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여왕개미 행세…개미집서 봉양받아

조홍섭 2014.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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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대접 받으며 굴속에서 먹이 얻어먹거나 개미 새끼 잡아먹어

개미의 주 소통수단은 화학물질이나 최근 소리 중요성 밝혀져

 

 Luca P. Casacci_s.jpg » '내가 너희 여왕이다.' 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애벌레가 소리 신호를 내어 뿔개미로부터 돌봄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루카 카사치(Luca P. Casacci), <플로스 원>

 

육상 생태계의 지배자는 인간 아니면 개미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개미 무게를 다 더하면 인간무게만 할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개미는 자기 집을 매우 잘 지키고 관리한다. 다른 동물이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한다. 뒤집어 얘기한다면, 개미와 비슷한 크기의 생물이라면 개미의 집은 맞춤한 피난처일 수 있다. 개미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개미집에 기생하는 절지동물이 무려 1만 종에 이른다는 사실은 개미집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보여준다. 단, 개미집에서 살려면 여러 계급의 개미가 모여 초유기체처럼 행동하는 개미의 소통 시스템을 속이거나 그곳에 끼어들어야 한다.
 

P. Mazzei_Interactions_between_Paussus_favieri_and_queen_of_Pheidole_pallidula.jpg » 개미집에 얹혀사는 딱정벌레의 일종이 개미가 좋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있다. 사진=마체이(P. Mazzei), 위키미디어 코먼스

 

나비는 개미집에서 사회적 기생을 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우리나라에 5가지 종이 있는 점박이푸른부전나비 속 나비는 생애의 대부분을 뿔개미 속 개미집에서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나비의 애벌레는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에서 태어나 어느 정도 자라면 땅으로 내려온다. 이어 개미에 이끌려 개미집으로 들어간 뒤 어떤 나비는 개미 애벌레를 잡아먹으면서, 또 다른 종의 나비는 일개미가 먹여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11~23달 동안 굴속에서 산다.
 

개미는 자기 식구와 침입자를 구별하기 위해 복잡한 신호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신호는 주로 화학적 단서를 교환하는 방식인데, 최근 소리도 신호로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소리는 화학물질을 흉내 내 구성원인 척하는 다른 생물을 적발하는 단서로도 유용하다.
 

고운_M_telejus_kilecczyzna_kutera_m.jpg »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애벌레는 뿔개미 집에 살면서 개미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사진=쿠테라(M.telejus kilecczyzna kutera),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르코 살라 등 이탈리아 투린 대 생물학자들은 점박이푸른부전나비 속의 나비들이 개미집에 침투해 기생하기 위해 화학적 신호뿐 아니라 여왕개미를 흉내 내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온라인 공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부전나비 애벌레가 ‘입양’되기 전과 개미굴에 들어간 뒤에 어떤 소리를 내며, 그 소리를 들은 개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녹음된 애벌레 소리를 들려 주며 실험했다. 그 결과 부전나비는 개미로부터 여왕 대접을 받는 음향을 정교하게 재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개미에게 ‘입양’되기 전과 후에 소리 신호가 바뀐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혔다.
 

잔점박이부전나비는 개미굴로 이끌려 들어간 뒤 개미가 입으로 전달하는 먹이로 살아가는 ‘뻐꾸기’ 유형의 기생을 한다. 이 애벌레는 일개미로부터 늘 돌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미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가도록 적응했다.
 

잔_Svdmolen640px-Glaucopsyche_alcon-01_(xndr).jpg »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애벌레는 개미집에서 개미로부터 먹이를 얻어 먹으며 자란다. 사진=Svdmolen,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나비 애벌레는 여왕개미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를 들은 일개미는 얼른 다가온 뒤 영양 교환과 동료를 인식할 때 하는 더듬이로 더듬는 행동을 한다. 특히 이 소리는 일개미에게 땅을 파는 동작을 유발하는데, 이는 개미가 흙에 묻힌 동료를 구출하는 행동이다. 이를 통해 나비 애벌레는 어린 개미보다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게 된다.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와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애벌레도 식물에서 내려와 개미에게 발견되기까지는 여왕개미의 소리를 고스란히 흉내 낸다. 빨리 굴속에 데려가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굴속에 들어가면 외딴 방에 숨어있다가 배가 고파 새끼개미를 잡아먹으러 나올 때만 개미와 접촉하기 때문에 소리 흉내의 정확도는 떨어진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la M, Casacci LP, Balletto E, Bonelli S, Barbero F (2014) Variation in Butterfly Larval Acoustics as a Strategy to Infiltrate and Exploit Host Ant Colony Resources. PLoS ONE 9(4): e94341. doi:10.1371/journal.pone.009434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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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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