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냉전 생태계’ DMZ, 보전과 활용 논의하자

이은주 2018.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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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 자연 생태계 아닌 교란과 파괴 현장이자 피난처

생태·문화·역사 가치 높은 곳 찾아 지속가능한 보전해야


05895739_P_0-1.jpg » 비무장지대 건너로 보이는 금강산. 남북 화해 분위기와 함께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이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고성/공동취재사진


지난 2월 25일 17일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오늘부터 18일까지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말 그대로 평화올림픽이라 불릴 만하다.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로 남북한 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대화로 물길이 열렸다. 지난 정부에서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논의조차 못 한 바 있다. 


앞으로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고 긴장이 풀리면 주목을 다시 받을 곳이 바로 남북한 사이에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 일대이다. 분단의 상징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의 환경 가치와 평화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할 때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후 60년 이상 지속한 비무장지대는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조금씩 완화된다면 평화적인 생명 벨트로의 가치와 활용이 기대되는 곳이다. 


01724468_P_0-1.jpg » 철책선 안 비무장지대는 흔히 잘못 알려져 있듯이 원시림이 우거진 것이 아니라 군사적인 간섭과 교란이 많은 곳이다. 박승화 기자


연구가 계기가 되어 지난 몇 년간 경기도 권내에 있는 비무장지대 및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고 매스컴을 통해 숨겨진 비경처럼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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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디엠지(DMZ)라고 알려진 비무장지대와 그 바깥 지역인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에 대해 알아보자. 남과 북의 철책 사이의 남북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49㎞(155마일), 남북으로 4㎞인 총면적 9만8700㏊의 땅이다. 비무장지대의 바깥쪽으로 약 10㎞는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이며 일반인은 허락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은 현재 152종의 희귀동·식물을 포함해 19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는 생명 벨트로 바뀌었고, 야생 동식물의 안전이 확보된 지역이 되었다. 


05218969_P_0.JPG » 경기도 파주 군사철책선안에서 먹이를 먹는 고라니. 파주/ 김봉규 기자


01812053_P_0.JPG »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 두루미 가족. 연천/ 김진수 기자


이 일대 지역은 네 가지 얼굴과 자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고지, 벌판, 강 등의 전적지는 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흔히 오해하듯이 이 지역이 모든 동·식물이 풍부하게 살아가는 별천지 자연 생태계는 아니다. 이 지역 일대의 임목축적량은 남한 평균의 48%에 그친다. 많은 지역이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될 빈약한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지역 자연은 과거 전쟁으로 파괴되고 이후 반세기 동안 냉전 영향을 받은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이다.


05206499_P_0.JPG » 강원도 철원의 중부전선에서 철색선 경계 근무 중인 병사들. 철책선 주변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수목을 제거한 모습이다. 철원/ 김경호 선임기자


둘째, 냉전 인류학 교실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은 남북한 사이에 있는 제3 지대이자 냉전 인류학 교실이다. 셋째, 한국사의 현장이다. 궁예의 도읍지 등 미발굴된 한국사의 현장이다. 넷째, 단 하나밖에 없는 냉전 자연 생태계이다. 지독한 냉전 간섭을 받은 땅이다. 이 지역 내부가 정밀 조사된 경우는 산림과학원 조사 1곳과 경의선과 동해선 통과지역밖에 없다.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사가 제대로 된 적이 별로 없다. 지속적인 사계청소로 자연적인 천이가 진행되지 못한 전혀 뜻밖의 자연 생태계이다. 따라서 지구에 단 하나밖에 없는 ‘냉전 자연 생태계’이다. 수많은 생물의 피난처이자, 자연이 냉전 간섭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생명력의 현장이다. 


다시 정리하면 비무장지대 민간인 통제 지역은 ‘20세기가 지구에 남긴 냉전과 분단의 흔적이 살아 있는 자연문화유산’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있는 지역이지만 말 그대로 냉전 시대에 길든 독특한 자연 생태계, 세계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03948676_P_0.JPG » 강원도 철원에 남아있는 노동당사 건물. 1946년 북한이 지었다. 조홍섭 기자


아직 남북한 간의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평화와 화해의 시대 도래를 예상하고 비무장지대, 민간인 출입통제지역, 한강하구와 서해 연안 지역의 환경 가치를 밝히고 큰 틀의 보전 방안을 준비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일이라 생각된다. 


핵심은 이 지역 중 어떤 지역을, 무엇을 우선 보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상업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무장지대의 미래가치는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높은 지역을 현명하게 선택하고 지속가능한 보전 방안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은주/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 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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