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피시가 ‘박치기 왕’ 된 까닭은…

조홍섭 2012.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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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뿔양처럼 수컷 두 마리가 이마 혹으로 정면충돌 “꽝~”
서태평양 웨이크 환초서 발견…남획으로 무리 붕괴돼 장관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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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산호바다를 헤엄치는 버팔로피시. 사진=리처드 링, 위키미디어 코먼스.

 

“쿵~.”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 잡은 웨이크 환초의 때 묻지 않은 산호바다를 조사하던 해양학자들이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다시 한번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거대한 버팔로피시 수컷 두 마리가 이마에 난 혹으로 정면충돌하고 있었다.

 

꼬리지느러미를 휘저어 속도를 높인 두 물고기는 혹을 맞부닥친 뒤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상대의 지느러미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러다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 다음 박치기를 거듭했다. 이곳은 버팔로피시의 산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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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피시. 거대한 혹이 이마에 달려있고 주둥이는 산호를 깨먹기 좋도록 앵무새 부리처럼 생겼다. 사진=무뇨스 즈글리친스키 등, <플로스 원>.

 

비늘돔의 일종인 이 물고기는 산호에서 사는 가장 큰 물고기로 길이 150㎝ 무게 75㎏ 이상까지 자란다.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강력한 입으로 산호를 부숴 먹는다. 이마에 돋은 거대한 혹과 산호 가루를 흩날리며 떼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아메리카들소를 닮았다고 해서 버팔로피시(학명 Bolbometopon muricatum)로 불린다.


한때 산호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몰려있다. 얕은 물에서 큰 무리를 지어 잠을 자고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어, 한밤중에 창으로 찔러 잡거나 그물을 이용한 남획이 성행했다. 1970년대에는 하룻밤에 버팔로피시 250마리를 창으로 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무리 전체를 잡은 셈이다. 그 바람에 이 멋진 물고기는 다이빙 관광의 상징이 되었지만 사람들을 피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미국립해양대기국(NOAA)과 스크립스 연구소의 해양학자들은 미국 해양국립유산으로 지정된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태평양 웨이크 환초의 퍼팔로피시를 연구하다가 이들의 박치기 행동을 발견했다.

 

이들은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최근 실린 논문에서 “버팔로피시 수컷끼리 번식시기에 번식지에서 의식화된 박치기 행동을 되풀이했다”며 “큰뿔양이나 사슴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박치기 행동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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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헤엄쳐 와 머리를 부닥치는 버팔로피시의 모습. 사진=무뇨스 즈글리친스키 등, <플로스 원>.

 

박치기 행동은 두 수컷이 겨루는 과정의 마지막 절차였다. 대부분의 겨루기는 서로 평행하게 헤엄치는 기 싸움으로 끝났고 여기서 승부가 나지 않았을 때 정면 충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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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를 마친 뒤 상대의 지느러미를 물어뜯기 위해 추격하는 퍼팔로피시. 사진=무뇨스 즈글리친스키 등, <플로스 원>

 

이제까지 버팔로피시의 혹은 산호를 깨는데 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로 성 선택을 위한 이차 성징임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바다 물고기에서 이런 박치기 행동을 보고한 예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민물고기 가운데 코끼리고기 등 일부가 이마를 부닥치는 행동을 하지만, 이를 위한 혹은 없고 또 꼬리와 몸도 함께 부닥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형 물고기의 극적인 행동이 여태 발견되지 않은 까닭은 뭘까. 연구진은 남획으로 개체수 적어지면서 버팔로피시가 암컷이나 영역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거나, 수컷끼리의 의식을 포함한 사회체계가 아예 붕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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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장소인 서태평양 웨이크 환초. 붉은 점은 퍼팔로피시가 발견된 곳이며 클수록 개체수가 많다. 사진=무뇨스 즈글리친스키 등,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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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 환초에서 버팔로피시 무리를 연구하는 연구진. 사진=무뇨스 즈글리친스키 등, <플로스 원>.

 

웨이크 환초는 보호구역이어서 사람의 영향이 전혀 없고, 버팔로피시는 다이버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 큰 무리를 이루어 헤엄친다.

 

연구진은 산호의 소비자인 버팔로피시가 사라지면서 산호의 구조적 안정성이 무너지고 퇴적물이 많이 쌓이는 등 여러 가지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unoz RC, Zgliczynski BJ, Laughlin JL, Teer BZ (2012)

Extraordinary Aggressive Behavior from the Giant Coral Reef Fish, Bolbometopon muricatum, in a Remote Marine Reserve.

PLoS ONE 7(6): e38120. doi:10.1371/journal.pone.003812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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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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