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논스톱 비행 철새, 근육 태워 목 축인다

조홍섭 2011. 09. 19
조회수 55457 추천수 1
지방으론 비행 에너지 얻고, 단백질 분해해 수분 얻어
캐나다 과학자 풍동 실험으로 밝혀, <사이언스> 논문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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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동에서 장거리 비행 실험 중인 북미산 개똥지빠귀. 출처=<사이언스>
 
수천㎞ 떨어진 대륙을 건너뛰고, 그것도 한 번도 내려앉지 않고 나는 철새들의 비행능력은 경탄의 대상이다.
 
호주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거쳐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 중간에 쉬지 않고 곧장 1만㎞를 날아 호주 북부로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는 대표적인 예이다. 바다뿐 아니라 사하라 사막이나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철새들도 적지 않다.
 
이들 철새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전 엄청난 식욕으로 배와 근육 사이에 체중의 2배까지 지방을 축적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몸 속의 지방은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지방산을 산화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로 날아간다. 

그렇다면 철새들은 갈증을 어떻게  풀까. 마라톤 주자들을 보면 알겠지만, 장거리 운동 때 고통을 주는 것은 허기보다는 목마름이다.
 
thrush_wind_tunnel.jpg 
▶웨스턴 온타리오대 풍동 실험 장치. 러닝머신에서처럼 제 자리에서 날고 있는 개똥지빠귀가 보인다. 출처=<사이언스> 

캐나다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실험을 통해 풀었다. 알렉산더 거슨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철새들은 몸속의 단백질을 태워 수분을 섭취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사실 조류 관찰자들은 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에게서 지방의 감소뿐 아니라 근육과 장기도 줄어드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구진은 대형 풍동에 새를 날린 뒤 몸의 변화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정밀 측정했다. 풍동이란 바람을 불어넣는 대형 장치로, 이곳에서 실험을 하는 새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사람처럼 제 자리에서 실제처럼 날게 된다. 
 
실험 대상은 소형 울새인 개똥지빠귀의 일종으로 중·남미와 북극권을 오가는 장거리 철새이다. 이 새는 먹이나 물을 전혀 먹지 않고 하루 8시간까지 5~6일 동안 비행을 한다. 새는 땀을 흘리지 않지만 비행 도중 헐떡이면서 내쉬는 숨을 통해 수분을 잃게 된다.
 
습도가 높고 낮은 상태로 풍동을 조절한 뒤 새를 날려 본 결과 수분 상실이 많은 비행을 할 때 더 많은 단백질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지방의 양은 수분 상실량과 무관하게 일정했다. 
 
이것은 몸속의 단백질 곧 근육이나 장기를 태워 비행에 필요한 수분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태운다’는 것은 연소가 아니라 몸 속에서 대사작용을 통해 단백질을 분해해 수분을 생성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실제로 같은 양의 연료(1킬로 주울의 에너지)를 새의 몸에서 태울 때 지방은 0.029g의 수분을 만들어냈지만 단백질로는 0.155g의 수분을 생성해 5배 가량 높은 효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철새는 이런 복잡한 방법이 아니라 직접 땅에 내려앉아 물을 마시지 않을까. 거슨 교수는 중간에 내려앉을 곳이 있다 하더라도 순풍을 타는 등 최적의 이동 경로를 놓치지 않는 것이 새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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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벌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오가는 도요·물떼새 이동경로의 인공위성 추적 과정. 뉴질랜드에서 등에 위성발신기를 달고 출발 준비중인 수컷 큰뒷부리도요(왼쪽), 기상 인공위성 노아가 찍어 보낸 큰뒷부리도요들의 북상 경로(가운데), 함께 출발한 16마리 중 4마리가 1주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각각 남한의 영종도와 아산만, 북한 압록강, 중국 산둥반도에 도착한 이동 경로.
 
이번 연구는 철새들의 이동경로에 환경변화가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는데 기여를 할 것이다. 거슨 교수는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온도가 높아지면 물 소비가 늘어나, 부족한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 내려앉거나 더 많은 근육을 소비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거슨 교수는 또 기러기 같은 대형 조류들도 개똥지빠귀처럼 살을 태워 물을 얻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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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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