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김치'인 동물플랑크톤 학계 보고

조홍섭 201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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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좋아하는 호주인 교수가 지어, 남해 매물도 해저서 채집한 요각류

마고, 청미천, 가거도 이름 딴 신종도 등록…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동물 조사 결과

 

gimchi.jpg » 신종 요각류 '김치'. 길이 0.4밀리의 소형 해저 동물플랑크톤이다. 그림=주 택사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한 사람은 그 특징을 규명해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그 생물에 영원히 따라다닐 이름을 다는 영광을 얻는다.
 

연구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게 낭비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라면 그 생물의 형태나 색깔의 특징이나 사는 장소를 학명으로 삼는다.  하지만 신종을 알리는 이런 드문 기회를 자기가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또는 사물의 이름을 붙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3c04732d078.jpg » 스리랑카 과학자가 발견한 도킨스 속의 물고기

 

리처드 도킨스 같은 생물학 거장이나 비욘세나 밥 말리 같은 예술가, 또는 조지 부시 같은 정치인의 이름도 오른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이제 ‘김치’라는 학명을 지닌 생물이 국제학회에 등록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2일 지난해 무척추동물에 대한 자생생물 조사사업에서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26종의 신종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33종의 미기록종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주 택사> 특별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신종으로 등록된 요각류 가운데 한 종에는 ‘아메이라 김치’란 학명이 붙었다. 요각류는 노처럼 생긴 발을 지녀 ‘노벌레’라고도 불리는 동물플랑크톤으로 바다생태계에서 기초 먹이로 중요하다.
 

kimchi.jpg » 신종 요각류 김치의 부위별 세부 형태. 그림=주 택사

 

신종 요각류의 이름은 조주래 국립생물자원관 박사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토미슬라브 카라노비치 한양대 생명과학과 연구교수 겸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해양 및 남극연구소 연구원의 뜻에 따랐다.
 

그는 “한국에 살기 전부터 좋아하던 한국의 전통음식에서 이름을 따 이 생물의 이름으로 정했다”며 “김치는 전통 한국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경남 통영에 있는 매물도의 수심 33m 해저에서 발견된 길이 0.4㎜의 이 신종 요각류는 우리나라에만 분포한다.
 

mago.jpg » 마고할미를 가리키는 마고라는 이름을 얻은 매물도의 요각류 세부 모습. 그림=주 택사

 

매물도에서 역시 발견된 또 다른 요각류에는 ‘슈다메이라 마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마고’는 우리나라의 전설과 무속신앙에서 나오는 마고할미를 가리킨다. 논문은 “한국에서 오늘날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은 종교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시하는 데는 아직도 자주 쓰인다”고 명명 배경을 밝혔다.
 

또 남한강 지류인 청미천에서는 종보다 한 단계 위 분류 갈래인 새로운 속의 ‘옛 새우’가 발견돼 ‘아리수바티넬라 청미엔시스’란 이름을 얻었다. 속명에는 한강의 옛 이름인 ‘아리수’가, 종명에는 발견장소인 ‘청미’가 들어갔다. 이 생물은 길이 1㎜의 소형 갑각류이다.
 

chongmi.jpg » 경기도 여주군 청미천 강변에서 발견된 새로운 속의 소형 갑각류. 그림=주 택사

 

이밖에 가거도에서 발견된 신종 지렁이에는 ‘아민타스 가거도’란 이름이 붙었다. 길이가 15~17㎝인 이 지렁이는 낙엽 속에 사는데 위험을 느끼면 뱀처럼 구불구불 재빨리 달아나며 겨울엔 휴면을 하기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한반도 고유 생물종의 발굴과 보전 및 관리의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이번 조사의 배경을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3만 6921종의 생물이 보고돼 있으며 이 가운데 곤충을 뺀 무척추동물은 5773종으로 예상된 것보다 훨씬 적게 밝혀져 있다. 우리나라의 면적과 기후 여건 등으로 볼 때 잠재적인 생물종은 약 10만 종에 이를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다.
 

유명인사 이름이 붙은 신종 생물

11.jpg » 가수 비욘세의 이름이 학명에 붙은 호주의 말파리.  

 

해마다 새로 발견되는 동물만도 1만 7000~2만 4000 종에 이른다. 여기에 모두 이름을 붙이는데, 그러다 보면 연구자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이의 이름이 붙는 일도 흔하다.
 

스리랑카의 어류학자는 새로운 속으로 발견된 물고기에 ‘리처드 도킨스’란 이름을 붙였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등 대중적 저술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이다. <비비시>의 방송인이자 저명한 자연보호론자인 데이비드 아텐보로의 이름을 딴 생물도 공룡인 ‘아텐보로사우루스’ 등 적지않다.
 

인기 연예인의 이름도 신종에 종종 등장한다. 비욘세 파리가 있는가 하면(관련 기사: 비욘세 파리를 아십니까) 최근엔 한 미국인 생물학자가 카리브해에 사는 기생성 갑각류에 전설적인 레게 음악가인 밥 말리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 보수적 생물학자는 자기가 발견한 3종의 딱정벌레에 조지 부시, 딕 체이니, 도널드 럼즈펠드 등 보수 정치인의 이름을 각각 붙이기도 했다. 또 아돌프 히틀러란 학명을 가진 딱정벌레도 있는데, 독일인 발견자가 1933년 지은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ree new ameirid harpacticoids from Korea and first record of Proameira simplex (Crustacea: Copepoda: Ameiridae)
TOMISLAV KARANOVIC & JOO-LAE CHO
Zootaxa 3368: 91.127 (2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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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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