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머리 잘라내는 세계 최소형 파리 발견

조홍섭 2012. 07. 05
조회수 31619 추천수 0

핀 끝 절반 크기, 타이서 발견…초소형 개미 몸속에 알 낳아 결국 '참수'

기생 파리와 개미의 소형화 경쟁 어디까지 주목 

 

 fly big2.jpg » 몸길이 0.4㎜의 세계 최소형 파리의 모습. 그림=이나-마리 스트라츠니크

 

핀 끝보다 작은 파리가 타이에서 발견됐다. 이 파리는 개미에 기생해 그 머리를 잘라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얼마나 작아야 기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브라이언 브라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 박사는 <미국 곤충학회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신종 파리 ‘유립라테아 나나크니할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fly big.jpg » 집파리와 초소형 파리의 크기 비교. 왼쪽 큰 것이 집파리, 아래 점이 초소형 파리이다. 그림=이나-마리 스트라츠니크

 

벼룩파리과에 속하는 이 파리의 길이는 0.4㎜로 보통 집파리의 15분의 1, 핀 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소형이다. 이 파리와 같은 속인 가까운 친척은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기니에 서식하는데 개미에 기생해 결국 머리를 잘라내는 습성으로 유명하다. 이 파리는 숙주인 개미를 만나면 몸 속에 알을 낳는데, 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머리를 파먹어 결국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직접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벼룩파리과의 초소형 파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발견된 파리도 개미에 기생해 머리를 떼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기니의 벼룩파리도 몸길이가 1.1㎜로 초소형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종보다는 3배나 크다. 기니 벼룩파리는 몸길이 3.5㎜인 소형 개미에 기생한다. 일반적으로 기생 곤충은 특정한 종의 숙주만을 고르는 습성이 있어 신종 파리도 초소형 개미에 기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브라운 박사는 그 개미는 길이가 약 2㎜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개미는 길이가 약 1㎜이다.
 

Sanford Porter_Ant_decapitated_by_a_parassitoid.jpg » 벼룩파리과의 파리에게 기생당해 머리가 잘라진 불개미. 사진=샌포드 포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파리목에는 15만종이 있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몸이 매우 작아 과 이름이 '보이지 않는'이란 뜻을 가진 것도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파리는 이보다도 훨씬 작다.

 

신종파리가 속한 벼룩파리과도 곤충 가운데 가장 다양한 과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개미와 꿀벌에 기생하는 벼룩파리가 일부 알려져 있는데, 미국 남부지방에서는 일부 종을 개미를 퇴치하는 생물방제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발견은 기생 곤충인 파리와 숙주인 개미의 소형화 경쟁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까지 과학계에서는 소형 개미에게는 길이가 1~3㎜인 초소형 파리라도 기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파리의 애벌레가 개미의 몸집보다 크기 때문에 몸속에 기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Sanford Porter_Phorid_fly.jpg » 개미에 기생해 목을 떼어놓는 벼룩파리과의 일종 소형 파리. 사진=샌포드 포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데 이번에 가장 작은 개미보다 더 작은 파리가 발견됨으로써 아무리 작은 개미도 머리를 잘릴 걱정에서 해방될 수는 없게  됐다. 논문은 "벼룩파리과 파리의 몸 구조와 생활방식의 진화는 생물다양성 연구에 흥미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mall Size No Protection for Acrobat Ants: World’s Smallest Fly Is a Parasitic Phorid (Diptera: Phoridae)
BRIAN V. BROWN Entomology Section,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900 Exposition Boulevard, Los Angeles, CA 90007
Ann. Entomol. Soc. Am. 105(4): 550Ð554 (2012); DOI: http://dx.doi.org/10.1603/AN1201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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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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