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미스터리’…민물새우는 왜 밤새 물밖으로 행진했을까

조홍섭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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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마리 줄새우·징거미새우 줄지어 상류로…타이서는 ‘새우 대행진’ 관광 상품으로

sh1.jpg » 거센 물살을 피해 보의 경사면을 줄지어 걸어 올라가는 거제도 줄새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미스터리다. 김영춘 제공.

아가미로 호흡하는 민물새우가 물 밖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진귀한 행동이 경남 거제도에서 발견됐다. 소하천의 농사용 보를 거슬러 올라 수천 마리의 줄새우와 징거미새우가 이루는 행렬이 밤새 이어져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생태관광 기업인 거제 에코투어를 운영하는 김영춘(49·경남 거제시) 씨는 9월 하순 거제도의 한 소하천 지류에서 처음 이런 행동을 목격했고 10월 초까지 행렬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 경사면처럼 물살이 센 곳에서 민물새우가 줄지어 물을 거슬러 올랐는데 아프리카 평원의 누 떼처럼 수가 엄청나게 많아 전체로 수천 마리는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무언가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같은 속도로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민물새우의 대이동이 시작되기 직전 이곳에는 태풍 하이선이 통과하면서 폭우가 내렸다. 그때 하류로 떠내려간 새우가 서식지로 돌아간 걸까.

sh2.jpg » 육상이동 행렬에는 줄새우를 비롯해 징거미새우, 새뱅이 등 다른 민물새우와 함께 다슬기도 끼어 있다. 김영춘 제공.

김 씨는 “바위까지 굴린 폭우에 떠내려갔다면 가까운 바다로 쓸려가 모두 죽었을 것”이라며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확인한 종은 줄새우, 징거미새우, 새뱅이 등 이곳 하천에 서식하는 모든 민물새우가 포함돼 있고 다슬기 등도 이동대열에 끼어 있었다.

거제도의 민물새우가 왜 이맘때만 대규모 이동을 하는지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겨울로 접어든 현재 이동은 거의 끊긴 상태다. 

그러나 타이에서는 징거미새우의 대규모 이동이 오래전부터 알려졌고 이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이 연간 10만 명 넘게 찾아오는 곳이 있다. 이곳의 민물새우를 연구한 결과는 거제 민물새우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sh3.jpg » 타이 북동부 우본랏차타니에서 떼 지어 이동하는 징거미새우 속의 새우들. 급류의 물방울이 튀는 범위에서 대열을 이룬다. 홍잠라실프 외 (2020) ‘동물학 저널’ 제공.

타이 출신의 미국 캘리포니아대 진화생물학 박사과정생인 왓차라퐁 홍잠라실프는 과학저널 ‘동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타이 북동부 우본랏차타니의 급류와 보에서 징거미새우의 대규모 이동을 2년에 걸쳐 현장 연구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곳의 민물새우는 해마다 우기인 8월 말∼10월 초 땅 위로 대규모 행진을 펼친다. 저녁 6시께 급류나 보 아래 모여든 민물새우는 해가 지는 7시부터 물가에서 20∼40㎝ 떨어진 곳으로 밤새 걸으며 1분에 평균 85㎝를 가는 꾸준한 행군은 아침 6∼7시 동이 트면서 끝난다.

연구자들은 “민물새우의 육상이동은 물살이 셀수록 많아지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장벽인 거센 물살을 피하기 위해 땅 위를 걷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땅 위에서 새우는 어떻게 호흡을 할까.

연구자들은 “하천의 물이 튀는 범위가 넓으면 넓게 펼쳐 이동하고 좁은 곳에선 한 줄로 이동한다”고 밝혀 급류에서 튄 물방울이 아가미를 적시는 방식으로 산소를 공급받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또 조사한 민물새우가 92%가 미성숙 개체라는 사실로부터 번식을 위한 이동이 아니며 강한 물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땅을 걷는 것으로 추정했다.

sh4.jpg » 타이의 어린 민물새우가 급류를 우회하기 위해 육지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홍잠라실프 외 (2020) ‘동물학 저널’ 제공.

흥미로운 사실은 지역사회에서 1999년부터 ‘민물새우 행진’을 관광 행사로 기획해 해마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불러모은다는 것이다. ‘새우 이동통로’를 만드는 등 새우도 보전하고 지역사회도 이익을 얻는 길을 찾았다. 

그렇다면 거제에서도 새우 행진을 생태관광의 요소가 될 수 없을까. 이에 대해 김 씨는 “현재 민물새우가 이동하는 곳은 농사짓는 곳이어서 사람 손을 많이 타고 농사철에 따라 물이 마르기도 하는 등 현실적 여건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징거미새우 등 민물새우의 육지 이동 사례는 이밖에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Zoology, DOI: 10.1111/jzo.128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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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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