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땅이 그리운 붉은점모시나비, 영하 48도에도 견딘다

조홍섭 2013. 0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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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한지성 멸종위기종, 한겨울 알에서 깨 5월말 나비로

홀로세생태연구소 밝혀, 10일 삼척 서식지에 30쌍 인공 방사

 

butterfly6.jpg » 기린초의 꿀을 빠는 붉은점모시나비. 추운 곳을 좋아하는 대표적 나비로 기후변화로 인한 첫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온난화 때문에 추운 곳에 적응한 한지성 나비는 점점 더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더위에 민감한 대표적 한지성 나비가 국내 보호종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붉은점모시나비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붉은점모시나비는 온난화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져 갈 생물로 예측되고 있다. 좀 더 추운 지방으로 서식지가 이동하는 패턴을 보이다가 멸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나비연구가 석주명이 작성한 조선산 나비 분포도(1973년 발간)를 보면, 이 나비가 중부와 남부에 걸쳐 폭넓게 서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 멸종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드물어져, 남획과 서식지 파괴와 함께 기후변화가 이 나비를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map.jpg

 

지난 8년 동안 붉은점모시나비의 생활사와 행동, 대량 증식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이 나비가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이제껏 알았던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나비의 생활사는 여느 나비에 비해 매우 특이하다. 5월 하순에 나비가 되면 짝짓기를 하고 6월 초 알을 낳고 죽는 것은 다른 나비와 비슷하다. 배추흰나비라면 알-애벌레-번데기-나비의 단계를 거치는 번식을 한 해에 네댓 번 한다. 하지만 붉은점모시나비의 알은 반년 동안인 약 190일을 알 상태로 있다 한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초 부화한다. 3월 애벌레가 된 뒤 5번에 걸친 탈바꿈을 하며 자라 마침내 번데기가 되어 성충으로 날아오른다.
 

bremeri1.jpg » 기린초 위에서 짝짓기 중인 붉은점모시나비. 교미 후 암컷의 배 끝에는 일종의 마개인 수태낭이 생긴다.

 

bremeri2.jpg » 알은 황백색 만두 모양으로, 지표에 있는 먹이식물 주변의 마른 풀이나 가지에 낳는다. 이 알은 11월 말~12월 초순에 부화한다.

 

bremeri3.jpg » 애벌레는 네 차례의 탈바꿈을 하면서 자라는데, 애벌레의 성장 단계별 기간은 1령 78일, 2령 13일, 3령 12일, 4령 12일, 5령 19일이다. 한겨울이지만 애벌레는 양지밭 기린초에서 미세하게 나오는 싹을 먹는다. 사진은 마지막 단계인 5령 애벌레이다.   

 

bremeri4.jpg » 먹이식물 주위의 잎에다 엉성한 고치 모양을 만들어 번데기가 되며, 색은 갈색이고 번데기 기간은 26일 전후이다.

 

bremeri5.jpg » 성충은 5월 하순에 발생하여 6월 상순에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엉겅퀴나 쥐오줌풀 나뭇잎 등에 산란하고 죽는다. 수컷은 배 전체에 연한 노란빛의 긴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나비의 애벌레가 한겨울에 깨어난다는 사실은 이 연구소가 처음 밝혀냈다(■ 관련기사: 영하 27도에 애벌레 꼬물꼬물, 붉은점모시나비 생활사 밝혀져).
 

그런데 지난해 겨울 실험에서 그 전까지 영하 27도까지 견디는 것으로 알려진 애벌레가 영하 35도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알은 영하 48도로 냉각되더라도 애벌레로 깨어나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이 나비 애벌레의 몸속에 항 동결 물질이 있기 때문인데, 연구소는 그 성분으로 글리세롤, 소비탈, 트레할로스, 만니톨 등 4가지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다.
 

이 소장은 “보통 극지방의 곤충들은 1~2가지 종류의 항 동결 물질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데 붉은점모시나비에서는 4가지가 나왔다. 항 동결 물질의 종류가 많으면 적은 것보다 아무래도 월동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 결과는 곧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bremeri6.jpg » 붉은점모시나비를 인공증식하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안 반자연 사육실 모습.  

 

한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이날 인공 증식한 붉은점모시나비 30쌍을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일원의 서식지에 방사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곳에서 채집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가 인공 증식한 붉은점모시나비를 2011년 10쌍, 2012년 20쌍 방사한 바 있다.
 

삼척의 서식지에는 2004년 300개체 이상의 붉은점모시나비가 있었으나  2011년 인공 방사 직전 5개체만 발생하는 등 급속히 감소해 인공 증식 방침이 정해졌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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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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