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논문을 밝혔다. 꿀벌은 꽃 꿀을 토해 그 증발열로 뇌의 과열을 방지한다. 또  진딧물은 항문으로 즙을 분비함으로써, 나방은 주둥이 관에 들어있는 액체를 배출해 각각 배와 머리의 온도를 낮춘다.
 

곤충은 꿀, 수액, 수분, 오줌, 혈액 등을 배출한 뒤 거기서 발생하는 열 전도와 증발을 통해 체온을 2~8도 낮춘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얼룩날개모기가 어렵게 흡혈한 먹이의 일부를 곧바로 배출하는 일견 모순된 전략을 체온 조절이란 관점에서 설명했다. 학질모기는 흡혈을 시작한 지 1~2분 만에 꽁무니에 오줌에 신선한 혈액이 포함된 액체 방울을 매달았는데, 적외선 사진을 보면 체온이 2도 가량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몇 분 뒤 이 방울이 떨어지면 새로운 액체 방울이 맺혔다. 대조적으로 설탕물을 섭취하도록 한 모기한테서는 이런 체온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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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흡혈을 하고 있는 학질모기의 암컷(오른쪽)과 수컷의 적외선 사진. 흡혈은 열을 가져오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라자리. 

 

모든 흡혈곤충은 숙주와의 접촉시간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을 배출하면 배를 채우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빨리 먹기와 과열 회피라는 두 충돌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타협을 해야 한다.
 

연구진은 오줌만이 아니라 혈액도 함께 배출함으로써 액체 방울의 크기를 빨리 키워 증발이 일어나는 표면적을 넓히고, 아마도 액체 방울의 표면 특성을 변화시켜 꽁무니에 매달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흔히 말라리아를 옮기는 학질모기를 다른 모기와 구분하는 요령으로 앉을 때 꽁무니를 공중으로 치켜 올리는 행동을 꼽는다. 논문은 이런 행동도 혈액을 배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혈액 방울을 숙주의 피부에서 멀리 떨어진 공기 속에 드러내 냉각을 촉진하고 혈액이 피부에 닿아 손실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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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곧추세우는 학질모기의 전형적인 자세. 혈액이 든 액체방울의 냉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은 또 혈액 배출이 배를 채운 모기가 비행을 위해 체중을 줄이려는 의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흥미로운 건, 학질모기의 이런 행동이 모기 자신을 넘어 말라리아 병원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관찰이다.
 

논문은 모기의 뱃속에서 말라리아 병원충이 초기 발생을 하고 나중에 모기의 침샘으로 향하는 단계에서 30도 이상의 고온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행동의 배경에 모기에 기생하는 말라리아 병원충이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혈액을 배출하지 않는 모기에 감염되는 플라비바이러스는 고온이 되어야 잘 번창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논문은 “이번 연구로 학질모기가 흡혈 과정에서 증발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할 수 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다”며 “혈액 배출이 단순한 배설 이상의 깊은 생리학적 이유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정보
Lahonde` re and Lazzari, Mosquitoes Cool Down during Blood Feeding to Avoid Overheating,
Current Biology (2012), doi:10.1016/j.cub.2011.11.02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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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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