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공화국, 이제 물길을 열고 갯벌을 되살려야

육근형 2018. 05. 11
조회수 8856 추천수 0
충남 홍성호·보령호 '시화호'보다 수질 나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 넘겨야 해결책

이정용.JPG » 풍요로운 갯벌을 되살릴 수 있을까. 지방정부의 권한 회복에 달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2,487.2㎢, 현재 우리나라 갯벌의 면적이다. 30년 전보다 716.4㎢가 줄어들었다. 대개 갯벌이 땅으로 변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방조제를 쌓고 내부를 농지와 담수호로 만든다.1)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방조제는 총 1,951개, 그 전체 길이는 1,219.2㎞나 된다. 방조제만 이어서 달리면, 서울에서 부산을 다녀오고도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만만치 않은 길이의 방조제를 우리 연안에 만들어 둔 셈이다. 

<표> 전국 시도별 방조제 현황


 

지구수 ()

면적 (1,000ha)

방조제()

방조제 연장(km)

배수갑문()

부산광역시

1

0

1

1

1

인천광역시

94

20

147

142

161

울산광역시

1

-

1

0

2

경기도

53

6

101

104

125

충청남도

279

44

316

180

370

전라북도

57

15

60

118

121

전라남도

989

87

1,177

614

1,364

경상남도

136

2

158

59

156

제주도

1

0

0

0

1

전국

1,611

175

1,951

1,219

2,301

주: 전남에 989개 지구가 있어, 전국 대비 61%나 되고, 면적 역시 전체의 절반이다. 다음으로는 충남이 279개 지구, 면적은 전체의 4분의 1인 440㎢나 된다. 전남이 방조제 개수나 길이에서도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충남 순이다.
자료: 국가통계포털

d1.jpg

<그림> 방조제 전국 분포 현황(좌: 방조제 개수 기준, 우: 방조제 길이 기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교과서부터 간척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역사에서 국토확장의 대명사였다. 혁신과 진취성의 상징이었다. 1984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천수만 앞바다를 메웠다. 방조제 공사 앞바다에 유조선을 붙여 대고 흐름이 느려진 사이에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공법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에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천수만에는 갯벌이 아닌 서산 간척지가 들어섰다. 

해안선이 복잡한 우리 연안에서 간척 사업은 역사가 오래다. 고려와 조선 시대,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도 간척은 있었지만, 광복 이후에는 1963년과 1995년에 방조제 관리법과 농어촌 정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하였다. 이후 2000년 새만금 간척까지 40년 가까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이른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자유무역은 더욱 확대되었고, 쌀과 농산물에 대한 차별적인 수입 제한이 어려워졌다.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농지를 줄여 직불제 등으로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새만금 간척 당시에도 자유무역에 따른 농지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간척 사업을 계속했던 건 아쉬운 일이다). 결국 2000년 초반 새만금 이후 대규모 매립·간척 사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d2.jpg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규모 간척 시도는 없어졌다지만 과연 우리 연안은 편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담수호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방조제에서 수문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방조제 개수 기준으로 전국 2위인 충남도 연안에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진행형이다. 이 사업은 홍성과 보령의 앞글자를 따 ‘홍보지구 농업종합개발 사업’으로 명명되어 있는데, 인근 지역 81㎢의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총 길이 2.9㎞의 방조제 2개를 건설해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었다.2)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어 낸 방조제는 이미 2001년에 완공되었다는 점이다. 장장 17년 동안 본래 의도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있었던 셈이다. 2001년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던 시기였으니,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방조제를 완공하고도 수질 악화를 우려해 담수화를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방조제가 완공되기 직전인 1997년에는 시화호에서 담수화를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 시화호는 1997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4.7㎎/L에 달하며 ‘죽음의 호수’로 불리다 정부의 결정으로 조력발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00166990_P_0.JPG » '죽음의 호수'라는 별명이 붙은 시화호의 초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그렇다면 작년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한 홍성호와 보령호 두 인공호소의 수질은 어떤 상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시화호 때보다 더 안 좋다. 

작년 한 해 충남도가 수행한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홍성호 안쪽의 COD는 12.5에서 23.0㎎/L까지 치솟는다. 시화호에서 수질 오염이 극심해 해수 유통을 하기 직전보다 안 좋은 상태다. 보령호는 이보다 다소 나은 6.1~14.7㎎/L 수준이지만, 이 역시 절대적으로 높은 오염 수준인 데다가 담수화가 계속되면 이보다 더 높이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아래 그림처럼 방조제 안과 밖(그래프 좌우)의 COD 농도에서 큰 차를 볼 수 있다. 

d3.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담수호) 방조제 내외측 수질(COD기준)(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더욱이 여름철에 이 두 담수호에서 물을 내보내면 방조제 바깥에 거의 ‘유기물 폭탄’이 투하되는 상황이다. 아래 표에서처럼 하구호 방류 전에도 천수만 해역은 4~6㎎/L의 낮지 않은 COD 농도를 보였지만, 하구호의 담수가 방류되면 방조제 외측의 수질은 COD 기준으로 최대 13.7㎎/L까지 치솟는다. 해수 수질평가 등급으로 보면 최하 단계인 5등급(아주 나쁨)에 해당한다. 수질평가지수가 도입되기 전(2011년 7월)의 수질 기준으로 봐도 COD는 최하등급(3등급)인 4㎎/L을 초과한다. 이 정도 바닷물이면 수산생물의 서식·양식은 고사하고, 공업용 냉각수나 선박의 정박 등 기타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3)

