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펭귄 마릿수 처음으로 셌다
고해상도 위성 사진으로 남극 황제펭귄 개체수 첫 전수 조사
60만 마리로 추정…매년 세면 기후변화 양상 유력한 증거 전망
▲새끼를 데리고 있는 황제펭귄. 사진=영국남극조사단.
조류 센서스에 나선 새 전문가들이 새의 개체수를 세는 모습은 경이롭다. 날아가는 무리가 무슨 종이 각각 몇 마리인지 순식간에 알아내며, 무리의 이동방향을 기억해 같은 무리를 중복해 세지 않는다. 오랜 경험과 집중력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지만, 오차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갯벌에 새까맣게 내려앉은 물새를 세는 데는 항공사진이 이용되기도 한다.
남극에서 황제펭귄을 세는 일은 더 어렵다. 영하 50도의 추위와 시속 200㎞의 블리저드가 부는 얼음판 위를 돌아다니며 펭귄 수를 센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다행히 황제펭귄 수컷은 얼음판 위에서 한 데 모여 추위를 이기며 번식을 하는 습성이 있다. 몸이 크고 검고 흰 무늬가 선명해 흰 눈밭 위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점도 식별에 유리하다.
황제펭귄의 이런 습성과 모습을 이용해 남극의 전체 개체수를 정밀하게 세는 방법이 개발됐다.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고 해상도 인공위성 사진을 정밀 분석해 남극 대륙 전체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의 개체수를 59만 5000마리로 추정했다.
이런 수치는 기존의 추정치인 27만~35만 개체의 두 배를 넘는 것이다. 이 결과가 황제펭귄의 수가 늘어났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가장 최근의 추정이 20년 전에 이뤄졌을 만큼 개체수 조사는 쉽지 않고, 결과의 부정확성도 악명이 높다. 최근의 기후변화로 해빙이 사라지고 있고 기상이변이 잇따라 황제펭귄의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황제펭귄 서식지. 갈색이 배설물, 검은색이 펭귄무리이다. 사진=피터 프레트웰 등, <플로스 원>.
피터 프레트웰 영국 남극조사단(BAS) 지리학자 등은 14일 온라인 공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남극 해안을 따라 새로 발견한 7곳을 포함해 모두 44곳의 황제펭귄 번식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남극 대륙의 위성사진으로부터 눈·얼음과 달리 어둡게 나타나는 부위를 확대해 그늘과 황제펭귄 번식지를 구별한 뒤 다시 황제펭귄의 배설물로 얼룩진 곳과 펭귄이 몸을 맞대고 뭉쳐 있는 곳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펭귄의 ‘면적’을 구했다.
이어 펭귄 서식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항공촬영을 통해 단위 면적으로 나타난 펭귄 집단이 몇 마리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해 전체 면적을 곱하는 방식을 썼다.
번식지에서 실제로 발견한 수컷 황제펭귄은 23만 8000마리였으며, 그와 같은 수의 암컷이 바다에 있고, 또 번식에 참여하는 개체수가 전체의 80%라는 사실을 고려해 전체 개체수를 추정한 것이다.
▲고해상도 위성사진에서 배설물과 황제펭귄 무리를 구분해 황제펭귄 집단만의 면적(붉은색)을 구하는 과정. 사진=피터 프레트웰 등, <플로스 원>.
황제펭귄은 암컷이 알을 낳은 뒤 바다로 돌아간 뒤 수컷이 9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발등 위에 올려놓은 알 1개를 품어 새끼를 부화시킨다. 그 사이 수컷의 체중은 45%나 줄며, 암컷이 돌아오면 새끼를 넘겨주고 100㎞를 걸어 먹이가 있는 바다로 향한다.
이번 연구는 적은 비용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일관성 있게 파악할 유력한 수단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기사가 참고한 원문 정보
Fretwell PT, LaRue MA, Morin P, Kooyman GL, Wienecke B, et al.
An Emperor Penguin Population Estimate: The First Global, Synoptic Survey of a Species from Space.
PLoS ONE 7(4): e33751. doi:10.1371/journal.pone.003375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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