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똑똑한 게 낫다, 암컷 앵무의 ‘변심’

조홍섭 2019. 01. 14
조회수 12261 추천수 0
다윈의 ‘성 선택으로 지적 능력 진화’ 가설 직접 실험으로 입증
문제풀이 능력 본 뒤 외모로 정한 선택 번복…먹이 찾는 능력과 직결

b1.jpg » 사람 말을 흉내 내는 사랑앵무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새이다. 실험 결과 짝을 찾는 데 지적 능력을 앞에 놓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찰스 다윈은 1871년 성 선택이 동물의 지적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암컷이 더 똑똑한 수컷을 선택하고, 그런 수컷이 더 많은 자손을 낳아 번성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증명이 쉽지 않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동물을 연구해, 지적 능력과 관련된 형질이 선택된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해 왔다. 복잡한 음조의 노래를 부르는 새가 암컷의 인기를 끈다는 것이 그런 예다.

수컷의 인지능력이 암컷의 환심을 산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 천자니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연구소 연구원 등 중국과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사랑앵무를 이용한 실험 결과 암컷은 문제풀이 능력이 뛰어난 수컷을 선호한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b2.jpg » 사랑앵무는 개, 고양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널리 기르는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3단계의 장애물을 거쳐야 안에 든 씨앗을 먹을 수 있는 먹이상자를 실험에 썼다. 먼저 암컷은 2마리의 수컷 가운데 깃털이나 목소리 등 일반적인 짝짓기의 선호도에 따라 수컷 한 마리를 고르도록 했다. 

그후 암컷이 보지 못하는 가운데 선택받지 못한 수컷을 훈련시켜 복잡한 장애물의 먹이상자를 열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짝을 이룬 앵무 쌍은 장애물 없이 열린 먹이상자에서 씨앗을 즐겼다.

다음, 암컷에게 이전에 선택받지 못한, 그러나 훈련 받은 수컷이 멋지게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암컷의 사랑을 받던 수컷에게는 테이프로 문을 고정시킨 먹이상자를 주어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게 했다. 

이후 암컷에게 수컷 둘을 내보인 뒤 다시 선택하게 하자, 암컷은 처음엔 저버렸지만 문제풀이 능력을 성공적으로 과시한 수컷을 택했다. 똑똑한 수컷의 모습이 암컷의 ‘변심’을 이끈 것이다.

b3.jpg » 야생 사람앵무에게 문제풀이 능력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리처드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랑앵무는 오스트레일리아 건조지대 자생종이다. 연구자들은 “건조지대에서 먹이인 씨앗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고, 새끼를 기를 때 수컷이 먹이 공급을 도맡기 때문에 먹이 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수컷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지적 능력 관찰이 짝에 대한 선호도를 바꾸었고, 그럼으로써 지적 능력이 배우자로부터 직접 선택됐음을 보여준다”며 “지적 능력이 성 선택으로 진화했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은 옳았다”고 논문에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iani Chen et al, Problem-solving males become more attractive to female budgerigars, Science Vol 363 Issue 6423,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u818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