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정글 흡혈 산거머리, 남해 가거도에도 산다

조홍섭 2012. 03. 26
조회수 37203 추천수 1

국립생물자원관 현지조사에서 확인, 축축한 낙엽이나 바위에 잠복해 먹이 노려

장마철~9월까지만 활동 뒤 휴면…기후변화로 서식지 확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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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의 축축한 나뭇가지에서 몸을 뻗쳐 먹이를 기다리는 산거머리(화살표). 

 

가거도는 아열대성 기후 지역으로 섬 전체가 습기가 많아 산거머리들이 서식하고 있으므로 독실산 등 입산시 등산객들의 주의를 요함. 특히, 안개와 비 오는 날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를 소개하는 누리집에는 관광 안내 끄트머리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다. 이미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7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가거도에 산거머리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열대 지방의 축축한 우림에서 지나가는 먹이를 노리는 산거머리가 이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산거머리가 살 수 있는 지역은 점차 북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자원관은 지난해 7~8월 토양동물 조사를 하던 중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의 독실산에서 동남아와 대만, 일본 등에 서식하는 산거머리(학명 해마딥사 류큐아나) 100개체의 표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이 육지 거머리에는 ‘독실산거머리’란 이름을 학계에 보고하기 전 임시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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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발목에 붙은 독실산거머리가 흡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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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 30분 뒤 거머리의 몸이 통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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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가 분비한 항응고제 때문에 흡혈이 끝난 뒤에도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

 

몸 길이 2.5~3㎝에 원통형이고 신축성이 매우 뛰어난 이 거머리는 숲의 이동통로에 잠복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로 인한 미세한 온도변화, 공기의 움직임, 진동 등을 감지해 접근해 피를 빤다고 생물자원관은 설명했다.
 

한 번에 흡혈하는 양은 30분~1시간에 걸쳐 1㎖로 많지 않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2~6㎖까지 흡혈하기도 한다고 생물자원관은 덧붙였다.
 

산거머리가 흡혈할 때는 마취성분을 분비하기 때문에 피를 빨리는 동물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거머리가 분비한 항응고제로 인해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뒤에도 계속 피가 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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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붙어 먹이를 기다리는 독실산거머리.

 

채준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생물자원관의 의뢰를 받아 산거머리가 흡혈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 공격 대상은 사람, 생쥐, 족제비, 흰배지빠귀, 울새 등 다양했으며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아 산거머리가 질병을 옮길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거머리는 주로 산 속 낙엽 속과 바위 밑 등 습도가 높은 곳에 살며 기온이 낮아지고 건조해지면 땅속에서 휴면상태에 있다가 온도 25도, 습도 60% 이상일 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거도에서는 주로 장마철에 출현해 9월 중순까지 활동하다 휴면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6종의 거머리가 살며 독실산거머리를 빼고는 모두 물에 서식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보도자료에서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일부 기후구가 아열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현재 가거도에만 서식하는 흡혈 산거머리의 분포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거머리의 분포변화를 앞으로 면밀하게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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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독실산. 높은 습도와 높은 기후가 산거머리에게 좋은 서식 조건을 제공한다.  

 

가거도는 국토 최 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독실산(해발 639m)을 중심으로 기암괴석과 난대성 상록수림으로 덮여있다.
 

일본에서는 흡혈 산거머리가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으로 퍼져 있어 지자체마다 산거머리 예방법과 방제 대책 등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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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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