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식혀주는 녹색 징검다리, 옥상정원

김성호 2012. 07. 30
조회수 28435 추천수 0

에너지 절약, 빗물 저장 등 복합 기능 지녀

삭막한 도시에 나비 불러들이는 생명의 거점 구실도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의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butterfly1.JPG » 아이들에게 가장 낯익은 곤충이던 배추흰나비. 사진=김성호 교수 

butterfly2.JPG » 엉겅퀴에서 꿀을 빠는 노랑나비. 사진=김성호 교수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동요였고, 지금도 나비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떠올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노래는 음악시간이 아니라면 우리의 아이들조차 잘 부르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우리의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른다 하더라도 이리 바로 날아와 줄 만큼 노랑나비와 흰나비가 가까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폭염, 폭염으로 인한 산불, 열대야, 가뭄, 집중호우, 폭우, 홍수, 한파, 폭설….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을 나는 것이 점점 두렵습니다.

 

이런저런 자료들이 구체적으로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냥 맨몸으로 느끼기에도 지구온난화는 진짜 현실이며,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정말 덥고 후텁지근합니다. 내 몸만 뜨거워지면 그렇다 치겠는데 도시 전체가 열로 달궈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변보다 도심 지역의 기온이 높게 나타나 도심이 하나의 뜨거운 섬이 되는 현상을 열섬효과(heat island effect)라고 합니다. 물론 열섬효과는 자연 본래의 모습을 제거하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03168677_P_0.jpg » 한겨레신문 사옥 9층에 설치된 옥상정원.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공들여 세운 건물을 다시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나름의 묘책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중 자연 본래의 모습과 닮아가는 방법으로서 근래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옥상녹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입니다. 옥상녹화 사업은 말 그대로 옥상에 식물을 식재하여 옥상을 푸르게 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그런데 식재를 하려면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깊이의 흙이 필요하며, 게다가 비가 오면 흙은 빗물을 붙들고 있으므로 옥상녹화 사업은 무엇보다 건물이 그 총체적 하중을 단단히 버텨낼 수 있는 범위에서 시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옥상녹화 사업은 건물의 규모와 형편을 고려하여 달리 해야 합니다. 어떠한 형태이든 도심에서의 녹지 확보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옥상녹화는 다양한 역량을 발휘합니다.

 

우선 강한 자외선과 열 그리고 산성비로부터 건물 자체를 보호함을 물론 열섬효과를 줄여주는 힘이 있습니다. 열섬효과의 저감은 냉난방 비용의 절감과 직결되어 귀중한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녹지공간의 확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고 산소의 양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으니 말 그대로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가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빗물을 저장함으로써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을 극복하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보탤 수 있습니다. 도시 소음의 흡수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도시의 경관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기쁨에 해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옥상녹화는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도심의 규모만큼 생태계는 단절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로만 덮여있는 도심의 건물은 대부분의 생물이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차단벽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옥상의 녹화는 다양한 생물들이 도심과 주변의 자연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수 있습니다.

 

03168683_P_0.jpg » 한겨레신문 사옥 옥상정원에는 다양한 나비 등 곤충과 새가 나무 그늘과 연못을 찾는다. 인근 효창공원과 연계된 생태공간이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우리는 지금 어제가 어제가 아닌 듯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꿈에서나 그려 보았던, 아니 꿈에서조차 떠올릴 수 없었던 세상이 바로 눈앞에서 날마다 새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펼쳐지는 신기한 세상에 넋이 나간 사이, 우리 곁에 꼭 있어야 하고 그래서 우리가 진정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것들마저 잊거나 잃거나 버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하지만 다 잊어도, 다 잃어도, 다 버려도 우리 곁에서 나비마저 그리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먼 숲으로 숨어든 나비가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기에는 길이 너무나 험합니다. 징검다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직장의 옥상과 빈 공간을 형편에 따라 푸르게 가꿔 그 하나하나가 단절된 허공을 딛고 넘어올 수 있는 나비의 징검다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도 옳게 숨 쉬는 길이며, 나비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자신이, 더군다나 우리의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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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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