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서 24시간만에 생물 1241종 찾아내

조홍섭 2012. 06. 13
조회수 23657 추천수 0

국립수목원·식물원수목원협회 주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생물 탐사

15분에 1종 멸종 사태 대응, 생물다양성 중요성 인식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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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예요?" 한 참가자가 나무에서 떼어낸 버섯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정각, 대관령자연휴양림에 설치된 전광판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24시간에서 1초씩 줄어드는 특이한 전광판이다.
 

이로부터 만 하루 동안 휴양림 일대에 얼마나 많은 동·식물이 사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각 분야 분류 전문가뿐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참가한 300여 명의 일반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일반인까지 생물종 조사에 나선 것은 자연상태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 멸종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15분에 한 종씩 사라지는데, 우리는 이 땅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 주관해 세 번째로 열린 ‘생물종 다양성 탐사 2012’는 생물 조사를 전문가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다급함과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일반인이 직접 체험해 인식을 높이자는 의도에서 열렸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바이오블리츠’란 이름으로 이런 행사가 널리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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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 다양성 탐사 행사장의 모습. 단상 위에 전광판이 있다. 전문가와 질의응답 중이다.  

 

참가자들이 직접 포충망과 독병, 삼각지를 이용해 곤충을 채집하고 종을 알아낼 수 있는 곤충 조사팀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서 큰 인기를 모았다.
 

임종욱 국립수목원 박사는 채집을 하랴,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랴 바빴다. “웅~” 소리를 내며 엄지 손가락만 한 벌이 날아가다 참가자의 포충망에 잡혔다. 장수말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지만 임 박사는 왕소등에라고 동정했다.
 

“벌처럼 생겼지만 파리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쏘이면 무척 아프지요.” 벌은 날개가 두 쌍이지만 이 등에는 한 쌍이고 나머지 한 쌍이 평균곤으로 변형되어 있으니 파리의 일종이라고 표본을 직접 가리키며 설명을 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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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등에. 벌처럼 생겼지만 파리의 일종이며 쏘이면 아프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다귀를 사냥하던 파리매, 뒤집히면 가시와 날개를 부닥쳐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키는 재주가 있는 방아벌레, 멧돼지 배설물에 잘 모이는 보라금풍뎅이, 영어로는 ‘전갈 파리’라고 불리는 육식 파리인 밑드리 등을 채집했다.
 

“이걸 보세요.” 임 박사가 가리키는 소나무 줄기에 작은 하얀 고치들이 모여있었다. “고치 사이에 하얀 점이 꼬물거리죠? 바로 좀벌입니다.” 기생벌의 일종인 이 벌은 고치 사이를 청소하며 극진하게 새끼들을 돌보고 있었다.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 좀벌이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북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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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새끼인 고치를 돌보고 있는 좀벌의 일종.  

 

새 관찰 프로그램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새벽 5시에 열린 답사에 약 40명이 참가하는 열성을 보였다. 여름철 숲속에서의 새 관찰은 눈보다 귀가 중요하다. 나뭇잎에 가린 숲 새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에 새들이 서로를 확인하는 의식을 치르는 새벽이 새를 ‘들을’ 최적의 때이다.
 

서정화 한국생태사진가협회 이사가 개울가를 가리켰다. 자세히 보기 위해 아이들이 앞다퉈 필드스코프 뒤에 줄을 섰다. 지렁이를 잡아 물고 있는 되지빠귀였다. 맑고 고운 소리로 우는 여름철새인 되지빠귀는 새끼에게 주기 위해 네댓 마리까지 지렁이를 모아 물고가는 습성이 있다고 서 이사가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숲 속 목욕탕’을 엿보는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개울가 물이 고인 천연의 목욕탕에 박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와 차례로 몸을 씻고 날아가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일행은 이날 쇠박새의 그 둥지, 습새, 노랑턱멧새, 딱새, 솔새 등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었다. 답사 막바지에는 보기 힘든 큰유리새를 만나는 횡재도 했다. 광택이 있는 푸른 깃털과 아름다운 소리로 유명한 새로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새가 아니지만, 이날 둥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깃줄에 앉아 한동안 넋을 잃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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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서 확인된 기생식물인 나도수정초.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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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전문가 부스를 찾아가 조사 장비와 방법 등을 알아보았다. 사진은 곤충 부스의 모습. 

 

전문가와 함께 걸으면서 식물, 버섯, 새, 곤충 등을 탐사한 참가자들은 저녁에는 한자리에 앉아 전문가로부터 흥미로운 생물 이야기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버섯 전문가인 한상국 국립수목원 박사는 모두가 궁금해하던 독버섯과 식용버섯의 구분법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화려하다고 독버섯이 아닌 것처럼 수수하다고 모두 식용버섯은 아니며, 민달팽이가 먹는 버섯도 사람에겐 독이 있을 수 있고 끓여먹어도 독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장이권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곤충은 연구하기에 좋은 대상인데 곤충을 보면 비명부터 지르는 여학생이 적지 않다”며 “어릴 때 곤충에 대한 태도를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곤충 전문가인 이봉우 국립수목원 박사는 곤충 이름 가운데 가장 짧은 이름과 긴 이름을 퀴즈로 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와 ‘좀’은 손쉽게 맞혔지만 무려 13자로 된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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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에 이끌린 나방 등 곤충을 관찰하는 참가자들. 낮사 때보다 훨씬 많은 종이 찾아왔다. 

 

첫날 생물탐사의 절정은 밤 10시 등을 켜 곤충을 유인해 관찰하는 행사였다. 날씨가 가물어 곤충이 적을 것으로 걱정했지만 등불에 나방을 중심으로 많은 곤충이 이끌려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번 행사에 부인과 딸, 딸의 친구와 함께 참가한 손희락(구미 형곡중학교 교사)씨는 “생물 분야별로 전문가가 깊이 있는 설명을 해 줘 다른 생태체험 행사보다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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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의 탐사를 마친 뒤 신준환 국립수목원장(오른쪽)과 김용식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이 밝혀진 생물종을 발표하고 있다. 

 

10일 오후 전광판의 시계가 0을 가리키고 만 하루 동안의 생태탐사는 막을 내렸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찾아낸 생물종은 모두 1241종으로 곤충이 541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속식물이 443종, 절지동물 123종, 균류 69종, 조루 33종 등의 순이었다.
 

신준환 국립수목원장은 “미래 세대에게 자연과 숲의 소중함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내년에는 청태산에서 생물종 다양성 탐사 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관령/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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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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