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남생이 서식지 발견 2년 만에 망가져

조홍섭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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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천군동 저수지, 토목공사하며 물 빼…“한 마리도 못 봐”

g1.jpg » 남생이 국내 최대 서식지이던 경주시 천군동의 저수지. 왼쪽이 2018년 5월, 오른쪽은 물을 뺀 지난 3월 모습이다. 구교성 박사 제공.

멸종위기 토종 거북으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남생이의 집단 서식지가 알려진 지 1년도 못 돼 완전히 망가져 남생이가 자취를 감췄다.

구교성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은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남생이 서식지인 경북 경주시 천군동 1385번지의 소형 농업용 저수지를 조사했지만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구 박사는 2018년 이 저수지에서 남생이 성체 28마리와 어린 개체 21마리를 확인해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019년 8월호에 보고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남생이 개체군인 만큼 남생이와 서식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멸종위기 토종 거북 ‘남생이’ 최대 서식지 발견).

g2.jpg » 훼손되기 전 저수지 수몰 나무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남생이(A). 구교성 박사 제공.

이 저수지는 둘레가 약 500m인 소규모이지만 물에 잠긴 나무가 일광욕 장소를 제공하고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이는 등 서식 여건이 좋아 남생이가 순조롭게 번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경주시가 땅꺼짐 복구 공사를 하면서 저수지 물을 빼 남생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

g3.jpg » 지난 3월 저수시의 물을 뺀 모습. 구교성 박사 제공.

구 박사는 “남생이의 월동기인 3월은 물론 활동기인 9월 18일에도 물이 빠진 상태였고 남생이를 한 마리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남생이가 주로 은신하며 해바라기를 하던 물에 잠긴 나무가 모두 물 밖에 드러나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남생이가 서식하는지 몰랐다”며 “저수지가 사업계획에 포함된다면 대체 서식지 마련 등 남생이 보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g4.jpg » 토종 민물 거북인 남생이. 외래종 붉은귀거북 도입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남생이는 자라와 함께 우리나라 토종 거북으로 전국 하천과 저수지에 널리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 그리고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대대적으로 도입되면서 자취를 감춰 2005년 천연기념물 453호로 지정됐고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기도 하다.

구 박사는 “잘 관리했다면 남생이가 번식하며 개체군을 유지할 드문 서식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g5.jpg » 저수지의 9월 20일 모습. 수초로 덮여있지만 물이 빠진 상태여서 남생이가 은신할 곳은 없다. 구교성 박사 제공.g1.jpg

신용운 문화재청 주무관은 “3월에 서식을 확인했지만 개발 사실은 이제야 알았다”며 “재조사와 개발 계획 검토 등 보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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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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