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에 적응 훈련장 설치하자"

남종영 2012.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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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김현우 고래연구원 야생방사론

 

114마리뿐인 남방큰돌고래, 번호 붙이며 수년간 관찰

미역 감고 놀던 해순이 태산이가 공연장에서 쇼하고 있다니

암컷 돌아가면 수컷들 환영, 제주 올레길에에서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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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우(32) 고래연구소 연구원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다. 2009년 이 돌고래의 국내 서식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데 이어 5년 이상 사진 작업을 통해 무리 개체 90% 정도에 식별번호를 붙였다.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는 사람의 지문처럼 각각 달라서 사진을 찍어 구별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2007년부터 매년 네 차례씩 제주도에 가서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찍어왔다. 

 

김 연구원의 조사가 허탈해지는 이유는, 그 훨씬 이전인 1990년부터 제주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가 이 돌고래를 잡아왔다는 점이다. 그리고서 퍼시픽랜드의 돌고래 쇼에 동원하거나 서울대공원에 팔아넘겼다. 당시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돌고래가 일반적인 큰돌고래와 달랐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것이 큰돌고래와 종이 다른 '남방큰돌고래'라는 사실, 그리고 제주도 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큰돌고래나 남방큰돌고래나 그물에 걸린 것을 잡아도 수산업법에 따라 처벌된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114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며, 멸종을 피하려면 현재 쇼를 벌이는 돌고래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연구원은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앞바다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의 야생방사를 기록한 논문을 꺼냈다. ‘미샤’와 ‘에코’라는 이름의 큰돌고래는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고 풀려난 이후 4~5년 뒤까지 관찰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야생방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

 “방사 이전에 야생적응 과정만 거치면 충분하다. 제주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해 한두 달 정도 적응훈련을 시켜야겠지. 가장 중요한 게 먹이 포획을 습득하게 하는 거다. 수족관에서야 죽은 생선을 받아먹었지만, 여기선 산 생선을 줘야 한다. 운동능력과 함께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는 법도 익혀야지. 논문에 나온 미샤와 에코는 수족관 생활을 2년 정도 했다.”

 

 -2년 이상 갇혀 있었던 돌고래들은 위험한 건가?

 “수족관 기간이 길수록 위험부담이 커진다. 나는 학자니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니, 2년을 말하는 것이다. 아직 야생방사 논문이 많아 나오지 않았고, 초기 연구는 위성위치추적장치가 없어 추적이 안 됐다. 기존 논문은 2년 이하 개체에서 확실히 성공했다.”

 

 -야생방사 뒤에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를 찾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남방큰돌고래는 해안가 1㎞ 안쪽에서 제주도를 돈다. 114마리가 하나의 집단인데, 소규모 무리로 만났다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제주도를 돈다. 이 때문에 방사 개체들이 원래 무리와 만나기 어렵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예전에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이다. 미샤와 에코는 방사 직후 길을 잘못 들어 좌초돼 구조를 받았지만, 제주 바다는 수심이 깊어서 좌초 가능성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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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방사장을 설치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제주도 북서쪽 구좌읍 인근에 설치하면 좋을 거다. 바다가 잔잔하고 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다.”

 

 -맨 처음 남방큰돌고래를 어떻게 발견했나?

 “2007년부터 제주에서 소형 고래류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동해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돌고래와 다르더라. 부리가 길고 몸통이 작았다. 2009년 그물에 걸려 죽은 개체를 넘겨받아 골격학적 분석을 해보니 확실해졌다. 이듬해 학술지인 <애니멀 셀스 앤 시스템스>에 국내 미기록종으로 보고했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온대의 연안지역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조사 도중 돌고래 쇼에 동원된 것도 알게 됐겠네.

 “2009년 퍼시픽랜드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옛날에 본 지느러미를 가진 돌고래가 있더라. 후딱 등지느러미 사진을 찍고 연구소에 가서 식별 카탈로그에 대조해보니 야생에서 살던 21번(JBD21) 개체였다. 그사이 잡혀와 돌고래 쇼를 하고 있었던 거다.”

 

(나중에 취재해 확인해보니, 21번 개체는 지금 퍼시픽랜드에서 공연하는 춘삼이로 밝혀졌다. 78번 개체는 해순이, 20번 개체는 태산이, 9번 개체는 서울대공원 제돌이… 이런 식이었다. 한쪽에선 매년 네차례씩 바다에서 식별번호를 붙이면서 관찰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그물에 걸린 걸 잡아다 공연장으로 끌고 간 것이다.)

