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눈앞의 새는 어린 공룡

조홍섭 2012. 05. 29
조회수 40321 추천수 0

어린 공룡 특징인 짧은 얼굴, 큰 눈과 뇌 성체 새가 간직

'새는 살아있는 공룡' 주장 뒷받침, <네이처> 논문

 

Secretary_Bird_with_open_beak.jpg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뱀잡이수리. 새는 살아있는 공룡이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이 나왔다. 사진=케빈 로, 위키미디어 코먼스.

 

2억년 가까이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멸종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의 지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새는 가장 성공한 척추동물로 꼽힌다. 개체수는 인간과 가축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이 다양해 1만 종 이상이 지구 구석구석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새는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시랍토르 같은 조각류 육식공룡의 직접 후손이기 때문에 공룡의 일종이라는 게 고생물학자들의 주장이다. 사실 새는 다른 척추동물과는 너무나 다른 특징을 지녀 이를 설명하려는 생물학자들의 애를 먹였다. 예컨대 깃털과 비행, 목과 가슴 사이의 브이 자 모양 위시본은 다른 척추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수각류 공룡의 특징이란 사실은 이들의 골격, 알, 부드러운 조직의 화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잘 밝혀져 있다.

 

640px-MUJA_05.jpg

▲오스트리아 쥐라기 박물관에 전시된 벨로시랍토르 모형.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와 달리 깃털로 뒤덮인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노에미 가르시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작고 가벼운 몸으로 깡총거리며 씨앗을 쪼는 참새와 버스 만한 몸집에 날카롭고 억센 송곳니를 지닌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떻게 친척이 될 수 있을까. 공룡은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고 이가 나 있는 반면 새는 얼굴이 납작하고 부리가 있으며 눈과 뇌가 크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네이처> 최근호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 대학 아르카트 아브자노프 생체 및 진화생물학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인 바르트-안잔 불라르는 27일치 잡지에 실린 논문에서 새는 발달을 멈춘 어린 공룡이란 주장을 폈다.
 

연구진은 최초의 공룡부터 모든 시기의 공룡 성체와 어린 개체의 두개골을 시티로 조사해 수백만년 동안 두개골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하는 한편 그 결과를 현생 조류와 악어 등과 비교했다. 그랬더니 어린 공룡은 현생 조류의 골격 특징인 짧은 얼굴과 큰 뇌와 눈 공간을 갖추고 있음이 드러났다.

 

 phlyogeny2.jpg

▲수각류 공룡의 진화 계통도. 맨 위 악어로부터 갈라져 가장 아래 조류로 이어진다. 사진=바르트-안잔 불라르 등, <네이처>.

skull2.jpg

▲어린 개체(왼쪽)와 성체의 두개골 형태 비교. b. 악어 c. 초기 공룡 코엘로피시스 d. 시조새. 시조새와 현생 조류에선 어린 개체와 성체 사이의 형태 차이가 거의 없다. 사진=바르트-안잔 불라르 등, <네이처>.

 

연구진은 논문에서 “새는 후손이 조상의 어린 시절을 닮는 진화를 통해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나왔다”고 밝혔다. 무언가의 이유로 발달 속도가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성체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새는 이르면 12주면 어린 새끼가 번식에 나설 만큼 성적 성숙 속도가 빠르다. 연구진은 조류의 이런 빠른 발달이 성숙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공룡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밝혔다. 새는 성적 성숙 기간을 앞당김으로써 어린 공룡의 특징을 성체 때까지 유지하는 진화를 이룩한 것이다. 뇌와 눈을 위한 공간이 큰 유아의 형태는 새들이 비행을 위한 뛰어난 시각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대한 시각중추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했다.
 

공동저자인 아브자노프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제 우리는 새와 공룡의 관계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신 눈앞에 새가 있다면 우리는 사실 어린 공룡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후손이 조상의 어린 시절을 닮는 진화는 조류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며 사람의 진화에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성인의 두개골 모습은 어린 침팬지의 두개골과 흡사해, 얼굴이 납작하고 뇌 공간이 지나치게 크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irds have paedomorphic dinosaur skulls
Bhart-Anjan S. Bhullar, Jesus Marugan-Lobon, Fernando Racimo, Gabe S. Bever, Timothy B. Rowe, Mark A. Norell, Arhat Abzhanov
Nature (2012) doi:10.1038/nature1114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