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갈치는 서서 헤엄친다, 수수께끼 심해어 정체 드러나

조홍섭 2013. 06. 12
조회수 46805 추천수 0

최대 경골어답게 천적 없는 듯, 무인 잠수정에 놀라지 않아

알려진 것만큼 심해어는 아니야…도마뱀처럼 꼬리 자를 가능성도 제기

 

oarfish1-8.jpg » 2011년 8월15일 멕시코만에서 무인 잠수정이 촬영한 산갈치의 모습. 긴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몸 옆의 위장 무늬, 끝이 잘린 꼬리 등이 보인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종종 해변에 죽은 채 밀려와 발견되는 산갈치는 신비로운 물고기다. 얼핏 갈치처럼 생겼지만 거대한 몸집과 기다란 볏이 달린 머리 등 범상치 않은 모습에다, 최근 일본과 대만에서는 대지진 직전에 많이 나타나 마치 천재지변을 예견하는 능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물고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갈치의 정체가 해양생물학자들에 의해 차츰 밝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깊은 바다에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이 해양생물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해상 시추시설이 보유한 무인 잠수정에서 조사를 하다가 또는 심해 기름유출 사고를 조사하다 산갈치를 목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이 생물이 해안 가까이에서 죽거나 죽어가는 상태에서 발견됐다면 최근엔 바다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있는 개체를 관찰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마크 벤필드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 해양학자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어류 생물학> 온라인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2008~2011년 사이 무인잠수정이 멕시코만 일원에서 우연히 촬영하게 된 5건의 산갈치 동영상을 분석했다. 촬영시간은 4초~10분 등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산갈치의 행동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oarfish1-3.jpg » 수직으로 서 있는 산갈치의 모습. 물결치듯 움직이는 것이 등지느러미이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oarfish1-4.jpg » 물결치듯 움직이는 등지느러미로 수직 이동을 한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oarfish1-6.jpg » 산갈치는 아래턱이 튀어나온 독특한 입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빨이 없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oarfish1-9.jpg » 위 사진은 모두 2011년 8월15일 걸프만의 해저 942m 지점에서 무인 잠수정으로 촬영한 산갈치의 여러 모습이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산갈치(정식 명칭은 산갈치과의 ‘리본이악어’)는 지구상에서 단단한 뼈를 가진 물고기 가운데 가장 큰 종이다. 열대와 온대 따뜻한 바다에 살며 우리나라 주변에도 서식한다.
 

산갈치는 은빛 피부와 칼처럼 가늘고 긴 몸매가 갈치와 비슷하지만 아래턱이 삐죽 튀어나온 입과 등지느러미 앞이 길게 늘어나 끝에 붉은 볏을 달고 있고 배지느러미가 노처럼 길게 늘어나 있는 등 갈치와는 거리가 먼 심해어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다속에서의 행동은 갈치를 빼닮았다.

 

open cage.jpg » 선 자세로 먹이를 노리는 갈치의 모습. 사진=오픈 케이지

 

무인 잠수정이 본 산갈치는 모두 머리를 위로 하고 비스듬하거나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 상태에서 등지느러미를 리드미컬하게 연속적으로 움직여 위아래로 이동했다. 이런 모습은 갈치가 멸치를 사냥하기 위해 수직으로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관련기사: 은빛 칼날의 공포…갈치는 꼿꼿이 서서 사냥한다)


산갈치는 크고 빛을 내는 시끄러운 물체인 무인 잠수정이 접근해도 황급히 도망치지 않았다. 이는 자연에서 천적이 별로 없음을 가리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렇지만 2011년에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잠수정이 10분쯤 귀찮게 쫓아다니며 촬영하자 지금까지의 움직임과 달리 빠른 속도로 깊은 바다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산갈치는 주로 크릴 같은 난바다곤쟁이를 먹고 살지만, 덩치가 커 최상위 포식자처럼 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상어나 다른 물고기가 산갈치를 잡아먹은 흔적은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러나 짧은 동영상은 깊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의 한 단면만 보여줄 뿐이다. 이 동영상에서 특이한 것은, 산갈치의 상당수가 꼬리가 잘려나간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oarfish1-5.jpg » 길이 1.5m 이상의 산갈치는 대개 꼬리끝이 잘려 있다. 천적을 피해 도마뱀처럼 스스로 끊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해안에서 발견되는 산갈치도 길이 1.5m 이상의 개체에선 꼬리가 없는 것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물고기의 주요 장기가 몸 앞부분에 몰려 있음에 비춰 이 물고기가 천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도마뱀처럼 꼬리의 일부를 스스로 잘라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연구진은 또 흔히 산갈치가 아주 깊은 바다에서 사는 심해어로 알고 있으나 이번 촬영 결과를 보면 300~1000m 사이의 바다에서 서식해 알려진 만큼 깊은 바다의 심해어는 아니라고 밝혔다.

 

oarfish1-7.jpg » 은색 몸 표면에 나 있는 푸른 무늬는 위장용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마크 벤필드 외, <어류 생물학>

 

이 물고기의 은색 표면에 나 있는 푸른 줄무늬도 위장 용도일 가능성이 커, 바다 표면 가까이에 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물론 먹이를 따라 표층과 심층을 오갈 수도 있다.
 .
기록된 결과만 보면 산갈치는 몸길이가 최대 7~8m에 이른다. 그러나 최대 17m에 이르는 개체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보통 산갈치의 크기는 3m 정도이다.

 

해운대_6m_뉴시스.jpg » 2010년 부산 해운대에서 죽은 채 발견된 길이 산갈치. 사진=뉴시스

 

the photograph was actually taken in 1996 and shows a Giant Oarfish found on the shore of the Pacific Ocean near San Diego, California. This extremely rare specimen was 7.0 m long and weighed 140 kg.jpg »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1996년 발견된 길이 7m 무게 140 kg의 산갈치.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2011년 걸프만에서 무인 잠수정이 촬영한 산갈치 유튜브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ive in situ observations of live oarfish Regalecus glesne (Regalecidae) by remotely operated vehicles in the oceanic waters of the northern Gulf of Mexico
M. C. Benfield*, S. Cook, S. Sharuga, M. M. ValentineArticle first published online: 5 JUN 2013
Journal of Fish Biology
DOI: 10.1111/jfb.1214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

  • 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 2020. 07. 30

    “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

  • 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

    조홍섭 | 2020. 07. 27

    30초 안 감각털 2번 건드리면 ‘철컥’…1번 만에 닫히는 예외 밝혀져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했다. 세계에 분포하는 식충식물 600여 종 대부분이 먹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동적 방식인데 파리지옥은 유일하게 ...

  • 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 2020. 07. 23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

  • 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

    조홍섭 | 2020. 07. 17

    귀 근육 신경반응과 미미한 움직임 확인…새로운 보청기에 응용 가능 개나 고양이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면 귀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면 된다. 낯설거나 큰 소리, 중요한 소리가 들리면 동물의 귀는 저절로 그리로 향하고 쫑긋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