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하는 피에로 돌고래 노예 해방 ‘세기의 재판’

남종영 2012. 03. 02
조회수 40876 추천수 1

   [토요판 커버스토리]

 꿈의 고향인 제주 푸른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검찰 불법 포획 공연업체 대표 기소, 몰수형 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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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는 돌고래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방큰돌고래 ‘제이비디(JBD) 09’는 3년 전만 해도 한라산 아래에서 헤엄치던 돌고래였다. 이 돌고래는 이제 ‘제돌이’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묘기를 부린다.

 

10여년 전에 잡혀 온 금등이, 대포와 함께 점프를 하고 끼룩끼룩 노래를 부른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에 사는 태산이(JBD 20), 춘삼이(JBD 21) 등 6마리도 마찬가지다.

 

국내 처음으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야생방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열악한 수족관에서 고된 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퍼시픽랜드는 1990년부터 어민들과 미리 짠 뒤 남방큰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700만~1000만원에 사들였다. 2009~2010년에만 11마리를 잡았고 이 가운데 1마리인 제이비디 09(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 수사로 알려졌고 퍼시픽랜드 대표는 불구속 기소됐다. 국제보호종인 남방돌고래는 그물에 걸리면 바로 풀어줘야 하고, 죽어서 발견된 경우에도 해양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퍼시픽랜드에 남아 있는 돌고래 7마리 가운데 6마리(나머지 한 마리는 수족관 탄생 개체)를 몰수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울대공원 돌고래는 정당한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몰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8일 첫 돌고래 재판이 열렸다.

 

판사 “검사, 구형은 몰수형으로 할 생각인가요?”

검사 “그렇습니다.”

판사 “돌고래들이 방사되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될 것 같은데, 피고인은 의견서를 제출하셨죠?”

퍼시픽랜드 변호인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고래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생존 가능성에 대해 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제주대학교 등은     사견임을 전제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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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근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 사진=고래연구소.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산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딸린 고래연구소는 2007년부터 야생에서 개체식별번호(JBD)를 붙이는 조사를 하면서 이 돌고래들이 우두머리 한 마리가 통솔하는 114마리 집단임을 확인했다.

 

<한겨레>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앞바다에 풀어줄 경우 야생 무리에 합류할 수 있을지 국내외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수석 과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는 “원래 살던 곳에 야생방사장을 설치하고 야생적응 과정만 거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범고래 권위자인 폴 스퐁 박사도 “산 먹이를 공급하면서 인간 접촉을 줄이고 전에 함께 살던 무리 옆에 방사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래연구소도 이 같은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랜드의 돌고래들은 잇따라 폐사하고 있다. 2009~2010년 야생에서 가져온 돌고래 11마리 중 이미 5마리가 숨졌다. 퍼시픽랜드 관계자는 “한 마리는 올 때부터 피부 농양이 있었고, 나머지는 폐렴 등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퍼시픽랜드 전직 직원들은 “아무리 수족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이 죽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돌고래쇼가 노예제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되는 등 전세계에서는 돌고래 방사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재판부에 돌고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세계의 눈은 점차 1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릴 두 번째 재판에 쏠리고 있다. 

 

제주/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먹방에 갇힌 돌고래들-퍼시픽랜드 전직 직원들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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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가 있는 수조에 사람이 다가가면, 돌고래들은 사람에게 다가와 부리를 내놓는다. 조련사이든 일반인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먹이를 받아먹도록 훈련됐기 때문이다. 

 

 

“돌고래의 표정을 보고 웃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돼요. 돌고래는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없거든요.”

캐나다의 범고래 연구소 ‘오르카랩’의 폴 스퐁 소장은 바다와 수족관 환경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가족에서 떨어져 작은 공간에 갇혀 사는 데다 먹이 획득을 위해 끊임없이 자연 행동을 과장해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조 벽에 머리 찧기 등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나고 면역력이 약화돼 질병에 잘 걸린다. 또한 돌고래는 위계서열을 짓는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힘이 약한 수컷은 물어뜯기는 등 집중 공격을 당한다. 야생과 달리 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야생 상태의 큰돌고래의 연간 폐사율은 3.9%이지만 수족관에서는 5.6~7.4%에 이른다. 야생 돌고래는 평균 20년 이상 최장 40년의 안정적인 수명을 누리는 반면 수족관 돌고래는 질병으로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의 동물원 감시단체 ‘본프리’가 펴낸 <돌고래 감금 보고서>를 보면, 약 800마리의 큰돌고래(남방큰돌고래 포함)가 수족관에서 전시되거나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0마리가 미국 플로리다주와 멕시코, 카리브해 휴양지에 집중돼 있다. 잘 조련된 큰돌고래 한 마리는 한해 11억원(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고 본프리는 추정한다.

 

국제시장에서 큰돌고래는 운송비를 포함해 1억원 선에서 거래된다. 주요 공급처는 영화 <코브>에서 돌고래 학살지로 묘사됐던 일본 다이지와 솔로몬제도 연안이다. 일본 다이지의 큰돌고래는 주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으로 공급되고, 솔로몬제도의 돌고래는 미국으로 공급된다. 

 

돌고래는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2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도 각 종마다 '관심필요종' 등 여러 단계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는 돌고래 수입 신청을 하면 수입을 허가해 준다. 국내에서 운영중인 돌고래 수족관은 총 4곳이다.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서울시), 고래생태체험관(울산 남구)와 개인이 운영하는 퍼시픽랜드(제주 서귀포시), 마린파크(제주 화순읍) 등이다.

 

모두 19마리가 이들 네 수족관에서 산다. 제주에서 잡혔거나 이들한테서 태어난 남방큰돌고래는 10마리,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9마리다.  모두 크고 작은 돌고래쇼도 진행한다. 

 

고래에 관한 논쟁에서 과거 포경 대 반포경이 이슈였다면, 지금은 전시공연용 포획이 이슈다. 전시공연용 포획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제 사회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영국에서는 규제 강화로 1993년 해양포유류 전시·공연이 사라졌다. 유럽연합 27개국 가운데 13개국엔 돌고래 수족관이 없다. 생태관광 선진국으로 불리는 코스타리카는 돌고래 전시와 공연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환경단체들은 돌고래 쇼보다는 야생에서의 돌고래 관찰을 권한다. 국내에서는 울산에서 고래 관찰이 진행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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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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