더욱이 두 인공호소가 접한 천수만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 안쪽에 있는 데다, 북쪽은 불과 200m의 좁은 수로로, 남쪽에는 원산도, 효자도와 같은 섬들로 바닷물의 순환이 원활치 않다. 육상에서 오염물질의 유입이 없어도 해수의 혼합이 적어 관리하기 어려운 바다가 천수만이다. 더욱이 홍성호, 보령호 두 하구호 외에도 천수만 안쪽에는 서산 간척지에 물을 대는 부남호와 간월호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오염된 담수가 흘러나온다. 과거 시화호 상태의 하구호 4곳에서 오염된 물을 동시에 방류하니 천수만이 온전할 수 있을까?

d4.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 방류 전후 해역 수질 변화(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천수만 내 4개의 하구호에서 오염된 물을 내보내다 보니 천수만은 주변의 다른 해역보다 유기물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변 해역인 태안 앞바다(안면도 서쪽)나 사방이 막힌 가로림만보다 높다. 이 때문에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즉 용존산소량도 천수만 저층에서 주변 해역보다 더 낮은 농도가 관찰된다. 표층에서 생성된 많은 유기물이 해저의 바닥에 내려앉고, 결국 이들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천수만 해저에서 용존산소가 줄어들면 넙치나 지렁이 같은 생물이 숨 쉬고 살기 어려워진다. 생태계의 건강성, 나아가 수산물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d5.jpg
<그림> 천수만 일대 해역과의 수질 비교(좌: 용존산소 포화도, 우: COD 농도)(하계)
주: 천수만 표층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번식으로 높은 COD를 보이고 이들의 광합성으로 용존산소가 과포화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체가 바닥에 쌓여 분해하면서 다량의 용존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결국 저층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용존산소 포화도가 나타난다. 
자료: 충남도청(2018.1),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저자 다시 그림

한때 충남 천수만은 간월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의 굴 생산 중심지였다. 그 굴로 이 지역의 명물인 어리굴젓이 나던 고장이다. 오래전 서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벽면 가득 세워둔 어리굴젓 붉은 깡통을 본 기억이 있다. 버스에 실려 전국으로 보내질 물량이었던 듯하다. 아니 서산의 시골 친척 집에 가면 따뜻한 밥 위에 올려진 굴젓의 알싸한 맛과 향이 더 생생하다. 이젠 오래된 옛이야기일 뿐인가? 때때로 지역에 들르는 외지 사람도 어리굴젓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으니, 정작 여기에 사는 충남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05188282_P_0.JPG » 천수만에서 굴을 따는 어민. 연합뉴스

아마 이런 기억을 쫓았는지 충남도에서도 하구호를 트고 역간척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4) 그 첫 번째 대상지로 보령호를 선정했다. 하지만 충남도가 발표한 지 며칠 후, 보령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충남도의 역간척 계획을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5) 본래대로 갯벌로 돌려보내 수질과 생태를 살리겠다는 충남도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던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농어촌공사, 양 기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하굿둑을 열고 갯벌을 다시 돌려놓는 일이 맞을지, 아니면 농어촌공사의 수질 개선 노력이 효과를 얻어 지금보다 깨끗한 물을 모아 인근 농지에 공급할 수 있을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양쪽의 대립에서 걱정스러운 점은 농어촌공사가 내린 역간척 반대 결정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내린 결론인가 하는 것이다. 주변 유역에서 축산농가 등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현재 수질도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향후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수화를 포기하면 공사라는 조직의 존재 근거가 약화하기 때문에 일단 하굿둑을 닫고 담수화를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혹시 조직의 문제라면 과학적 사실이건 수질 모델링의 예측 결과이건 공사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조직의 성쇠, 인력의 증감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농어촌공사와 같은 중앙정부의 산하조직 기능과 위상을 다시 생각할 때는 아닐까? 최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지방분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라고 밝혔다. 자치의 의미에서 보면 방조제와 하구호의 관리 문제도 이제 지방정부가 결정할 때 아닐까? 하굿둑을 트건, 아니면 하굿둑을 막아 담수호로 조성하든 지방정부의 발전전략과 여건에 따라 지방정부가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하굿둑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인력도 지방정부에 편제하면 될 일이다. 

과거 예산이 한정된 시기에는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 공사 같은 조직이 간척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간척 사업을 벌이고 넓은 농지를 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의 성과 역시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 중앙정부의 산하조직이 지방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던 중앙정부 주도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농지가 있어야 하는 농업의 경영 여건이 변했고, 갯벌을 잃은 바다는 정화작용을 유지하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지방자치라는 측면에서도 중앙정부가 계속해서 지방정부의 일정 공간에 대해 직접 사업을 벌이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는 선거 몇 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부에게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권한에 맞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당장 내 고장 앞바다가 망가지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그 산하조직이 지방정부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겠는가?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에도 바쁜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출장 와 다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두 곳 그렇게 찾아본다 해도 전국 각지를 다 살펴보기는 어렵다. 지방정부의 공무원이 관내 출장으로 한두 시간이면 가서 살펴보고,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권한만 있다면.

다만, 시대적 흐름이나 경제적 여건이 변했다 하더라도 농어촌공사의 현장 관리 인력은 그 누구보다 방조제 관리와 관개시설의 전문가다. 조직을 축소해 실업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방정부의 관리기관에 편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에도 상하수도나 관개시설을 위한 별도의 공단이나 공사가 있다. 여기에 농어촌공사의 전문가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크리트 하굿둑을 터 생명이 숨 쉬는 갯벌로 복원하자는 주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들어간 사업비가 매몰 비용이 된다는 우려와 간척 농지를 매입하기 위한 또 다른 재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또 농어촌공사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정부 산하조직에는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분권이라는 단어가 헌법에 들어가는 일 이상으로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언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믿어본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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