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조홍섭 2019. 04. 11
조회수 22211 추천수 0
물고기와 개구리가 주 먹이, 일본서 남생이와 살무사 공격 사례 보고

m1.jpg » 새끼 남생이를 사냥해 먹고 있는 물장군 수컷. 물장군은 척추동물을 주요 먹이로 삼는 곤충이다. 오바 신야 제공.

물속에 사는 곤충인 물장군은 개구리, 물고기, 올챙이처럼 종종 자신의 몸집보다 큰 척추동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들의 사냥 목록에는 뱀과 거북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 신야 나가사키대 교수는 일본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곤충학’ 최근호에 실린 종설 논문에서 이 포식성 대형 곤충의 생태를 두루 소개했다. 이 논문에서 오바 교수는 “세계의 열대·아열대 지방에 약 150종이 있는 물장군과 곤충은 물벼룩 등 소형 먹이를 주로 먹는 부류와 척추동물을 주 먹이로 삼는 대형 부류로 나뉜다”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서식하는 물장군은 대표적인 척추동물 포식자”라고 밝혔다.

m2.jpg » 물장군의 다양한 포식 대상. A. 미꾸라지 B. 개구리 C. 올챙이를 먹고 있는 물장군 유생 D.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장군 유생. 오바 신야 ‘곤충학’ (2019) 제공.

그는 2010년 5월 일본 중부지역인 효고 현에서 야간채집을 하다 수컷 물장군이 남생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 학회에 보고했다. 길이 5.8㎝의 이 물장군은 길이 3.4㎝의 남생이 새끼를 강한 앞발로 붙잡고 날카로운 침을 목에 박아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노린재와 같은 계통인 물장군은 뾰족한 발톱이 달린 앞발로 먹이를 낚아채 신경독을 분비하는 침을 박아 상대를 제압한 뒤, 소화효소를 주입해 분해된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북은 죽은 상태였으며 인근 논의 도랑에서 물장군의 알 무더기가 발견됐다. 물장군은 암컷이 물 밖으로 자라나는 수초 줄기에 낳은 알을 수컷이 깨어날 때까지 돌본다.

오바 교수는 이듬해에도 학회지에 물장군이 살무사를 포식하는 사례를 보고했다. 일본 효고 현 어느 가정집 정원의 연못에서 물장군이 자기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습격했는데, 뱀은 이 벌레를 떼어내려 완강하게 저항했다. 이런 싸움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그러나 “관찰자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둘 다 사라져, 물장군이 사냥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g2.png » 자신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공격한 물장군. 뱀은 이 포식 곤충을 떼어내려고 한 시간 동안 몸부림을 쳤다. 오바 신야 교수 제공.

오바 교수는 “새끼 거북에게 주요 천적은 황소개구리, 새, 포유류 등이고 살무사의 천적은 포유류로 알려졌지만, 이 발견으로 곤충인 물장군도 중요한 포식자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장군은 물고기와 개구리, 올챙이 등 물속의 척추동물을 포식하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물장군의 인공증식과 생태복원 사업을 하는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소장 이강운)는 “실험 결과 물장군 한 마리가 알에서 깨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올챙이와 물고기를 무려 53마리나 먹는 놀라운 포식성을 나타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장군은 성체뿐 아니라 알에서 갓 깬 유생 단계에도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며, 동료끼리 잡아먹는 행동도 보인다. 수컷보다 덩치가 큰 암컷은 다른 암컷의 알을 지키는 수컷을 공격해 이에 저항하는 수컷과 알을 먹어치우기도 한다(▶관련 기사: 지극한 부성애 물장군 수컷이 ‘폭군’ 암컷과 살아가는 법). 

오바 교수는 “물장군은 논에 기대어 살아가는 곤충인데 농로의 콘크리트화, 농약·제초제 살포 등으로 논 생태계가 망가지면서 전국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며 “최근에는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나왔다가 물로 돌아가지 못해 탈수나 차에 치여 죽고 포식 동물에 잡아먹히는 일이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장군은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서식지 파괴와 가로등 유인이 큰 위협이다.

논에서 벌어진 살무사와 물장군의 사투 유튜브 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n-ya Ohba, Ecology of giant water bugs (Hemiptera: Heteroptera: Belostomatidae), Entomological Science (2019) 22, 6–20, doi: 10.1111/ens.1233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동고비도 안다, ‘가짜뉴스’ 전파 조심동고비도 안다, ‘가짜뉴스’ 전파 조심

    조홍섭 | 2020. 02. 21

    박새 경계음 엿듣지만 확인된 경보만 ‘리트윗’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는 작은 새 동고비는 활발하고 떼를 짓는 박새와 어울리며 박새의 경고음을 엿들어 동료에 전파한다. 그러나 동고비는 불확실한 정보를 함부로 ‘리트윗’하지 않는다. ‘가짜 ...

  • 죽은 어미 곁 막내딸 코끼리의 ‘눈물’죽은 어미 곁 막내딸 코끼리의 ‘눈물’

    조홍섭 | 2020. 02. 20

    ‘조문’ 무리 떠난 뒤 한동안 자리 지키다 관자놀이 샘 분비자연사한 55살 난 어미 코끼리 빅토리아를 남기고 무리는 하나둘 자리를 떴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10살짜리 막내딸 누르는 주검 주변에서 무심하게 풀을 뜯는 것처럼 보였다.&n...

  • 고양이 알레르기 기원은 포식자 방어수단?고양이 알레르기 기원은 포식자 방어수단?

    조홍섭 | 2020. 02. 18

    ‘독 영장류’ 늘보로리스 독이 고양이 알레르기 항원과 동일 밝혀져인도네시아 자바 섬 등 동남아 열대림에 사는 늘보로리스는 거의 연구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동물이다. 몸길이가 18∼38㎝의 작은 몸집에 큰 눈을 지닌 영장류로 밤중에 활동하는 ...

  • 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

    조홍섭 | 2020. 02. 12

    오징어 뇌지도 작성…척추동물 중추신경계와 유사 ‘수렴 진화’오징어와 문어, 주꾸미, 갑오징어 등 두족류는 다리가 몸이 아닌 머리에 달린 무척추동물이면서도 척추동물 뺨치는 지적 능력을 자랑한다. 척추동물과는 5억년 전 갈라져 나왔지만 놀라운...

  • 풍뎅이가 무지갯빛 광택을 띠는 이유풍뎅이가 무지갯빛 광택을 띠는 이유

    조홍섭 | 2020. 02. 11

    얼룩덜룩한 자연환경에선 오히려 포식자 눈에 덜 띄어풍뎅이는 겉날개가 초록빛 광택을 띤다. 풍뎅이보다 드물지만, 비단벌레도 에메랄드와 붉은빛이 화려하다. 이처럼 눈에 띄는 무지갯빛이 역설적으로 자연에서는 뛰어난 위장 효과를 낸다는 실험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