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 섬에는 왜 거대 새가 살게 됐나

조홍섭 2019. 08. 21
조회수 9533 추천수 0
뉴질랜드 거대 앵무새 발견 계기로 살펴본 진화와 멸종 이야기

512 (7).jpg » 비둘기목인 도도는 대양 섬의 거대화를 잘 보여준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의 도도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질랜드에 어린애만 한 앵무새가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딴 섬나라에서는 무게 230㎏인 날개 없는 새 모아를 비롯해 14종의 거대 새 화석이 이미 발견됐다.

뉴질랜드가 예외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다른 대양 섬에서도 거대 새가 살았음이 잇달아 밝혀지고 있다. 왜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 섬에서 새들은 몸집을 키우고 비행을 포기하는 걸까.

512 (8).jpg » 거대 새의 천국인 뉴질랜드에서 새로 발견된 거대 앵무새의 복원도. 키가 3∼4살 어린아이에 해당하는 1m에 이른다. 브라이언 추 박사, 플린더스 대 제공.

먼저, 뉴질랜드에서 새로 발견된 거대 새를 보자. 트레버 워시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대 교수 등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뉴질랜드 남섬 세인트 배턴스 포너에서 발굴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1900만년 전 무게 7㎏, 키 1m로 추정되는 새로운 속의 거대한 앵무새가 이 지역에 살았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는 거대 새로 유명해, 숲 바닥에서 모아와 거대 거위가 풀을 뜯었다면 하늘 위는 거대한 수리가 지배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멸종한 거대 앵무새를 발견한 적은 없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뉴질랜드는 2300만년 전 바닷속에 완전히 잠겼던 마이크로 대륙의 일부여서 포유류가 없다. 새들은 이 섬 생태계의 빈 곳을 차지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512 (9).jpg » 사람과 4가지 종의 모아 크기 비교. 가장 큰 모아는 키 3.6m, 무게 230㎏에 이르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질랜드에서 9종의 화석이 발견된 모아의 옛 조상은 날개를 버리고 몸을 키워 생태계에서 영양이나 들소와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자리를 차지했다. 가장 큰 모아 종은 키 3.6m, 무게 230㎏에 이르렀지만, 새로운 포식자인 마오리 족이 출현해 남획하자 1300∼1400년께 멸종했다.

당시 최상위 포식자는 하스트수리였다. 모아를 사냥한 이 수리는 무게 10∼15㎏에 날개폭 2.6m로 지구에 존재했던 가장 큰 수리였지만, 주요 먹이인 모아가 사라지자 자취를 감췄다.

512 (10).jpg » 지상 최대의 수리 하스트수리가 모아를 사냥하는 상상도. 존 메가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거대 비둘기 ‘도도’

조류는 현재 약 1만 종이 있을 정도로 번성한 동물이다. 그 핵심 비결은 비행 능력이다. 비행 덕분에 포식자를 재빨리 피할 수 있고, 먹이와 물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행은 큰 대가를 요구한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뼛속이 비어 충격에 취약하다. 무거운 이는 간편한 부리로 바뀌었고, 무거운 오줌을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 대·소변을 한꺼번에 배설한다. 무엇보다 체중의 15%를 차지하는 거대한 가슴근육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든다.

포식자인 포유류가 없는 대양 섬에서 대부분의 새가 가장 먼저 비행 능력을 잃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날 필요가 없다면 무게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제약에서 해방돼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몸이 커지면, 자원에 한계가 있는 섬에서 역경을 이기기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기에 유리하다.

512 (11).jpg » 도도의 두개골 표본. 비둘기에서 진화했다고 상상하기 힘들다. 코펜하겐 과학박물관 소장 표본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섬 거대화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도도이다. 멸종의 상징이 된 이 새는 비둘기목에 속하지만, 키 1m, 무게 11∼18㎏에 이르렀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과 마다가스카르 동부에 적응해 거대화한 이 새는 1598년 네덜란드 선원에 의해 처음 알려진 뒤 반세기 만에 멸종했다.

벗어진 머리와 두툼한 부리가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주지만, 천적이 없는 외딴 섬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동물이었다. 해안의 건조한 숲에서 나무 열매를 먹고 작은 돌조각을 삼켜 소화를 도왔다. 

신선한 고기에 주린 선원의 손에 순순히 잡힌 것은 포식자를 한 번도 겪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선원들의 남획과 벌목, 이들이 들여온 쥐, 돼지, 원숭이 등이 알을 하나만 낳던 이 거대한 비둘기를 멸종으로 몰아넣었다. 태평양 피지 섬에서도 도도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날지 못하는 거대 비둘기 화석이 1998년 발견됐다.

