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잡아먹는 물방개 애벌레 발견

조홍섭 2019. 06. 11
조회수 15617 추천수 0

일서 관찰, 갈고리 주둥이로 붙잡고 체액 빨아 먹어

 

p1.jpg » 논바닥에서 검정물방개 애벌레가 연가시 성체를 주둥이로 붙잡아 포식하고 있다. 와타나베 레이야 제공. 

 

연가시는 큰 인기를 끈 재난영화의 소재로 널리 알려져 공포의 대상이 된 동물이다. 이 기생동물을 잡아먹는 곤충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와타나베 레이야 일본 쓰쿠바대 생물학자는 지난해 8월 이바라키현의 논에서 물방개 애벌레의 야간 먹이사냥을 조사하다 검정물방개 애벌레가 연가시 성체를 포식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일본곤충학회가 내는 ‘곤충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p2.jpg » 날카로운 갈고리에 붙잡힌 연가시는 꿈틀거리며 탈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와타나베 레이야 제공. 

길이 6㎝의 물방개 애벌레는 물에 잠긴 논바닥에서 길이 25㎝의 연가시를 주둥이에 달린 날카로운 갈고리로 붙잡은 채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연가시는 꿈틀거리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애벌레의 갈고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그는 밝혔다.

 

와타나베는 “관찰한 물방개 애벌레의 사냥 행동 31번 가운데 연가시가 먹이인 사례는 한 번이어서 연가시가 흔한 먹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곤충 가운데는 유일하게 물방개가 연가시의 천적임이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보고된 연가시를 잡아먹는 동물은 물고기, 가재, 개구리, 도롱뇽 등이다.

 

p3.jpg » 긴 철사 같은 모양의 연가시는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철선충의 일종인 연가시는 메뚜기, 사마귀, 꼽등이 등에 기생한 뒤 숙주의 행동을 조종해 번식지인 물속에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2012년 영화 ‘연가시’에선 돌연변이를 일으킨 연가시가 사람을 감염시켜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도록 뇌를 조종하는 기생동물로 그렸다.

 

가늘고 기다란 철사 모양에 이런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사람에 해는 끼치지 않는다. 또 생태계에 흔한 숙주를 ‘좀비’로 만드는 기생동물의 하나일 뿐이다(▶관련 기사: 바퀴벌레는 어떻게 좀비가 되었나).

 

p4.jpg » 연가시의 포식자로 밝혀진 검정물방개.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물방개는 포식성 곤충으로 다른 곤충은 물론 어류, 갑각류, 양서류, 파충류 등을 먹이로 삼는다. 특히 성체는 죽은 동물을 먹기도 하지만 애벌레는 전적으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성을 나타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iya WATANABE, Field observation of predation on a horsehair worm (Gordioida: Chordodidae) by a diving beetle larva Cybister brevis Aubé (Coleoptera: Dytiscidae), Entomological Science (2019), doi: 10.1111/ens.1235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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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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