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호수 세어보니, 모두 1억 1700만개
'세기의 숙제' 위성 사진으로 풀어, 직접 센 개수 1억 1700만개
0.2~1㏊ 면적이 9000만개로 가장 많아, 시베리아와 캐나다 극지방 많아
» 시베리아에 있는 길이 4400km의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의 하나인 레나강 하구. 다수의 작은 호수가 있어 호수를 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실제 모습이 아니라 적외선 사진 등을 조합한 위성사진이다.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거의 한 세기 전에 이런 질문을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제야 그 답이 나왔다.
그 사이 각종 관측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이런 초보적인 질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호수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위치하는데다 그 수도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이다.
» 시베리아 오브강 근처의 다양한 호수 모습. 인공위성에서 자연광으로 촬영한 것이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이제까지 호수의 수를 추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장 자세한 지도를 구해 호수를 하나씩 세어보는 것이지만 10㎢ 이하의 호수는 아예 지도에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통계적인 외삽으로 일부 지역의 호수 분포를 근거로 전체 분포를 예상하는 것이었다. 2006년 연구자들이 이렇게 얻은 세계의 호수 개수는 3억 400만개였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의 호수를 직접 세어본 결과가 나왔다.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법을 썼다. 호수로 간주한 가장 작은 크기는 0.2㏊(2000㎡)였다.
» 눈과 얼음으로 덮인 캐나다 퀘벡 북부에서 핑과루이트 호수가 얼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운석이 충돌해 생긴 이 호수는 수심 246m, 폭 3km로 좀처럼 얼지 않는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스웨덴 등 국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지구물리학 연구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지구의 호수 개수를 1억 1700만개라고 밝혔다.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500만㎢로 남한 면적의 50배였고, 빙하로 덮인 곳을 뺀 육지 면적의 3.7%를 차지했다.
호수가 가장 조밀한 곳은 캐나다와 시베리아 등 한대와 북극 지방(북위 45~75도 사이)이었고 85%가 해발 500m 이하의 높이에 위치했다.
연구진은 “전체 호수 개수를 3억개로 추정했던 과거 연구는 소규모 호수를 과다 평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작은 크기인 0.2~1㏊(1㏊는 가로세로 각 100m 넓이) 호수는 가장 수가 많아 약 9000만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이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에 그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0~100㏊ 면적의 호수로 이들이 전체 지표의 19%나 차지했다.
» 기후변화로 줄어드는 시베리아 호수. 1973년과 2002년 사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호수의 수와 크기가 중요한 건 단지 지적 호기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호수가 생물화학적 활동이 왕성한 곳이어서 여기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기후변화에 큰 기여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호수 바닥에 쌓여있는 유기물 퇴적층은 탄소를 간직하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호수의 실태를 정확히 아는 것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에서 소규모 호수의 수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줄었지만 생태계에서 하는 일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작은 호숫가에서 물과 육지의 상호관계가 활발하며 식물과 물고기, 무척추동물 등 생물다양성이 높고 생산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대의 호수인 카스피해와 수백개로 추정되는 남극과 그린란드 얼음 밑의 호수는 계산에서 제외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호수는 2013년 현재 모두 1만 7629개이며 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1만 7516개가 농업용 저수지이다. 자연호수는 18개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erpoorter, C., T. Kutser, D. A. Seekell, and L. J. Tranvik (2014), A global inventory of lakes based on high-resolution satellite imagery, Geophys. Res. Lett., 41, doi:10.1002/2014GL06064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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