거대 황새는 ‘호빗’을 잡아먹었나

512 (12).jpg » 플로레스 섬에 함께 살던 거대 황새와 호빗의 비교. I. 반 누르트비에크 제공.

대양섬의 동물이 진화하는 모습은 거대화와 왜소화 두 가지 양상을 띤다. 섬의 한정된 자원에 적응해 본토에서 크던 동물은 작아지고, 작던 동물은 커진다. 이른바 ‘섬의 규칙’이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은 두 가지 양상이 모두 나타나는 곳이다. 작아진 동물로는 피그미 코끼리와 멸종한 사람 속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일명 호빗이 있다.

반대로 거대화의 길을 걸은 동물에는 세계 최대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 거대 쥐, 그리고 거대 황새가 있다. 2004년 호빗의 발견으로 유명해진 이 섬의 리앙부아 동굴에서는 이들 독특한 동물들의 화석이 발굴되고 있다.

512 (13).jpg » 사람 속의 고생인류 호빗과 함께 거대 황새 등 다양한 화석이 발굴되고 있는 플로레스 섬의 리앙부아 동굴의 모습. 로시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네케 메이어 네덜란드 고생물학자 등은 2010년 ‘동물학 저널’에 이 동굴에서 발견한 새의 골격을 연구한 결과 현생 아프리카대머리황새와 닮은, 그러나 이보다 훨씬 큰 황새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황새는 키가 1.8m로 성인 키가 1.1m에 불과한 호빗보다 훨씬 컸다. 이 거대 새는 과연 사람의 가까운 친척을 먹잇감으로 삼았을까.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본토에서 청소동물인 아프리카대머리황새는 사자, 하이에나와 같은 육식 포유류와 먹이를 놓고 경쟁하지만 섬에서는 경쟁자가 없고 중·대형 쥐와 어린 코모도왕도마뱀 등 먹이가 풍부하다”며 황새가 비행 능력을 잃고 거대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앙부아 동굴에서 호빗과 거대 황새의 골격은 같은 층에서 발견됐다. 동시대에 살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어린 호빗은 대형 쥐나 왕도마뱀보다 크지도 않다. 호빗이 거대 황새의 먹잇감이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메이어 박사는 “추정일 뿐 직접 증거는 없다”며 “그러나 그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와이 염소는 거대 오리

512 (14).jpg » 하와이 거대 오리의 상상도. 부리가 잎사귀를 뜯기에 적합하도록 적응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와이에서는 거대 오리가 염소나 사슴 구실을 했음이 밝혀졌다. 데이비드 버니 미국 포드햄대 생물학자는 1997년 ‘린네학회 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마우이 섬 동굴 퇴적물의 배설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멸종한 하와이의 날지 못하는 오리 5종이 이 섬의 주요한 초식동물로 주로 양치식물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거대 오리들은 무게가 4∼7.5㎏에 이르렀으며 잎을 뜯어먹기 편리하도록 부리가 거북 주둥이처럼 바뀌거나 부리에 톱니가 달린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다. 마이클 소렌슨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연구원 등은 2015년 과학저널 ‘왕립학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거대 오리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거위처럼 생긴 외모와 달리 이들이 고대 오리 계통에서 진화했으며, 애초 날 수 있는 상태로 고대 하와이제도에 왔다가 날개를 잃었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생긴 하와이 본섬으로는 이동하지 못해 서식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512 (15).jpg » 거대 오리가 뜯어먹지 못하도록 가시가 돋아나는 쪽으로 적응한 하와이 고유식물 키아니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들 거대 오리가 초식동물 구실을 한 생태적 영향은 현재도 남아 있다. 하와이 고유식물인 키아니아가 어릴 때 가시가 돋는 이유는 이 오리로부터 먹히지 않도록 하는 방비 수단으로 추정된다. 보통 대양 섬의 식물은 초식동물이 없어 가시 등 기존의 방어수단도 잃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와이의 거대 오리는 캡틴 쿡이 1778년 이 섬에 처음 왔을 때 이미 사라져, 원주민이 거주하면서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뉴칼레도니아에서는 닭과 비슷한 실비오르니스 속의 키 1.7m 무게 30㎏인 거대 새가 발견됐고, 쿠바에서는 키 1.1m 무게 9㎏의 지금껏 지상에 존재한 가장 큰 날지 않는 올빼미가 살았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거대 새의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orthy TH, Hand SJ, Archer M, Scofield RP, De Pietri VL. 2019 Evidence for a giant parrot from the Early Miocene of New Zealand. Biol. Lett. 15: 20190467. http://dx.doi.org/10.1098/rsbl.2019.04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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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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