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암컷에서 수컷 성기가 생기는 까닭

조홍섭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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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환경호르몬 페인트’ 바다 녹아든 탓 커
사용금지 5년 지나도 악영향, 극미량에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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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비슷하게 생긴 대수리는 흔한 바닷가 생물이다. 대수리는 배의 부착생물을 막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의 성분인 트리부틸주석(TBT)이라는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에 특히 민감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생물이기도 하다. 트리부틸주석을 만나면 대수리 암컷에게서 수컷의 성기가 발달해 산란관을 막아 결국 불임이 되는 '임포섹스' 현상이 나타난다. 그것도 바닷물 1ℓ에 1ng(나노그램, 10억분의 1g)의 극미량이 들어있어도 발생한다.

 

방오도료가 널리 쓰인 우리나라에서 대수리의 임포섹스 현상도 배가 많이 드나드는 연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현서 여수대 해양학과 교수가 2004~2005년에 걸쳐 전국의 원자력발전소 주변 해역에서 조사한 결과는 대수리의 생식이상 현상이 얼마나 광범한가를 잘 보여준다. 2004년 울진·월성·고리 원전 주변 12곳 가운데 10곳에서 채취한 대수리 모두에서 임포섹스 현상을 관찰했다. 2005년 영광·고리·울진 원전 주변 조사에서도 16곳 가운데 15곳의 대수리 100%가 생식이상을 나타냈다. 오염되지 않은 변산반도 대수리에선 임포섹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원전이 비교적 한산한 해변에 위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수리의 환경호르몬 영향은 우리나라 거의 전 해역에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배 많이 드나드는 연안 곳곳 임포섹스 현상 발견

 

정부는 트리부틸주석의 위해성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자 2000년 400t 이하 선박에 트리부틸주석 사용을 금지하고 2003년에는 이를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했다.

 

유기주석화합물의 사용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일부 해역에서는 종종 고농도의 트리부틸주석이 검출돼 해양학자들을 놀라게 만들곤 했다. 도대체 사용하지도 않는 이 환경호르몬은 어디서 오는 걸까.

 

최근 발간된 국제학술지 <해양오염>(Marine Pollution Bulletin)에 실린 논문은 이런 의문에 한 가지 답을 제공한다. 조선소에서 사용금지 이전에 뿌린 방오도료에서 트리부틸주석이 녹아나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을 쓴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박사팀은 경남 거제도의 한 대형 조선소가 들어선 만 안쪽부터 바깥까지 7곳에 거제도의 비오염지역에서 채집한 홍합을 이식한 다음, 2004~2005년 사이 46~126일 동안 기르면서 트리부틸주석의 축적 실태를 조사했다.

 

이식 126일 뒤, 조선소 인접한 곳의 홍합은 조직 1g당 최고 155ng의 트리부틸주석을 축적한 반면 조선소에서 6.3㎞와 10.6㎞ 떨어진 곳의 홍합에서는 g당 각각 최고 50ng과 16ng을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소에서 가장 먼 곳의 트리부틸주석 오염도는 비오염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조선소에 다가갈수록 오염도가 높아져 3~10배까지 오염축적량이 많아졌다.

 

오염물질을 잘 흡수해 축적하는 홍합은 오염 지표종으로 널리 쓰인다. 이 조사에서 홍합은 주변 바닷물에서 부틸주석화합물을 최고 12만배로 농축해 체내에 간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리부틸주석(TBT)은 물 속에서 서서히 분해돼 디부틸주석(DBT)과 모노부틸주석(MBT)으로 바뀐다. 따라서 분해산물과 트리부틸주석의 비율(부틸주석분해지수)을 조사하면 새로운 유기주석화합물이 들어오는지를 알 수 있다. 지수가 1보다 작으면 새로운 트리부틸주석이 유입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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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과 함께 주변에 뿌려진 방오도료가 스며 나와

 

조사결과 거제도의 비오염지역에서 이 지수는 13으로, 과거에 사용된 트리부틸주석의 분해산물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조선소 인접지점에서 지수값은 0.8로 과거 분해된 트리부틸주석보다 새로 유입된 것이 많았다.

 

문제의 조선소는 정부의 규제방침에 따라 트리부틸주석이 든 방오도료 사용량을 2000년 15만ℓ에서 2001년 775ℓ로, 2002년엔 자발적으로 사용을 중단했다.

 

그런데도 조선소 인근 바닷물의 트리부틸주석 농도는 ℓ당 2.5ng으로 주변 바다평균 1.4ng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1995년의 오염도 27ng/ℓ보다 많이 개선된 것이지만 아직도 민감한 해양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농도다.

 

연구진은 "조선소 페인트공장에서 트리부틸주석을 함유한 침출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애초 방오도료는 물속에서 부착생물을 죽이는 트리부틸주석이 서서히 녹아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선박과 함께 주변에 뿌려진 방오도료가 물과 접촉할 때마다 유기주석화합물이 스며 나온다는 것이다.

 

심원준 박사는 "유럽에서는 생물영향을 고려해 바닷물의 트리부틸주석을 1~2ng/ℓ로 규제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대형 조선소 주변 해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제공 심원준 박사.
  


트리부틸주석이란?

 

주석을 기반으로 한 유기금속화합물로 처음 방충제로 개발됐으나 1960년대 이후 선박이나 양식어구에 따개비 등 부착생물이 붙지 못하도록 하는 방오도료에 널리 쓰였다. 선박 밑에 부착생물이 들러붙으면 마찰이 커져 연료소비가 크게 늘어난다. 대형선박의 운영비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른다. 부착생물로 선체표면이 0.01㎜ 거칠어질 때마다 연료소모는 0.3~1%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트리부틸주석이 참굴의 패각기형과 개체군 감소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보고된 이래 홍합의 성장 억제와 유생 사망률 증가, 대수리·고둥·소라 등 복족류의 암컷에 수컷의 생식기관이 생겨나는 임포섹스 유발과 개체군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잇따라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1990년대 굴 종패가 떼죽음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복족류의 임포섹스는 현재까지도 전국 해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1년 유기주석계 방오도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채택했고, 현재 30개국이 이를 비준해 오는 9월1일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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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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