 

 -현재로선 멸종할 가능성이 높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다. 다른 지역의 개체군은 적어도 200~300마리는 되지만 제주는 114마리뿐이다. 그런데 2009년 8마리, 2010년 10마리가 혼획(물고기 그물에 걸려 잡힘)됐다. 대부분은 수족관 돌고래 쇼로 공급됐고. 연평균 혼획률이 7.9%나 되는 셈인데, 114마리밖에 없으니까 이 정도면 얼마 안 가 멸종한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살았을까?

 “적게 잡아도 200마리 이상이 살았을 거다. 해녀들도 두 배 이상 많았다고 하고. 울릉도만한 일본의 미쿠라 섬에도 지금 200마리가 사니까.”

 

 -남방큰돌고래의 지능이 높다고 들었다.

 “날치, 전갱이를 겁주면서 가지고 노는 걸 많이 봤다. 넙치를 장난으로 몰고 다니고, 등지느러미에 미역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아이도 봤다. 미역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통을 돌리면서 수영하더라. 그물에는 4~10살 사이 미성숙 개체가 주로 걸리는데, 아직 어미한테서 독립하지 않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 그물에 갔다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것 같다. 원래 돌고래가 다니는 길은 따로 있거든. 최근 수족관에 잡힌 개체는 암컷이 많다.”

 

 -이런 지능을 봐선 돌고래들이 수족관에 갔다 온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줄 것 같다.

 “암컷들이 방사돼 돌아가면 수컷들에게 환영받을 거다.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려고 얼마나 싸우는데…. 제주올레길 걸으면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다. 제주도 서쪽 애월읍과 한림읍, 동쪽 구좌읍이 자주 관찰되는 지역이다.”

 

한때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의 생태 관광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용역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김 연구원이 말하는 지역에 가면 제주올레길에서도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는 바닷가 안쪽에 딱 붙어 수영하기 때문에 꽤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물론 고래 관찰이 100% 보장되는 건 아니다. 김 연구원은 한번 제주도에 내려가면 일주일 정도 육상 관찰을 하는데, 일주일 중 보는 날은 하루 이틀 정도다. 제주올레도 걷고 운 좋으면 돌고래도 보고 하는 자세로 가면 될 것 같다.

 

울산/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허옥석 퍼시픽랜드 대표의 반박

 

“행복이 뭔데? 먹이 주면 좋아하던걸”

 

허옥석(53) 퍼시픽랜드 대표는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제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는 관광요트와 중국인 전문식당 등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연간 10만명이 돌고래쇼를 본다는 게 퍼시픽랜드 쪽의 설명이다.

 

허 대표는 지난달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야생방사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정부가 한번도 허가해주지 않은 전시·공연용 포획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남방큰돌고래를 야생방사할 생각은 없나?

 “야생방사하면 살겠나. 몇 년 동안 먹는 게 길들여졌다. 방사는 신중해야 한다. 돌고래가 영구적으로 사는 동물도 아니고 어차피 생존 기간은 정해져 있다.” 

 

 -법원에서 야생방사 결정이 나면 어떻게 하겠나?

 “판결 나서 야생방사를 하려고 해도 안 된다. 돌고래는 우리가 전문가다. 매우 인간친화적인 동물이지. 직원들도 다 정이 들었고. 돌고래가 바다에 나가야만 행복한가? 조련사들이 먹이 주러 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어쨌든 지금 퍼시픽랜드에 있는 돌고래들은 불법 포획한 것 아닌가?

 “수산업법에 보면 농림수산식품부 허가 아래 전시공연용 포획을 하게 돼 있다. 국민정서 함양과 과학교육 목적으로 잡아도 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허가만 안 받았기 때문에 단순히 절차를 어긴 것뿐이다. 또한 공연 목적으로 썼을 뿐이다. 벌 받을 일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고래연구소가 조사해서 114마리가 나왔다는데 알 수 없다. 돌고래는 온도와 물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일본에서는 남방큰돌고래를 고기로도 판다고 하더라. 일본에서 거액을 들여 사오느니 우리 바다에서 잡는 게 국익에 좋지 않나. 일본에서 사 온 건 정상이고, 우리가 잡은 건 비정상인가? 고래 때문에 우리나라 수산물이 고갈 상태로 가고 있다.” 

 

 -최근 동해에 사는 낫돌고래 포획 신청을 냈던데.

 “강릉에선 강릉 돌고래를 보여주고 부산에선 부산 돌고래를, 제주에선 남방큰돌고래를 보여줘야 한다. 향토음식 먹고, 향토어종으로 회 먹고, 돌고래도 그 지역 것을 봐야 하지 않겠나? 토착어종 보여주는 게 국민정서 함양을 위한 돌고래 공연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정부가 남방큰돌고래를 잡으면 안 된다고 하니, 동해 낫돌고래 포획 허가 신청을 한 거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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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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